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부크크오리지널 1
윤재광 지음 / 부크크(book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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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과 영생을 꿈꾸는 건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가진 게 많을수록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이런 욕망이 더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 평범한 사람들조차 이런 욕망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이 책 혼은 그런 평범한 사람이 영생을 꿈꾸면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진 것 없지만 마음이 고운 아내와 여섯 살 아들을 둔 가장이자 의사인 진우는 어느 날부턴가 평범한 아이들과 다른 아들 지호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리고 지호의 남다름이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조용한 마을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아내가 이끄는 곳으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사한 곳은 어딘지 수상한 구석이 많은 곳이었고 자신도 모르는 새 위험에 발을 담갔다는 걸 깨달았을 땐 모든 것이 너무 늦은 후였다.

노인들만 사는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

유난히 과묵한 사람들, 나이보다 기력이 좋은 노인들, 타지 사람을 거부할 뿐 아니라 뭔가 비밀로 둘러싸인 듯한 사람들의 행동...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이 마을의 이름이 장수마을이라는 점이다.

모든 것에서 이 마을의 비밀이 대놓고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이야기는 두 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현재 시점은 아들 지호에게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진우의 고민과 전격적으로 이사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이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아내의 비밀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라면 또 다른 시점은 과거 조선시대의 인물인 서삼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서삼이라는 인물은 날 때부터 엄마의 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랑받기 위해서 도둑질을 했지만 알고 보니 이 도둑질이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졌고 끝내는 다른 사람의 혼을 빼앗는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현재와 엇갈리듯 그려지고 있다.

이쯤 되면 이 마을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서삼이라는 인물이 가진 비밀 그리고 지호와의 연관관계가 어느 정도 그려지지만 군더더기 없이 빠른 스토리 전개가 다소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줘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엄청난 반전이나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분량이 길지 않아서 곁가지가 없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해서 가독성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

부담 없이 읽기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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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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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실종되는 사람의 수가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아이의 실종에 모든 포커스와 관심이 쏠리는 동안 성인의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인 실종이 이 정도의 수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가는 그 뉴스를 접하고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 데 여기에 역시 갈수록 늘고 있는 보험 범죄를 결부 시켜 아주 흥미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형사로서 우수했던 성환은 딸아이의 죽음 이후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 형사도 그만두고 민간 조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6년 전에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사라진 그녀 앞으로 거액의 보험이 들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환은 단순한 가출이나 실종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녀가 사라진 날의 행적을 쫓던 성환은 그녀의 남편을 만나본 후 그의 완벽한 미소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가 조사를 하면 할수록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그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사라진 그녀 문미옥의 지난 행적을 하나하나 조사하다 하나의 단서를 찾는다.

즉 그녀에게는 현재의 남편이 아닌 한때 동거하던 남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때에도 주변에서 아무도 그들의 사이를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두 사람의 결혼이 애정의 결합이 아닌 그 뭔가가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런 성환의 조사에도 남편 오두진의 알리바이는 완벽했고 사라진 문미옥의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마치 이 세상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처럼...

요즘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 때문인지 아내 앞으로 거액의 보험이 들어있었고 그런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맨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건 당연하지만 남편이다.

이 사건에서도 역시 경찰은 그럼 점을 염두에 두고 맨 먼저 남편 오두진을 용의선상에 올려 그의 행적과 알리바이 등 모든 것을 수사했지만 그에게 혐의를 둘 만한 사항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면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가 정말로 아내의 실종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무고한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완전범죄를 노리고 있다는 것...

조사하면 할수록 뚜렷한 혐의점은 없지만 남편을 향한 의혹이 짙어져만 가는 걸 보면 그가 무죄일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오히려 완전범죄를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심에 한몫하는 게 오두진이 파노라마로 만들어놓은 피규어 세트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나하나의 얼굴과 표정을 다르게 할 만큼 꼼꼼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파노라마는 웬만한 끈기와 의지가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 면에서 오두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 외로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잘 짜인 범죄 스토리였고 그 속에서 마치 섬처럼 서로 소통하지 못한 채 텅 빈 내면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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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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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통해 그 물건을 만진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능력인 이른바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가진 소녀와 살인도 예사로 일삼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대결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운데 이 책에서는 여기에다 하나의 더 흥미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시대가 지금 현재가 아니라 왕조가 있는 시대물이라는 점 그리고 살인을 예사로 일삼는 사람이 시대물에서 궁극의 위치에 있는 왕세자라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신분의 차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두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는 전적이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일단 암흑 검사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무엇보다 현직 검사라는 사실...

