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범죄수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크라임 스릴러소설뿐만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 와 같은 TV 프로도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 보면서 매번 느낀 건 범죄 사건이 벌어진 후 초등수사의 중요성이었다.
범죄현장을 보고 단번에 수사 방향을 정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선입견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기에 그 잠깐의 선입견으로 인해 수사 방향이 틀어지면 어떤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관심이 갔다.
과연 TV에서나 보던 미제 사건을 장강명이라는 작가는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서 아무도 몰랐던 범인의 실체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
강력수사 1계의 강력 1팀 1반에 소속되어 있는 연지혜 형사는 22년 전 신촌에서 벌어진 미제 사건인 여대생 살인사건의 재수사를 맡게 된다.
당시 미모의 여대생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누군가에 의해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많은 수사인력이 총동원되어 샅샅이 뒤졌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한 사건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증인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재수사는 당연하게도 쉽지 않았고 그때 당시 참고인을 중심으로 다시 증언을 들었지만 여전히 단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였을까 그때 당시 증언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으며 죽은 피해자 민소림에 대해 알아가는 연지혜 형사는 누구보다 이쁘고 똑똑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민소림이 사실은 인기는 있었을지 몰라도 친한 친구 한 명 제대로 없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독서클럽...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던 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당시에는 누구도 제대로 몰랐던 또 하나의 단서였다.
게다가 사건 당시 CCTV에 잡힌 용의자의 모습을 통해 키와 체격을 특정하고 유전자감식 결과를 근거로 특정 혈액형을 가지고 기존의 전과자를 대상으로 하나둘씩 소거해가는 지루한 과정이 펼쳐지지만 아직까지는 특정 지을 만한 용의자는 나오지 않는다.
한편 그날 민소림을 살해했던 범인의 시점도 나오지만 그의 고백 같은 글은 우리가 흔히 크라임 스릴러에서 본 범인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경찰에게 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는 온갖 지식을 끌어다 자신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기보다 그저 작가가 생각하는 도스토옙스키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대한 생각이 나 살인에 대한 생각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식을 곁들여 사유하는 걸로 페이지를 채워서 독자로 하여금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는 1도 주지 않고 그저 그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게 했다.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나오는 책 속의 한 코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 같은 것처럼
이야기와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흐름과는 큰 상관이 없는... 그런 느낌으로 혼자서 회자하고 있는 부분이 사실은 좀 거슬렸다. 전체적인 집중력을 흩트려놓는 달지...
책 전체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 그중에서도 죄와 벌과 백치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고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방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하나의 미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미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과 달리 많은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라는 걸 연지혜를 비롯한 강력 1팀의 수사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재수사는 1편에서는 범인의 윤곽을 좀처럼 특정할 수 없었다.
그저 민소림이라는 죽은 피해자가 가진 성격이나 당시의 분위기만 스케치했을 뿐...
하지만 녹록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피해자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과는...
역시 2편을 읽어봐야 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