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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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현재의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독자들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해 거기에 맞는 작품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진명 작가

이번엔 공공의 적으로 부상한 푸틴을 어떻게 제거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소 자극적인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토 분쟁 및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나 불안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벌어진지 벌써 1년 반이 넘어섰고 세계의 이목은 모두 이곳으로 집중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략 앞에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국민은 속절없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핵무기 사용을 천명하고 있는 푸틴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반격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때 소설 안에서나마 공공의 적인 푸틴을 제거함으로써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꽉 막힌 속이 확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은 작가의 특기답게 현재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이나 러시아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그런 양국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의 정치적 계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분과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의 팩트를 체크하고 거기에다 소설적 재미를 가미해 팩션을 완성하고 있다.

게다가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완벽한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는데 작가 특유의 스피드함과 박진감 넘치는 묘사를 충분히 살려 가독성까지 높이고 있다.

일단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러시아군에 의해 눈 앞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채 피맺힌 원한을 가진 미하일을 내세우고 러시아의 핵 공격을 대비해서 미국이 만든 극비 작전 네버 어게인을 이끄는 팀의 리더로 미국인 스토니를 그리고 이 모든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우리 한국인 케빈 한을 내세워 한국 독자를 으쓱하게 만들고 있다.

쉽게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전쟁은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푸틴은 이 전쟁에서 물러설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그런 푸틴의 옆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핵폭탄을 사용할 것을 부추기는 중국의 시진핑

그리고 그런 모든 위험을 묵과할 수 없는 게 미국의 현재 입장이다.

뚜렷한 돌파구나 해결책이 없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 전쟁의 끝을 맺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말도 듣지 않고 자국민을 비롯해 지구 전체를 핵 전쟁의 위험으로 몰고 있는 푸틴 한 사람만 제거가 된다면 하는 생각을 누구라도 한 번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재빨리 간파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이면... 즉 각국의 이해관계나 쉽게 끝날 것 같은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이유 그리고 전쟁 이후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양념 같은 부분이 이 모든 작전에 핵심적인 인물로 한국인인 케빈 한을 선정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현실은 소설 속에서처럼 푸틴만 제거한다고 이 전쟁이 끝날 거라고 생각할 만큼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각국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수립해 모두의 적이 된 푸틴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오랜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통쾌함과 함께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소설로도 흥미롭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배경을 알려주는 걸로도 한번 읽을만 한 책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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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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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면 내가 아는 사람의 죽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도 없다. 단지 그 사람이 어떻게 죽는다는 것만 알뿐...

게다가 죽음이란 게 필연적으로 자연사나 병사만 있는 게 아니라 사고사나 심지어는 타인에 의한 죽음도 있는 만큼 죽음의 형태 역시 다양해서 평범한 죽음부터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죽음도 있기 마련이다.

그걸 밥 먹을 때 불시에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두렵고 섬뜩해서 왜 주인공이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먹지 않으려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언젠가부터 그런 능력이 생긴 자신의 운명이 견딜 수 없어 죽기 직전까지 밥을 굶지만 이런 상태와는 반대로 너무나 절실하게 살고 싶은 남자 제영

오늘도 며칠을 굶다 길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온 제영은 이곳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간호사 솔지를 만나게 된다.

이제까지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다 곧은 심성과 굳건한 생명력이 충만한 솔지와의 만남은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싹트게 하지만 죽음이 예견되어 있던 자신의 회사 사장이 눈앞에서 죽음의 운명을 비껴가는 모습을 보곤 혼돈에 빠진다.

그는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알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곧 자신과 같은 처지의 타인의 죽음을 보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풀린다.

하지만 그는 제영과 달리 자신이 가진 특수한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죽음을 사고팔면서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는 중개인으로서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자 이제까지 불우했던 자신의 삶을 돈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었다.

서로를 인지하던 순간 중개인은 그만의 괴변... 즉 벼랑 끝까지 몰리고 가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폐만 끼치는 사람과 수많은 사람을 직원으로 부리며 모두의 삶에 부와 안락함을 주는 부자들의 삶이 똑같은 무게일 수 없다는 말로 제영을 설득해 자신과 함께 하기를 도모한다.

