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의 대다수의 마니아님들은 동감하시겠지만, 책을 살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사놓고 바로 읽지도 않으면서 매달 알라딘에서 주는 적립금과 이벤트 당첨금 등 몇 천원을 쓰기 위해 주섬주섬 담다보면 한 달에 꼭 4~5권은 사게 된다. 물론 고수님들은 이 정도 갖고 뭘 그러느냐 하겠지만 이젠 더 이상 책을 꽂을 데가 없는 상황이라 멈춰야 하는데, 오늘도 9월 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 중고책 몇 권을 샀다. 

8월의 마지막 날, 8월에 산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 책



유일한 새 책이다. 글항아리 논픽션 시리즈 중 하나로 부제는 '전쟁, 속임수, 어리석은 제국주의 그리고 현대 중동의 탄생'이다.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스콧 앤더슨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중동 땅에 영국 정보원으로 파견된 토마스 E.로렌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중동이 난장판이 되어가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펼쳐낸다.' 이 책은 현대 중동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토마스 E. 로렌스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한 책으로 중동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큰 맘 먹고 구입했다. 880쪽의 무겁고 두꺼운 책으로 벌써부터 부담이 간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볼 수 있는데 러닝 타임이 장장 3시간 47분이라 못 보고 있다. 


중고책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를 다룬 논픽션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을 매우 인상 깊게 읽고 바로 구입한 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인생과 음악, 당시 레닌그라드 전투 실상을 어느 정도 알았으니 <시대의 소음>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스탈린 체제에서 한 예술가가 감당해야 했던 내적 갈등을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페르난도 바예호의 <청부 살인자의 성모>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이상하게도 나와는 안 맞는 책이란 생각에 반납하고 다른 콜럼비아 작가인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로 갈아탔다. 창비에서 나온 <폐허의 형상>도 찜해 뒀는데, 일단 대표작인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려고 한다. 향기로운 커피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나라인 콜롬비아가 이젠 마약과 폭력을 빼면 이야기할 것이 없는 나라가 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 책도 바로 마약과 폭력, 광기로 점철된 콜럼비아의 현대사를 다뤘는데, 이런 비극의 역사 속에서 또 어떤 개인의 삶이 추락할지 각오하고 읽어야 할 듯 싶다. 




올가 토카르추크, 선뜻 손이 안 가는 작가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부위의 운동도 해야 몸이 균형있게 발달하듯이 읽기 싫은 책도 읽어야 독서 근육이 생기겠지...라는 마음에 억지로 샀다. 사야 읽으니까...




필립 로스의 열혈 팬이신 새파랑님에게 자극을 받아 산 책이다. 미국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나머지 두 권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은 있는데, 순서대로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중고인데 거의 새 책 수준이라 기분이 좋다.




예전에 골드문트님의 리뷰를 읽고 찜해둔 책인데 이번에 중고로 나왔길래 구입했다. 사막 소녀 랄라의 삶을 통해 사막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들의 역사를 그려낸 소설로 1980년에 출간되어 아카데미 프랑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황금 물고기>도 갖고 있는데, 이 책을 먼저 읽어 봐야겠다.




예전에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읽었으나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배수아 작가 번역의 예쁜 책이 눈에 띄어 구입했다. 



오늘 산 책



내가 읽은 현대문학 단편집 중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다시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경험으로는 미국 남부 출신 여성 작가들은 뭐랄까...적당히 봐주는 것이 없는 좀 무자비한 데가 있는 듯 하다. 그 중 플래너리 오코너가 최고인 듯 싶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 한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 안 읽어도 괜찮을 책 중 하나였는데, 완역본에다 한 권이라 맘에 들어서 구입했다. 표지 그림은 오거스터스 에드윈 멀레디(Augustus Edwin Mulready)의 '런던 브리지에서의 휴식'인데 소설과 매우 잘 어울린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돌의 연대기>도 주문했는데, 품절이라고 연락이 왔다. 이 책 사려고 금액 맞춰 산건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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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8-31 21:09   좋아요 3 | URL
아! 역시 스콧님은 읽으셨군요! 최애 논픽션이라니 더더욱 잘 샀다 싶습니다.

