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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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유골과 함께 거의 죽기 직전 발견된 소녀 테사는 자신의 이름보다 그녀가 발견된 곳에서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던 꽃 블랙 아이드 수잔 때문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불린다.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로 여전히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더한 괴로움이 주어진다.

당시 범인으로 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남자의 사형 집행 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그가 진짜 진범이 맞는가 자신의 증언으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오래전부터다.

범인인 테렐이 잡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후부터 누군가가 그녀가 사는 곳에다 그녀를 상징하는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았기 때문인데 장난처럼 여겼던 이런 짓이 몇 번이나 반복되면서 그녀는 진짜 범인은 어딘가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비밀스러운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테사의 아주 오랜 친구이자 가장 친했던 친구 리디아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어릴 적부터 사건 이후 모두가 그녀를 멀리할 때조차도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삶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행방에 의문이 들게 하고 그녀의 생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듯한 테사의 말들을 비롯해 심지어는 늘 자신이 구출된 구덩이에서 죽어있던 소녀들의 말을 듣기도 하는 테사의 모습에서 리디아라는 아이가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또 하나의 자아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도 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일한 생존자인 그녀가 범인의 얼굴을 모르는 것부터 사건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기억도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과정은 싹둑 잘라 버리고 그저 그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이후로 그녀가 겪는 혼란과 불안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뚜렷한 느낌이 아닌 뭔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명확하지 않다.

마치 테사의 기억처럼...

그래서 어떤 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녀가 빚어 낸 환상이 만든 기억인지조차 분명하지않다.

이후 그녀가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면서 새삼 중요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리디아...그녀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고 이제는 모든 핵심 키가 리디아 그녀를 가리키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테사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어디에서도 그 가족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는 데 누군가 테사가 머물렀던 곳마다 심었던 블랙 아이드 수잔 근처의 땅속에서 하나둘씩 발견되는 리디아의 흔적들은 테사의 기억만큼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리디아가 어디론가 떠난 게 아니라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이제는 분명해진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테사의 행동을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부터 언론의 관심까지 모든 것이 그녀에게 짐이 되지만 더 이상 죄도 없는 테렐이 단지 그의 무죄를 뒤집을 증거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던 테사에게 누군가가 절대적인 증거를 보내오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뚜렷한 범죄현장이나 범행 장면을 보여주지도 그렇다고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만한 단서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아 않는 데다 심리 스릴러답게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아 다소 밋밋하다 느껴지지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수순이라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잔인한 범죄의 증거인 소녀들의 시신과 유골을 한데 섞어놓은 곳에다 꽃을 화려하게 깔아놓은 범인의 심리는 뭘까?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그 부조리함이 더 선득하게 느껴져 왜 살아남은 희생자인 테사를 사람들이 이름이 아닌 블랙 아이드 수잔으로 기억하는지 이해가 갔고 그래서 더더욱 섬뜩한 이름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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