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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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을 맡아주기를 원하며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장르소설에선 흔하지 않은 서간체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이렇다 할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느 스릴러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소설 전편에 흐르는 긴장감과 주인공이자 아이들 돌보미였던 로완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그 저택을 휩싸고 있는 기기괴괴함이 느껴질 정도로 심리적 묘사나 분위기의 묘사가 탁월했다.

주인공인 로완이 아이들 돌보미로 취직된 곳 헤더브레 저택은 저택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오래되고 제법 웅장한 맛이 있는 집이었지만 르네상스적인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부부의 직업과 성향에 맞게 최첨단으로 무장한 집이었다.

그런 겉과 안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은 부부와 이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겉으로 봤을 때의 부부의 모습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건축가이자 부와 명예 모두를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모습이지만 늘 시간에 쫓겨 아이들에게 제대로 애정을 보여줄 수 없어 집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많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돌보미들이 그렇게 자주 그만두는지... 왜 아이들 중 한 명은 완벽한 자연에 둘러싸인 집에서 창백한 얼굴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하지만 그 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 부부만이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로완 역시 겉으로 보이는 저택의 아름다운 겉모습과 고급 진 내장재와 최첨단 기술로 휘감은 그 집에 매료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고 누군가가 그 순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오면서 한순간에 로완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로완의 불행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전에 혼자 아이들과 집안에 남겨진 것부터 조명을 키고 현관문을 여닫는 사소한 것까지 최첨단이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남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집안 곳곳을 들여다보고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의 존재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로완에게 또 하나의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샤워를 하기 위해 자신의 욕실에서 30분 이상을 허둥 되는 모습은 최첨단이란 허울좋은 명목이 어떤 사람들에겐 얼마나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의 방 위를 걷는 듯한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고 잠든 사이 자신의 방안 온도가 달라져있을 뿐 아니라 한밤중에 누군가가 현관 벨을 울려대면서 몇 날 며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게 한다면...

무시할 수 있고 사소해 보이는 이런 것에서 로완이 잠을 자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발자국 소리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에 심지가 곧아 보이고 자신이 줄곧 주장한 대로 유령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주장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어 괴리감이 느껴졌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그렇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음이 밝혀지고 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는 세 아이, 적대감을 보이는 다른 고용인, 슬픈 비극이 있는 저택의 사연 그리고 각자가 숨기고 있는 비밀까지...

로완의 말처럼 단순한 사건이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언제나 그렇듯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별다른 사건이 없음에도 술술 잘 읽히고 그녀 로완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부터 납득할 수 있는 반전까지 저택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반은 먹고 들어간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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