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잘 먹겠습니다 1~2 세트 - 전2권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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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해외로 여행 가는 게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예전엔 이름난 명소나 휴양지 같은 곳을 주로 여행했다면 요즘 여행 트렌드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나 뭔가 한가지 테마를 잡고서 그 테마를 위주로 여행 스케줄을 잡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스로 장소를 정하고 코스를 정해 자유롭게 떠나는 것... 사람들이 점점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 40여 곳을 카메라를 들고 미식여행을 다녔다는 설명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도 그렇고 온갖 음식을 맛볼수 있다는 점도 부럽기만 하고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는 용기 역시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이 책은 해외 편과 국내 편으로 나눠서 저자가 스스로 두 발로 다니며 먹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런저런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 나라의 문화나 지역의 특성,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양념으로 곁들여져 있는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지만  그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음식의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르트로 유명한 불가리아
지역의 특성상 터키와 루마니아, 그리스가 인접해서인지 비슷한 음식이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서로 달리 불린다는 게 신기하다.
특히 신선한 채소가 풍부해서인지 그곳에서 소개한 샐러드 중 가장 기본이자 대표인 숍스카 샐러드는 그 맛이 어떤지 너무 궁금하게 한다.
신선한 채소에 세레네 치즈 듬뿍, 소금 약간 여기에 올리브유 조금... 이렇게 단출한 재료에서 엄청나게 맛있는 풍미가 살아있다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국이라 그런지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고기 요리에다 다양한 치즈 여기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불가리아 요구르트까지... 이름은 잘 알지만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그 지명도가 크지 않았는데 소개 글을 읽고 소박한 요리에 소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불가리아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한다.
중국의 자치구 신장 위구르 역시 이름은 알지만 여행지로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곳인데 이 책에서 소개한 글을 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양젖으로 만든 치즈는 좀 들어봤지만 낙타 젓으로도 치즈를 만든다니...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먹을거리가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불가리아도 그렇지만 위구르 역시 발전이 늦어서인지 사람들의 정서나 이런 모든 것이 소박하기 그지없고 그런 사람들을 닮아서인지 음식 역시 재료 본연의 소박한 맛을 살린 음식이 대부분인 것 같다.
향료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 본연이 맛을 살린 아이스크림도 그렇고 양젖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그 맛이 궁금해진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 벨리즈는 정말 처음 들어본 곳인데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이란다.
이런 곳까지 찾아간 저자의 정성이라니...
벨리즈의 주식은 라이스 앤 빈스인데 여기에서 빈스는 콩이 아닌 팥
중남미 음식 특유의 매콤하게 볶은 밥에다 카리브에서 잡은 신선한 새우와 해산물을 곁들여 낸다면 절로 입맛이 돌 것 같다.도저히 맛이 없을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낙천적으로 살아가며 음악을 사랑하는 벨리즈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처럼 소박하면서도 정겹기만 하다.
2편에서 소개하는 국내 그중에서도 서울, 경기도 주변의 맛 집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게 한다.
언제든지 갈수 있고 여권도 필요 없으며 심지어 말도 통하는... 국내 편을 보면서 그토록 많은 방송에서 맛 집을 소개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어느새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나 혹은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있어 더 이상 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나 마켓을 세우는 게 이상하지 않다.
이태원도 그렇고 안산 다문화거리 같은 곳은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되어서인지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는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이나 건대 양 꼬치 거리 같은 곳은 한 번쯤 구경하고 싶어진다.
양고기빵 쌈싸를 먹으면서 곳곳을 구경하다 중국, 티베트를 거쳐 네팔까지 진격한 얼큰한듯한 뚝바 한 그릇 먹고 달달한 밀크티 찌야를 마시며 필리핀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저녁엔 건대로 넘어가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양 꼬치에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 듯...
음식에는 그 나라의 정서가 숨어있다.
목축업이 성행하는 곳엔 고기 요리와 다양한 치즈 종류가 농업이 발달한 곳엔 다양한 채소 요리와 샐러드가 발달하고 또 그런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성질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곳은 대부분 발전이 비켜가듯 한 곳이어서인지 음식도 다양한 향신료나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는 소박한 맛이었고 사람들 역시 마치 우리의 70년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한 모습에 비해 평범한 듯 보이는 이곳의 음식들이나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미있고 정감가는...그래서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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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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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공감과 격한 끄덕임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이토록 적나라하고 실감 나는 표현이라니~
아이를 출산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그 내용이 심각하거나 우울하게 볼 수도 있는 걸 자신의 몸을 소도구처럼 코믹하게 이용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임신 전후 여자들이 어떤 신체의 변화와 정신의 변화를 겪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을 쓴 모모코는 자신과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남편 히데와의 사이에 류라는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을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적나라한 재미난 그림과 짧은 코멘트를 곁들이고 있다.짧은 글도 재밌엇지만 무엇보다 그림은 압권이었다.
