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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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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여행 1세대의 여행이란 여행사에서 모든 스케줄을 짜고 그 스케줄 따라 우르르 몰려가서 깃발 아래 손들고 여기저기 유명 여행지를 쓱 구경하고 다닌 거라면 2세대는 배낭여행이나 스스로의 일정을 짜는 여행이고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여행 스타일은 어느 한 곳을 정해놓고 한두 달 그곳에서 살아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유명 여행지를 스치듯 구경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진정 그곳의 매력을 알아보려면 단 한두 달이라도 그곳 현지 사람들과 같이 살아보고 그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숨 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슬슬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라든가 좀 더 스케일을 키워 파리에서 한두 달 살기 같은 게 유행하는 데 솔직히 그런 여행이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 현지에서 한두 달 살아보는 건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보장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여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마음에 드는 곳 어디에든 터를 잡고 여기저기 온 가족이 다니는 이 책의 저자 이우일 씨 가족이 너무 부러웠다.
그가 2년 정도 체류하고 있는 곳은 현재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 그가 자칭 퐅랜이라 칭한 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 도시와 조금 다른듯하다.
일단 도시 자체가 작다.
그리고 바쁜 도시민들과 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그들의 여유로움은 책 속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일단 일 년 중 반 이상이 비가 오는 날씨를 가진 이곳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쏟아지는 비에도 뛰어가거나 비를 피하기 위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늘 비에 익숙하고 비 맞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도 그렇고 온갖 페스티벌이 자주 열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즐긴다는 것도 우리완 다른 모습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듯 생활하는 우리에게 자전거로 여기저기 다니고 주말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맛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사서 먹는 것도 그렇고 각종 공연이 열리는 곳에서 가족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우리가 늘 꿈꿔왔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지켜보며 느껴왔던 점을 마치 얘기하듯이 쉬운 용어로 적어 놓은 이 책은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마치 그곳 생활을 눈에 그린 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에 한숨짓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꿈을 꾸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이런 생활이 가능하려면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이우일 작가처럼 프리랜서가 멋지게도 느껴졌달까
프리랜서라고 누구나 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 가족 공동이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가족 모두가 이런 생활을 싫어하지 않는 것도 작가가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원하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보는 게 가능한 이유라 할 것이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서일까
작가도 그렇고 아내 되는 분도 딸도 모두가 우리보다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원하는 걸 찾아서 공부하는 모습도 그렇고 각자의 역할이 딱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나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되는 사람이 할 일을 찾아 하는 모습도 그렇고 부러운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점은 여유롭고 느긋한 생활을 해서인지 가족들의 모습도 무언가에 쫓기거나 바쁜 모습이 아닌... 자연을 감상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몸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선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하는 집이 적은데 서로 같은 취미를 배우고 그걸 토대로 부녀가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동경하는 마음까지 들게 한 달까
퐅랜은 그래서 도시이면서도 마치 시골 같기도 하고 낯선 듯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산이나 강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곳 퐅랜...언젠가 퐅랜같은 곳을 찾아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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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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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라는 사람은 잘 모른다.
그저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등장해서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비틀기식 유머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조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의 대표이자 루저로서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당당함을 보여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농담집이라는 게 붙은 것처럼 내용 역시 지나치게 무겁거나 냉소적이기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술자리에서 사회를 비판하고 갑질 하는 상사를 욕하고 잘난체하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유쾌하거나 실실 동조의 웃음이 나오거나 맞장구를 치게 만든다.
특히 배설에 대한 소재가 많은데 사람이란 동물은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최고인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우등한 그 무엇이라는 생각에 매일매일 하는 배설 행위를 입에 올리는 걸 비매너에다 심지어는 자신은 그런 행위를 안 하는 것처럼 그런 소재에 대해 질색하고 터부시한 다.
먹은 게 있으면 배설하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처음 읽을 때 배설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에 질색했는데 이게 또 자주 나오니 그러려니 하게 되고 나중엔 실실 웃으며 동조하게 되고 글 끝에 마치 후렴구처럼 쓰인 욕에는 은근히 유쾌함마저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은근 변태 성향인 걸까?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배설에 대한 글만 있거나 욕설이 난무하거나 하진 않다.
