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평점 :
물건을 통해 그 물건을 만진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능력인 이른바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가진 소녀와 살인도 예사로 일삼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대결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운데 이 책에서는 여기에다 하나의 더 흥미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시대가 지금 현재가 아니라 왕조가 있는 시대물이라는 점 그리고 살인을 예사로 일삼는 사람이 시대물에서 궁극의 위치에 있는 왕세자라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신분의 차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두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는 전적이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일단 암흑 검사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무엇보다 현직 검사라는 사실...
이런 걸 볼때마다 매번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나는 건 나만은 아닐듯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채 태어난 양반집 딸 서린은 하루아침에 가문이 몰락해 스스로의 능력을 봉인한 채 동생 아린과 함께 궁녀로 입궁하게 된다.
궁궐 사정에 익숙해지기도 전 사랑하는 동생 아린이 연못가에서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동생이 남긴 꽃신을 통해 실족사가 아닌 누군가가 동생의 등을 떠밀어서 벌어진 사건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밝히지 않고서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힐 수 없어 애만 타던 서린에게 왕세자 이 범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면서 서린은 왕세자이면서 신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범에게 의지하게 된다.
궁궐 사람들 모두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범이 처음부터 세자의 신분은 아니었다.
빈의 신분으로 범을 낳았지만 질투와 시기가 강했던 모친은 아비인 왕에 의해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했으며 중전의 몸에서 나온 어린 동생 헌에게도 밀려 대군이면서도 누구 하나 눈 길을 주지 않았던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그랬던 범의 신세가 뒤바뀐 건 아무도 모르게 세자인 헌이 탈 말의 등에다 작은 나무못 하나를 넣어 둔 덕분이었다.
그날의 일은 범으로 하여금 사이코패스로서의 본능이 깨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낙마사고로 오랫동안 숨만 쉬는 상태인 헌을 대신해 세자의 지위에 올라 모두를 발아래로 두는 권력의 맛을 알게 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표정을 연구해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범은 사람들의 눈에는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학식 그리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인자한 모습을 한 완벽한 세자였지만 그런 생활에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던 범의 눈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린이 눈에 띈 순간 또다시 은밀한 살의의 충동을 느꼈던 것
누구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던 범이었지만 그날 밤의 일을 마치 눈으로 본 듯이 이야기하는 아린에게 흥미를 느끼면서 두 사람의 대결은 치열해진다.
물론 범은 모든 걸 행한 자로서 모든 걸 아는 상태였지만 아린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범이 범인이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의 게임이라 그 결과는 뻔한 상태... 범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된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범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치밀한 계략을 짜고 그 걸 지켜보며 짜릿함을 느낀다.
일방적인 것 같은 두 사람의 싸움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세자 헌이 깨어나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타고나길 적자로 태어나 모두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던 헌은 범이 자신을 향해 질투와 적개심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데다 범의 음모로 그를 의심하던 서린은 궁궐에서 쫓겨나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지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사건에 직면하며 1권을 끝맺고 있다.
1권에서는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궁궐이라는 장소의 제약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기 힘들었던 서린이 언제쯤 헌을 향한 오해를 벗고 범과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제목과 표지에서 오는 가볍고 다소 엉성한 플루트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깨고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로 단숨에 몰입하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