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네 곁에 있어 도토리숲 알심문학 4
미리엄 할라미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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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옛날보다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거나 뭔가 불순한 목적을 숨기고 접근하는 통로가 너무나 많아서 점점 더 아이들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가 더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지는 않는지 학폭에 노출되지는 않는지를 비롯해 이것저것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이제는 여기에다 음란문자나 음란게시물을 보내거나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런 것에 넘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라니...

간간이 들려오는 이런 뉴스들을 들여다보면 정말 끔찍한 세상을 살고 있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소녀 홀리 역시 평범하고 착실했던 여중생이었지만 부모가 잠시 아이에게서 주의를 돌린 사이 소녀를 노리고 접근한 사람에 의해 그루밍당한 채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게 바로 이 책 언제나 네 곁에 있어다.

홀리는 부모님과 단란한 가정에서 사는 평범한 중학생이었지만 요즘은 언제나 혼자일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에이미가 갑작스럽게 캐나다로 온 가족이 이민을 가서 학교에서 혼자 보낼 뿐만 아니라 부모님 역시 아픈 할머니를 돌보시기 바빠 집에서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 홀리의 기분은 우울하고 외롭지만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

그런 홀리에게 어느 날 학교 친구 추천으로 제이라는 남자아이가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홀리는 급속도로 제이와 친해진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제이는 자신을 늘 혼자 두는 부모님이나 새로 전학 간 곳에서 자신을 잊은 듯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느라 바쁜 에이미와 달리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제이 덕분에 매일매일이 더 이상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다. 이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홀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에서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 홀리에게 경고와 주의를 주지만 홀리는 더 이상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홀리에겐 이제 제이만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린 홀리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자신을 이쁘다고 늘 칭찬해 줄 뿐만 아니라 홀리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하는 또래의 이성친구에게 급속하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홀리를 노리고 접근한 제이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문제는 제이가 또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홀리가 제이에게 그루밍 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감정은 이렇게 접근하면 누구라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이상한 말을 하거나 성적인 사진을 보내거나 했다면 홀리 역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엔 홀리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같이 공통된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등 친구처럼 접근해와 자신과의 친밀도가 높아졌음 즈음에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교묘한 수법은 좀처럼 깨닫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씩 단계를 높이고 거기에 익숙해질 즈음 또다시 단계를 올리고... 나중에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넘어간 상태거나 심할 경우 개인적인 이야기나 비밀 혹은 사적인 사진 같은 것까지 넘어간 후다

게다가 좀 이상하다 싶을 때조차 자신이 뭔가 착각했거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그렇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의심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홀리 역시 제이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뭔가 잘못되었음을 마음속 깊이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자신과 대화를 주고받고 자신에게 친절했던 제이라는 남자친구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이 이런 걱정과 의심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런 점을 지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대감을 품고 제이를 변호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전형적인 그루밍의 과정을 책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홀리의 모습과 심경의 변화 과정을 통해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고 주변에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성인 또한 예외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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