하지만 비록 얼굴만 아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죽음을 보는 게 괴로워 음식을 거부해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던 제영과 똑같은 재능을 가졌지만 오히려 그 능력을 이용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중개인이 뭔가를 함께 도모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 그리고 제영이 이런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올곧은 심지의 솔지가 곁에 있음으로써 잠시 현혹되었던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제 서로의 적이 되어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언제나 살고 싶다는 의지만 있고 늘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상태였던 제영은 적극적으로 중개인과 타인의 죽음을 대신할 대리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정통적인 스릴러와 조금 다른 느낌의 스릴러였지만 소재가 흥미로웠던 것에 반해 풀어가는 건 다소 평범했다.

누구도 그 사람의 삶을 대신할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진부한 논리를 내세워 누군가의 죽음을 사고파는 중개인과 그런 중개인에게 돈을 건네 자신의 삶을 더 연장하고자 하는 부자들을 비양심적이고 악의 상징처럼 보이게 했지만... 아마도 소설 속이라서 이런 흑백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다.

무겁지 않고 잘 읽혀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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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김대현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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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혹은 감성적인 일본 소설스러운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소설에는 피가 낭자하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성모독적인 내용까지...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20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한 형사와 그런 형사의 노력을 비웃듯 반성도 후회도 하지 않는 연쇄살인마의 범죄를 바탕으로 하는 이 소설은 이야기 전체에서 냉소와 허무가 감돈다.

주인공인 빌런이 신과 악마 그리고 천사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다든지... 그들이 하는 짓이 비슷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부분도 그렇고 살해당하는 사람이 특별히 종교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대놓고 반종교적인 색채를 풍길 수 있는 것만 봐도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소설보다 더 대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시작부터 범인의 이름과 그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 모두를 대놓고 보여주면서 주인공인 형사가 그들을 어떻게 수사 범위에 넣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는지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가는 곳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마다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절대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 후회나 미련을 갖지 않는 범인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범인들로 인해 한순간에 가정이 박살 나고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인 형사가 나온다.

어린 시절 자신에겐 영웅이었던 아빠가 당시 노인들을 상대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찾기 위한 탐문수사 중 범인에게 공격을 받고 순직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동식은 그 역시 아버지를 따라 형사로 근무하고 있다.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은 당시의 사건을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잡아 아버지의 원한을 풀고자 했으나 증거는커녕 용의자조차 없었고 당시 죽어가면서도 범인들이 10대의 남매라는 걸 알렸던 아버지의 증언만이 유일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강력 3팀으로 보내온 택배 상자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속에는 자신들이 기록한 메모와 사진 그리고 수집품과 같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증거로 가득했고 이제 강력 3팀은 2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제 사건을 맡아 수사하게 되지만 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동식은 수사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쉽게 사건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동식은 수사팀과 달리 혼자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점점 더 살인마 남매에게 다가간다.

사실 이야기의 플루트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일삼아 오던 남매가 커서는 좀 더 능숙하게 살인을 할 뿐 아니라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인해 좀 더 큰 물에서 보호를 받으며 놀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쫓는 집념어린 형사

문제는 아무리 읽어봐도 두 사람이 이렇게 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탁월한 미모를 가졌지만 보호해 줄 어른이 없었던 남매에게 세상은 따뜻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고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너무 많은 생략은 군더더기 없어 가독성을 높일 순 있지만 어느 순간 몰입을 방해하게 된다.

두 사람이 희생자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지...왜 20년이 지나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물을 경찰서에 보내는 행동을 했는지 등 이런 저런 세심한 디테일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온전히 책을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지독했던 범인들이 마지막에 가서 어설픈 후회를 하거나 참회의 눈물을 보이는 식의 낯간지러운 결말이나 끝내 아버지의 원수를 제 손으로 잡아 아버지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식의 뻔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제목이나 표지와 다른 반전의 미를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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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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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로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마당이 있는 집이 아닐까 싶다.

두 여배우의 연기 대결도 그렇고 극 전체가 톤 다운되어 정제된 듯한 분위기와 그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음산함이 스릴러로서의 제맛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서인지 예전에 나왔던 원작 소설 역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다.