임신의 기쁨도 잠시 어느새 살이 찌고 체형이 변하면서 생각도 못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털도 자라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아기 류를 출산

커리어 우먼에서 아기 때문에 울고 웃는 엄마로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아기는 잠조차 제대로 자기 힘들게 하고 조금만 어디 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초보 엄마는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게 되는데 모모코가 그린 의사와 나의 온도차는 아기를 키워 본 엄마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이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몸무게는 많은 여자들의 고민이기도 한데 모모코 역시 출산 후 완전히 변해버린 체형을 조금은 가학적으로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어느새 여자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된 자신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어깨띠를 하고 다니느라 늘 구부정한 등과 나온 배 그리고 아픈 허리... 잠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아기로 인해 샤워조차 물을 열어놓고 하는 웃고픈 현실까지

 

아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옷을 갖춰 입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출산 이후 잘 빠지지 않는 살로 인해 뭘 입어도 태가 나지 않았던 그때의 그 기억들이 모모코의 글로 인해 새삼 떠올랐다.
뭐... 지금이라고 날씬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섹시함 따윈 사라진지 오래라고 자조하듯 말하지만 그 속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류를 출산한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사랑 그리고 남편과의 신뢰가 깔려 있어 자신감 있게 느껴져 좋았다.
여성의 섹시함을 포기한 것조차 아깝지 않다는 마음이 보였달까
모모코 자신이 직접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며 키우는 과정에서 경험한 경험담을 그리고 있어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고 어린 딸을 키울 때의 경험이 생각나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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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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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많은 걸 이야기해주는 이 책은 다소 특이한 경로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일에 성공한 남자들이 자신의 성공기를 들려준 이야기는 많은데 왜 여자들의 성공과 일에 대한 애정을 다룬 글은 적은지 생각하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종이책 형태가 아닌 유료 디지털 콘텐츠로 시작했다 좀 더 인터뷰를 보강하고 편집해서 종이책 출간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인터뷰를 하는 여자들은 결혼의 유무를 떠나 자신의 직업에서 나름의 성공을 하고 자신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디렉터나 영화, 무대감독, 평론가같이 대부분 창의적인 직업군이 많다.
직업별 남녀의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하고 어느 선까지 진입하면 그 이후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런 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로 인해 다음에 오는 여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도 있음을 그녀들은 알고 있고 그래서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는 충고와 조언이 좀 더 현실성 있게 느껴진다.
기자이자 방송에서도 자주 보이는 이지혜 씨는 기혼여성이며 페미니스트이고 프리랜서로도 활동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프리랜서로서 지켜야 할 기준 같은 걸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원고료 기준을 정해 그 이하의 고료를 주는 글은 쓰지 않는다는 것...기에 더해 여성 이슈에 대해 계속 말하는 걸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여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조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을 믿는다면 겁먹지 말라는 윤가은 영화감독은 인터뷰에서 학부시절에는 분명 영화과의 여자 비율이 더 높았는데 졸업 후 성비의 비율이 역전된 걸 예를 들어 여자들이 실제적으로 전문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레스토랑 추천 메뉴를 쓸 때에도 여자들이 좋아하는 맛, 혹은 남자 손님들에게 추천하는 레스토랑 메뉴 같은 성차별적 표현을 삼간다는 손기은 피처 에디터의 인터뷰를 보고는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보아 넘겼던 것에도 이렇게 명백한 성차별적인 언어가 쓰여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성취감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얻은 여자들의 이야기여서인지 그녀들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는지 알 수 있었고 같은 기회를 준다면 여자라고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걸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 마치 대화하듯이 쓰인 것도 그렇고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힘든 점이나 보람 같은 것을 비롯해 자신이 아끼는 혹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 같은 걸 인터뷰 말미에 포함해서인지 인간적인 느낌도 들고 그녀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사회 여기저기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자들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동질감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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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의 자유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
양쭝한 지음, 김진아 옮김 / 새로운제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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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타이완의 한 대학생이 크로아티아로 교환학생을 가서 그곳에서 체험한 걸 바탕으로 자신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소비와 소유에 대해 느낀 걸 적어놓은 책이다.