이런 걸 볼때마다 매번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나는 건 나만은 아닐듯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채 태어난 양반집 딸 서린은 하루아침에 가문이 몰락해 스스로의 능력을 봉인한 채 동생 아린과 함께 궁녀로 입궁하게 된다.

궁궐 사정에 익숙해지기도 전 사랑하는 동생 아린이 연못가에서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동생이 남긴 꽃신을 통해 실족사가 아닌 누군가가 동생의 등을 떠밀어서 벌어진 사건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밝히지 않고서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힐 수 없어 애만 타던 서린에게 왕세자 이 범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면서 서린은 왕세자이면서 신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범에게 의지하게 된다.

궁궐 사람들 모두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범이 처음부터 세자의 신분은 아니었다.

빈의 신분으로 범을 낳았지만 질투와 시기가 강했던 모친은 아비인 왕에 의해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했으며 중전의 몸에서 나온 어린 동생 헌에게도 밀려 대군이면서도 누구 하나 눈 길을 주지 않았던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그랬던 범의 신세가 뒤바뀐 건 아무도 모르게 세자인 헌이 탈 말의 등에다 작은 나무못 하나를 넣어 둔 덕분이었다.

그날의 일은 범으로 하여금 사이코패스로서의 본능이 깨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낙마사고로 오랫동안 숨만 쉬는 상태인 헌을 대신해 세자의 지위에 올라 모두를 발아래로 두는 권력의 맛을 알게 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표정을 연구해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범은 사람들의 눈에는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학식 그리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인자한 모습을 한 완벽한 세자였지만 그런 생활에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던 범의 눈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린이 눈에 띈 순간 또다시 은밀한 살의의 충동을 느꼈던 것

누구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던 범이었지만 그날 밤의 일을 마치 눈으로 본 듯이 이야기하는 아린에게 흥미를 느끼면서 두 사람의 대결은 치열해진다.

물론 범은 모든 걸 행한 자로서 모든 걸 아는 상태였지만 아린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범이 범인이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의 게임이라 그 결과는 뻔한 상태... 범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된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범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치밀한 계략을 짜고 그 걸 지켜보며 짜릿함을 느낀다.

일방적인 것 같은 두 사람의 싸움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세자 헌이 깨어나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타고나길 적자로 태어나 모두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던 헌은 범이 자신을 향해 질투와 적개심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데다 범의 음모로 그를 의심하던 서린은 궁궐에서 쫓겨나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지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사건에 직면하며 1권을 끝맺고 있다.

1권에서는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궁궐이라는 장소의 제약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기 힘들었던 서린이 언제쯤 헌을 향한 오해를 벗고 범과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제목과 표지에서 오는 가볍고 다소 엉성한 플루트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깨고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로 단숨에 몰입하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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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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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로 이름 높은 장용민 작가의 이번 신작은 그의 특기인 스릴러물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 장르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자신의 심장까지 내준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을 적절히 섞어놓았는데 읽다 보면 그의 다른 작품인 궁극의 아이가 연상되었다.

궁극의 아이에서는 미래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아는 초인류인 가야가 주인공으로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지만 그 속에 한 여자 앨리스를 향한 오롯한 사랑이 녹아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쩌면 작가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남자의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시스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전설이 담긴 물건을 손에 쥐게 된 누리는 부모도 모르는 고아에 지능도 다소 떨어지는... 남들의 눈에 불쌍하고 바보로 보이는 아이지만 언제나 웃으며 지금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아이였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물건이 고래의 후예이자 전사인 부치하난의 것이고 그 물건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굳게 믿는 누리는 자신의 짝인 올라를 찾아 나서게 되고 운명처럼 태경을 만나지만 태경이란 아이는 누리와 달리 세상을 원망하고 사랑 따윈 믿지 않는 속된 말로 닳고 닳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올라임을 알아 본 순간 누리에게는 누가 뭐래도 태경이 자신의 올라였고 그녀를 향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한 남자와 어릴 적부터 세상 풍파에 닳고 닳은 여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누구의 눈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어울리지 않는 조합 역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사랑은 어떤 장애물도 넘어설 수 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것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태경이라는 인물은 너무 어린 나이에 온갖 불행을 짊어지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반면 부모도... 배경도... 가진 것조차 없지만 언제나 웃으며 행복해하는 누리라는 인물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존재로 느껴져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떨어지는 지능의 소유자이면서 태경을 만나는 순간부터 보통의 사람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일 뿐 아니라