그저 살아가면서 보는 온갖 부조리함에 대한 비꼼이나 우리가 왜 하는지도 모르고 당연하게 행해왔던 일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신선함도 보이고 현재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가 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일갈하는 부분도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 대한 유병재식의 왜? 어째서?라는 의문 제기도 재밌고 나보다 잘난 것들을 향한
비틀기도 유쾌했다. 긴 글로 그의 생각이나 사상을 전하기보다 짧은 몇 줄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그는 아마도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거나 모든 걸 바라볼 때 남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생활화되어있는 천상 코미디언의 자질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긴 글을 싫어하는 요즘 젊은 층에게 짧은 글로 어필하는 것도 영리하고 지나친 심각함으로 흐르지 않는 것도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그는 요즘 사람들의 원하는 광대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다.
원래 광대의 역할이 웃음과 해학 속에 현실에 대한 비꼬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처럼...
그래서 이 책은 무겁게 정색하고 읽기보다 잠자리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배변의 시간에 함께 하면 왠지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비우거나 생각이 복잡할 때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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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 낭비 없고 세련된 프랑스식 미니멀라이프
미카 포사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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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니멀 라이프가 조용히 유행하고 있지만 그 취지엔 공감해도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왠지 이 가방이나 명품옷을 나도 안 가지면 이 나이에 이 정도 아파트 평수에 살지 않고 차를 가지지 않으면... 남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가지거나 소유하지 않으면 왠지 실패한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이나 방송 같은 데서 이런 심플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 뒤에 나도 한번 하고 실천해보겠다 작정하고 집안을 뒤지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꼭 필요하다고... 누가 뭐란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변명하며 오늘도 난 버리지 못하고 오래된 것들을 꼭 붙들어 매고 있다.
그리고서는 집이 좁다고 투덜거리고 사고 싶은 걸 못 산다고 뭐라 하고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래서 확실히 우리보다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럽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인들의 평소 생활 철학과 삶의 방식에 대해 프랑스인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인의 시각에서 쓴 `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심플 라이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들의 심플 라이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쓰레기통이 없는 방이라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도 책상 밑이나 아이 방 안방 등에 자연스럽게 쓰레기통이 있고 또 그걸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쓰레기가 나오거나 휴지 같은 게 나오면 그냥 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게 지정해놓고 모으면 버리기가 훨씬 더 편리할 텐데 왜 방방마다 쓰레기통을 놓았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보다 버릴 때 그냥 눈에 띄는 곳에다 버리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편리함에다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건 사소한 사고방식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청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프랑스식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편리할 수 있겠다.
요즘 우리도 원 플레이트를 사용해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먹는 사람이 제법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은 국그릇이며 밥그릇에다 각각의 반찬 그릇까지... 차리는 것도 힘들지만 설거지할 때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집이 많다. 
게다가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들은 집에서 커피며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놀라웠다. 커피, 와인과 프랑스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는 카페에서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그렇다니 얼마나 실용적인 생각인가
맞벌이를 하는 가족이 많은 만큼 이런 시간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보다 합리적인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하고 남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하는 데 보낸다니... 왠지 그들의 여유로움을 보면서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걸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24시간을 쓰는데...
짧은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는 남보다 더 빨리 많은 걸 가져야 이길수 있고 지는 건 곧 도태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내려서 오늘도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기 위해 내 시간을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아닐지... 이렇게 생각하니 더 슬프다.
그들의 여유로움이나 삶의 철학도 부럽지만 무엇보다 배워야 할 점은 아직 어린 3~4살의 어린아이에게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부모는 그들을 지켜보고 참견하지 않는 태도인 것 같다.
우리는 내 아이가 늘 친구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도록 채찍질하고 어떤 걸 공부하고 어떤 대학을 가라고 부모가 결정하고 자식이 따르도록 그냥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자식이 실패하지 않고 잘 되길 바라서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배울 기회를  뺏어 버리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해 책임지는 삶을 배우지 못해 작은 좌절과 실패에도 큰 상처를 입고 일어설 수 없어 고꾸라지고 마는 나약한 아이들을 양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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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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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그림과 글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저 짧은 글귀 하나 작은 그림 하나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아트 에세이가 바로 이 책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다.
지친 하루, 힘든 하루를 보내고 와서 느긋하게 누워 펼쳐보면서 키득거리거나 오! 나랑 같은 마음인 걸 하며 공감할 수 있거나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고 느껴질 때의 그 작은 기쁨
어떤 이야길 하는 건지 알 것이다.