태어나면서 당연하게 생각해오며 소비했던 모든 형태의 소비에 대해 깊은 의문을 던지는 이 책은 읽으면서 나 역시 한 번도 그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봐왔던 세계 곳곳에서의 빈곤과 대비해 하루에도 수십 톤이 넘게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는데도 돈이 들지만 무엇보다 불법 매립 같은 걸로 인해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런 내용을 알기는 했지만 가끔씩 대형 마트에서 나오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직전의 음식을 버리는 쓰레기통을 뒤져 그 음식을 먹는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그들이 대부분 부랑자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크로아티아나 작가가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버리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뿐 아니라 그 음식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하면서 돈 한 푼 없이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는 글에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그들 대부분이 부랑자도 아니거니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게 더욱 놀라운데 그들처럼 남는 음식으로 생활하고 버려진 집에 들어가 생활하면 돈이 들지 않아 굳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남는 시간을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어 하는 일에 투자한다는 발상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생활이 가능하다니...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일을 안 해도 직업을 안 가져도 된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가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히 제도권 밖에서 편안하게 심지어 즐기면서 이런 식으로 생활한다니 왠지 허탈하고 허무함마저 들었다.
물론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왠지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거나 막 사는 사람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지구 곳곳에서 한쪽은 음식이 남아돌아 버리거나 과잉 영양으로 인해 비만 문제를 비롯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데 다른 한편에서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면 한 번쯤 우리가 가진 상식을 뒤집어 본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때 이들이 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불법 침입으로도 볼 수 있는 빈집에 들어가 사는 문제 역시 우리에게도 생각할 꺼리를 준다.
도시엔 높은 임대료와 비싼 땅값으로 인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적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지어놓고 임대가 안돼서 비어있다 어느새 슬럼화되고 있는 빌딩이 제법 있다.
이런 곳에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가 그곳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유지한다면 오히려 슬럼화되어 범죄 발생률을 높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아닐지...
꼭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인듯하다.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도 살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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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의 하루 한 장
정호승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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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짧은 글들을 모은 책들은 많았었다.
한때는 그런 종류의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곤 했는데 책을 읽을 땐 마치 내게 들려주는 말처럼 깊은 감동을 주고 울림을 줘서 오래오래 곁에 두고 봐야지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간이며 그 외에도 나의 주의를 끄는 여러 가지 것들에 밀려 어느새 그 책들은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비슷한 종류의 책을 보면 사서 읽고는 읽을 당시엔 깊은 감동을 받곤 했지만 다른 책과 비슷한 경로로 내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정호승 시인의 색다른 이 책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딱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넘기게 되어 있는 일력의 형태에 길지 않은 짧은 글을 실어 놓은 이 책은 일단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책을 내용이 아닌 다른 걸로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요즘처럼 책을 즐겨 읽지 않는 현대인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형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좋은 글귀라면 굳이 두껍고 책장을 넘기는 형태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절대로 종이책이 아니면 싫다던 내 의식은 조금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 불편한 요즘 이북 형태도 혹은 오디오북 형식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면 이렇게 일력 형식은 오히려 참신한 방법이라 생각한다.최소한 1년은 곁에 둔다는 점에서도 특히...
거기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외로운 마음을 보듬어 주며 긴 인생의 험난한 길을 걷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글들은 더욱 와닿았다.
모두가 다 어떤 식으로든 위기가 있으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글은 가족이 있음에도 때론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듯 느껴질 때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게 된다.
8월 10일의 글-사람마다 누구나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에베레스트가 있다면, 그것이 비록 상처의 에베레스트라 할지라도 스스로 자기 발로 걸어서 넘어야 한다는 글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글귀인듯한데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10월 22일의 글- 결국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듯 분노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은 당연한 말이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노가 강인함의 표현이 아닌 나약함의 또 다른 표현이란 글에 깊은 공감을 한다.
결국 미움과 분노를 통해서 얻는 건 또 다른 상처일 뿐이라는 글은 지금 현재 상처 입고 분노하는 사람에겐 확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지나고 생각해보면 용서하는 게 쉽지 않더라도 그게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에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2월 19일의 글-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저축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이라는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글귀를 보면서 무조건 내일이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즐기는데 죄책감을 갖거나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걸 내일로 미루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글귀들을 하나씩 넘겨가며 읽다 보면 지금 현재 좌절하고 용기를 잃고 있는 사람에겐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고 상처받은 사람에겐 시간이 지나면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은 상처라도 아문다는 말로써 위안을 주고 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에 한 장씩 달력을 넘기듯 넘기며 그곳에 쓰인 글귀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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