신인답지 않게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들뜸이 없고 섬세하게 다듬어진듯한 글로 긴장감을 높이고 서서히 조여드는 듯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주란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의사 남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사한 그림 같은 전원주택까지...

하지만 그런 주란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마당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었던 주란이 마당을 파헤쳐 그 속에서 손가락 하나를 발견하면서부터다.

문제는 그녀가 발견한 걸 남편에게 말해도 너무나 스스럼없이 그녀의 말을 묵살할 뿐 아니라 주란 본인조차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

사실 그녀는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망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편이 제약회사 직원과 밤낚시를 하기로 한 날... 남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집을 비웠다는 사실이고 그 남자는 더 이상 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약회사 그 남자의 아내이자 책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인 상은은 결혼의 덫을 빠져나가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단지 그 단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노림수를 발견하고 주란과 그 남편에게 접근해 돈을 빼앗고자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겉으로 봐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주란과 상은은 같은 이유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힘을 합쳐서 사라진 소녀를 찾기 시작한다.

소설 속 두 여자의 삶은 외면만 두고 볼 때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부유한 남편의 보호 아래 가정주부로서 평온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남편의 폭력 아래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집안 형편조차 넉넉지 않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남편의 억압 아래 제대로 된 의견조차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마음껏 뭔가를 할 수 없는... 속박된 삶을 살고 있다.

단지 누군가는 미소로 가려져 있고 또 다른 쪽은 폭력으로 자신의 뜻을 행사한다는 것만 다를 뿐...

자신의 집 마당에서 손가락을 발견한 이후로 남편이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란과 스스로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고자 남편마저 살해한 상은 두 사람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은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집이 과연 진정한 행복과 안락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두 여자의 서로 대조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아슬아슬하면서도 숨 막히는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마당이 있는 집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비교하며 보면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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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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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 엄청난 거금이 오가는 비리 사건이나 배임, 횡령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차이 나는 걸 보면서 일반 시민으로서 느끼는 박탈감이 상당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남의 걸 불법 소유했을 때 그게 아주 적은 금액이거나 사소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죄의 무게가 상당한데 비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 혹은 기업가들이 불법으로 만지는 금액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이라 하더라도 고작 집행유예로 풀려나가나 최소한의 형량만 판결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의 지위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얼굴을 보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높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밑에서 그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 대리인에서의 유찬은 단지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범죄 이력이 없고 범죄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다.

간신히 살인 혐의는 풀렸지만 여전히 마약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증명할 수 없어 어디에서도 취직할 수 없었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앞에 위축되기만 한다.

이 점 역시 요즘 각종 뉴스에 도배되다시피한 상류층이나 고위 인사의 자제들이 벌이는 마약 파티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된 처벌이 없는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마트 바닥에서 좌절하는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선배의 주선으로 그의 특기인 자동차를 모는 일 즉 it기업의 사장 수행기사로 취직하게 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편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수상하다.

전직 수행기사가 어딘지 미심쩍은 죽음을 맞았고 같은 수행기사 중 한 사람이 느닷없이 행적을 감췄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한 죽음에도 보도조차 되지 않고 대부분 사고나 자살로 처리되기 일쑤다.

게다가 누군가 의도적으로 건드린 듯한 사장 차의 엔진 이상을 발견하면서 유찬은 더 이상 모른척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의도치 않았지만 사건의 중심속에 휩쓸려간 유찬은 전임 수행기사의 죽음뿐만 아니라 갑자기 모습을 감춘 수행기사의 행적을 쫓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 즉, 자신이 누명을 쓴 사건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또 다른 동창과 계속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대리기사 알바를 하다 우연히 만난 동창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살인 용의자가 되어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뀌어버린 남자 유찬이 잇따른 죽음의 미스터리를 쫓아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은밀하게 벌어지는 전쟁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대리인은 소재도 흥미룹지만 이야기자체도 탄탄해서 몰입감이 좋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을 하는데도 서슴없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희생되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 모습이 요즘의 우리 사회의 한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했다.

이야기 전체가 잘 짜였고 가독성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늘어지는 점이 없어 단순에 읽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은 색다른 느낌을 줘서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상으로 만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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