시대의 소음은 저도 별로라는 생각에 안 읽으려고 했는데 죽은자들...읽고 마음을 바꿨답니다.

폐허의 형상은 스콧님 리뷰 읽고 찜한것이죠. 😉
저는 늘 좇아가기 바쁘지만 좋은 책들 먼저 읽고 소개해주셔서 늘 감사하답니다.

바람돌이 2022-08-31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플래너리 오코너 언제부터 읽자고 생각만 하고 있는 책.
쿨캣님 읽으시고 리뷰 올라오면 바로 달릴 준비할게요. ^^

coolcat329 2022-09-01 07:14   좋아요 1 | URL
제가 100자평은 썼는데 리뷰를 못썼네요.😅
처음에 좀 읽기 힘들었는데 참고 읽다 보면 정말 오코너만의 세계가 열립니다.

페넬로페 2022-08-31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에 주는 플래너리 오코너상까지 있더라고요.
이 책 집에 있는데 아직이예요.
저는 집에 있는 책부터 읽기로 해 당분간 ‘책 사지 않을 결심‘을 했어요**

coolcat329 2022-09-01 07:1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그 상을 받은걸로 알고 있어요.
9월엔 저도 책 사지 않을 결심!해볼까봐요~😆

레삭매냐 2022-09-01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책쟁이들은 일단 삽니다 -
그런 다음에 나중에 읽으면 됩니다.

저도 어제 그제 잇달아 책들을
샀네요. 뭐 읽으면 되죠 ㅋㅋㅋ

아주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coolcat329 2022-09-01 18:03   좋아요 2 | URL
오늘도 9월 감사적립금 천 원을 또 주네요. 😓

새파랑 2022-09-02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언급되어서 영광입니다~!! 저 필립 로스 읽은지도 오래된거 같아요. 전작하고 싶은데 유명한 책들은 다 읽어서 이제 손이 잘 안간다는 😅 열권이나 사셨군요~! 전 저중에 딱 세권읽었네요. 죄책감은 한순간일 뿐입니다 ^^

coolcat329 2022-09-02 19:03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요즘 바쁘신 거 같아요. 필립 로스 많이 읽으신 거 같은데 읽을 책이 또 있군요. 😯
죄책감은 한순간! 정말 맞아요.ㅠ
사실 저기서 한 권 더 추가해야해요. 몰랐는데 한 권 더 샀더라구요.
여유있는 주말 되시길요~

mini74 2022-09-02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적립금이 덫 같습니다. 책쟁이들의 덫....ㅎㅎㅎ 적립금 천원을 놓칠 수 없어, 하면서 덥석 미끼를 물지요 ㅠㅠ

coolcat329 2022-09-02 19:05   좋아요 1 | URL
아휴 적립금 천 원이 왜 그리도 커보이는지요. 🥺 그거 안 쓰면 계속 생각나고 찜찜하고 ㅋㅋ
미니님 좋은 주말 되세요!

scott 2022-09-04 00:18   좋아요 1 | URL
짠돌이 알라딘
적립금 던져 주는 시간을 알려 줬으면 좋겠어요
앱 터치 안하게 ㅎㅎㅎ

얄라알라 2022-09-03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을 읽었을 땐, 죄책감...말씀하셔서 8월 한달 이렇게 많은 책을 사셨을지 몰랐어요.

마침 저도 어제 올리버 트위스트 주문했는데, ^^ 반갑네요 쿨캣님 서재에서 보니까

coolcat329 2022-09-03 08:10   좋아요 1 | URL
9월엔 ‘사기‘보다는 ‘읽기‘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 사셨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