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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엄청난 빈부격차와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카스트제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한 혼란과 혼잡
그럼에도 이방인의 눈에는 어딘가 신비한 매력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그곳 인도에서는 우리의 잣대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세계경제가 매해 빈부격차가 심해진다고들 하지만 인도에서의 빈부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특히 빈민가의 모습은 충격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 책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그런 빈민가의 모습과 그곳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과 억압, 종교와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난하게 살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달리기를 잘하는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자이는 드라마 경찰 순찰대나 범죄의 도시 같은 형사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9살 소년이다.
공부가 하기 싫고 부모님이 휴대폰을 사 주지 않는다는 게 불만인 여느 9살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한 자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공부를 잘하는 파리와 이슬람교도인 파이즈라는 단짝이 있어 언제나 투닥거리면서도 서로 함께 있어 즐거운 사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이라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기에도 넉넉지 않은데 이런 빈민가에서 연이어 아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처음 사라진 아이는 자이도 아는 아이였고 그 집에는 늘 술을 마시며 아이들과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이 있어 단순 가출로 생각하지만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자이는 가출이 아닌 실종이라 생각해 친구들과 탐정단을 만든다.
그리고 사라진 아이의 행적을 쫓기 위해 엄마가 모아둔 돈까지 손을 대 보라선 기차를 타지만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이에 점점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빈민가의 사람들은 불안에 떨지만 공권력은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
그저 부모의 폭행에 가출했다 치부하고 찾지 않거나 사라진 아이가 여자아이라면 여기에다 더러운 소문까지 더해져 부모를 괴롭히기 일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인도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듯하다.
당연히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뇌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경찰, 자신들의 아이가 사라진 게 이슬람 사람들의 소행이라 여겨 극심하게 대립하는 주민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돈을 뜯으려는 사이비 종교인들... 여기에 내 아이도 다른 집 아이들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먹고살기 위해 아이들만 남겨두고 돈을 벌러 가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린 소년 자이의 눈을 통해 그리고 있는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순진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서 그 참혹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어떻게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가난의 틀에 갇힌 인도의 빈민가 사람들의 암울한 모습을 대변하는 게 바로 늘 한 치 앞을 보기조차 힘들게 드리워져있는 스모그다.
이야기 전체에서 범죄가 나오는 건 거의 없다.
그저 아이들의 사라진 상황에 대한 묘사만 있을 뿐이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미 아이들이 사라진 후 사람들의 반응이나 그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이고 아무도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누가 범인인지를 잡기 위한 구체적인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게 했고 읽는 내내 스모그가 덮쳐오듯 자이에게 뭔가 문제가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조마조마함을 느꼈다.
범인은 잡히지만 사라진 아이들이 돌아온다던가 하는 식의 해피엔딩은 당연히 아니다.
그저 이번 사건의 범인만 잡혔을 뿐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또다시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는 빈민가의 아이들의 노릴 것이다.
저자가 한때 인도에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라 그런지 이야기에서 사실감이 느껴지고 현장감도 느껴졌다.
스릴러로 본다면 다소 아쉽지만 스토리텔러로서의 작가의 역량은 만족할 만 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