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코타로식의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그의 책엔 악당과 그에 대항하는 히어로가 자주 나오지만 진짜 악에 대항하는 히어로라기엔 평범한 소시민이고 뭔가 거창한 명분 아래 악을 처단하겠다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어쩌다 보니 사건에 휘말리게 되서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히어로로 만들어져버린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사카 코다로 식 히어로는 사람 냄새가 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도 있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이번 작품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에서도 여지없이 악당은 등장한다.
공권력을 등에 업고 국민들을 억압해 조금만 의심스럽거나 자시들의 뜻에 반대하면 잠재적인 범죄자나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절대 강자인 악
범죄를 예방하고 잠재적인 불순분자들을 처리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모든 법을 초월하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름도 웃기는 `평화 경찰`이라는 조직이 그것이다.
이들은 일정 구역을 정해 순회하면서 의심되거나 수상하다는 이유를 부쳐 사람들을 끌고 가 조사라는 명분 아래 온갖 고문을 자행하고 마침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형을 한다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건드려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건 몇몇 조직의 상관일 뿐... 그야말로 초월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렇다. 이 책에서 평화 경찰이 자행하는 행위와 그들이 취한 방법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공포를 무기로 사람들을 겁박하고 위협해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 그건 바로 독재자들이 흔히 쓰는 통치방법이자 공산정권에서 행했던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리 역시 이런 통제와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테러를 예방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없이 자행되는 감시와 통제
늘 cctv에 노출되어 있고 언론으로 국민의 뜻을 호도하거나 여론몰이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역시 통제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웃이나 친구가 위험인물로 지목되고 그 범죄사실이 공표되면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에 대한 것과 매치되지 않아도 경찰의 말을 당연하다는 듯 믿어버리고 한 번도 그 발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연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 닮아있는 그 모습에 씁쓸했지만 그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사카 코타로 역시 대중들의 이런 심리를 잘 알기에 이런 책을 쓰고 이런 사회를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눈앞에서 친구가... 지인들이 끌려가고 잔인한 고문 아래 처형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것이 잘 못되었다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경찰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안심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섬뜩하기도 했다.
이런 부조리에 대항하는 히어로의 등장 역시 멋지거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악당을 처단하는 것같이 세련되었다기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식의 전개는 이사카 코타로만의 유머답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좀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나게 하는 건 거창한 조직이 아닌 작은 소시민들의 힘이었다는 걸 작가는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제목처럼 이 모든 게 싫다고 화성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이런 부조리함에 분연히 일어서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가 아닐지...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그만의 방식으로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따뜻하면서 유쾌하게 풀어놓은 책... 역시 이사카 코타로 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