어떨 땐 구절구절 와 닿는... 마치 내 심정을 노래하는 것 같은 유행가 가사에도 울컥할 때가 있고 어떨 땐 작고 귀여운 그림에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치고 힘든 하루, 혹은 모든 것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날아가 버리고 싶은 하루
이런 일상에서의 작은 활력을 주는 그림과 글로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처음부터 읽기보다 옆에 두고 손에 집히는 데로 펼쳐서 가만히 그림과 글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실컷 울어도 된다고 위로해 주는 그림과 글이 있고 사랑할 때의 떨림을 가지거나 두근거림을 가지고 있을 때, 혹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권태롭지만 평화로운 날을 보낼 때 등으로 나름의 파트를 정해서 그림과 글이 적혀져있지만 개인적으론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나름의 재미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사랑할 때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 혹은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게 맞나 의심하는 마음 등 누구나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나약함과 혼돈에 대해 써놓은 글귀들이 와 닿는다.
일상에서 느끼는 권태로움과 지루함 혹은 혼자인듯한 외로움 같은 것도 공감이 되고
마치 그때그때의 기분을 표현한 일기 같기도 하고 낙서 같기도 하지만...
현실과 몽환적 그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지금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들여다보고 있으면 묘하게 편안해짐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듯...sns 60만 팔로워가 열광한다는 글귀에 수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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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 1시간, 낮잠 2시간 - 느긋하게, 천천히, 조금씩! 통나무집 노부부의 즐거운 슬로라이프!
츠바타 히데코.츠바타 슈이치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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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많은 걸 설명해 주고 있는`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은 여든이 훌쩍 넘은 노부부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하루하루 일상을 그리고 있다.
직접 집을 손질하고 텃밭을 가꾸고 제철 음식을 해 드시며 여유롭고 한적한 생활을 하고 있는 츠바타 부부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부부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방문하고 편지나 기타 커뮤니티를 이용해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점점 바쁘고 여유가 없는 도시생활에 지쳐 이 노부부처럼 텃밭을 가꾸며 제철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 슬로 라이프를 동경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

텃밭에다 온갖 채소를 심으시고 과일나무를 키워 그때그때 나오는 채소와 과일로 식사를 하고 그러다 남으면 잼이나 장아찌 같은 저장식품을 만들거나 말리고 얼려 두고두고 드시거나 주변에도 나눠주시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노부부에게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생활의 지혜나 삶의 철학 같은 걸 느낄수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요즘 먹을 건 많지만 정말 먹을만한 건 없다고 실감하는 데... 물건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먹는 것은 생명과 연결되어 있으니 중요하다는 할머니의 말씀은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어려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모든 걸 직접 집에서 해 먹었다는 할머니에겐 먹을거리만큼 중요한 건 없다.
건강이 나빠지신 할아버지를 위해서 요즘 소금 없는 식단을 하신다는 할머니는 요리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어 많은 걸 직접 해 드실 뿐 아니라 직접 재배할 수 없는 것들은 반드시 유기농이나 믿을만한 곳에서 나온 제품들만 사용하신단다.
먹을거리에만 돈을 쓰실 뿐 오히려 옷이나 사치품 같은 덴 관심이 없어 그런 곳엔 돈을 쓰지 않으신다는 할머니는 요즘 사람들의 소비패턴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쓸데없는데 돈을 쓰고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다 하니까 사는 요즘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소비 철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가급적 자급자족하는 이 노부부의 생활이 힘드냐 하면은... 텃밭을 가꾸고 풀을 베는 일을 하면서도 쉬엄쉬엄 즐기면서 할 뿐 아니라 오늘 아니면 내일 하면 된다는 여유를 가지니 모든 일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는 부부의 말은 매일매일을 전쟁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삶에 임해도 된다는 애정 어린 충고처럼 들린다. 
자신들이 직접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노부부의 말은 그래서 잔소리로 들리거나 귀찮은 참견처럼 들리지 않고 마치 친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처럼 들리는 게 왜 이 노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에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은 특별하게 보이는 노부부의 생활은 어릴 적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기에 그래서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느긋하고 천천히 삶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조금쯤 닮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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