신비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작가의 의도라고 해도 왜 하필 태경이었나 하는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 모든 걸 버리고 이 땅을 떠나고 싶어 한 태경은 가족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밑바닥 삶을 살아가다 누리를 만나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잡은 게 비록 나쁜 놈의 것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서 새 인생을 살 기회를 잡고자 했다는 것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태경의 행위는 누구로부터도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새 출발을 위해 선택한 도둑질을 평소 남이 공짜로 주는 건 절대로 받지 않고 남의 걸 탐한 적이 없는 누리가 돕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속세의 때가 너무 많이 묻은 걸까?

어쩌면 소설을 그저 소설로만 봐야 하는 데 너무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민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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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 달 밝은 밤에 케이팩션 1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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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목멱산에서 느닷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만 천하에 드러나고 단서를 쫓아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서울 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한류문화콘텐츠 산업에 선정된 작품인 만큼 스토리도 탄탄하고 제대로 된 고증을 거친 작품인듯하다.

요즘 세상과 달리 과학적인 도구와 최첨단 기술이 없는 가운데 죽은 자의 사인을 밝히는 검험 즉 검시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와 그것을 이용한 방법에 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단서가 가리키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여느 스릴러 작품처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한류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겐 다소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가 많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연사가 아닌 경우 부검을 해서 사인을 밝히는 과정을 이미 고려 시대부터 시행해왔고 이를 세종대왕 때 보다 더 체계적이며 쉽게 주해를 더해 책을 편찬해 요즘 말로 매뉴얼화해서 널리 반포했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검험 산파로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성부 수사파 아란은 그 출신부터가 조금 남다르다.

비록 서녀이긴 하지만 양반가의 그것도 권세를 떨치고 있는 판부사의 서녀라는 것부터 그렇고 그런 그녀와 짝을 이뤄 검험에 참관하게 된 남자 윤오 역시 출신이 예사롭지 않다.

선왕의 자식 즉 왕제로 태어났으나 이미 세상에는 죽고 없는 몸이 되어 중인 신분의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굴곡 많은 인생

이렇게 현재의 신분은 한미하지만 남다른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목멱산에서 발견된 6구의 시신을 비롯해 같은 날 빈집 화재에서 발견된 또 다른 시신의 사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6구의 시신이 있었던 목멱산의 사건은 그중 5구의 시신의 상태를 보아 그곳이 석빙고였고 시신 역시 오랫동안 그곳에 비밀스럽게 안치되었음이 드러났고 나머지 1구의 시신 즉, 다른 시신들의 상태와 확연히 다른 상태였을 그뿐만 아니라 의복의 상태로 보아 고관 대작가의 사람임이 분명한 그 시신의 정체가 병판 대감의 외아들임이 밝혀지면서 주상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둔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한 가운데 검험을 하지만 뚜렷한 증좌는 나오지 않고 누가 흉수인지를 밝혀내는 일 역시 요원하다.

또 다른 시신에서는 살해후 불을 질러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시신의 몸 안에서 장기가 사라진 것을 밝혀내면서 얼핏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이지만 협조해 줘야 마땅한 병판부터 판부사 영감까지 은밀하게 손을 써 두 사람의 수사를 저지하는 가운데 보란 듯이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의심스러운 시신이 나올 경우 검험을 통해 사정을 밝혀내는 것이 당연하게 이어져왔지만 뚜렷한 법적 근거나 그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억울한 죽음도 묻히는 게 당연하던 시절

게다가 검험하는 자의 신분 또한 공노비이거나 다모와 같은... 관료들의 눈으로 보면 벌레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들이다 보니 그들의 경험과 능력은 쉬이 묻히거나 잊히기 마련이었고 얼마든지 죽음의 사인조차 바꿀 수 있었던 시대였다.

아란은 자신의 부모처럼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도록 노력하지만 그녀의 신분으로는 사인을 밝힐 순 있어도 그걸로 어찌할 수조차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란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보여준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 검험에서 드러난 증좌가 아닌 다소 뜬금없는 장치를 이용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쉽지 않은 용어로 인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재도 그렇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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