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던건 울지 않으려는 마지막 안간힘이였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은채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숨은 진짜 뜻은 알아달라는것. 괜찮치 않다고, 아프다고, 당신이 달려와 주길 기다린다고, 하지만 센스없던 그 남자는 결국 그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괜찮다는 말에 안심이 된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 남자와의 관계를 끊었고.-ㅁ-;;)
그런데, 여기 한방에 전화기 넘어의 상대의 마음을 꽤 뚫어 보는 남자가 있다. 게다가 아홉시간을 달려 (비행기가 뜰 아침까지 기다려 줄 수 없었다) 그녀에게로 달려간다.
-무리하지 말라고 하기는. 무리하게 만들잖아. 아홉시간이나 걸린다고...
결연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부여잡은 그가 내 뱉은 말이다. 하지만 달려간 곳에 그녀는 일때문에 그가 떠나온 곳으로 심부름 간 상황... 핸드폰도 없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못해 답답해 하면서 그가 말한다.
-돌아갈게요. 오기로라도 붙잡고 말테다. 야마자키에게 연락 부탁해요. 절대로 돌려보내지 말라고.
그리고 만난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어제 널 만나러 도쿄에 다녀왔다고 말해주며 전화했을때 훌쩍이고 있었던 이유를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그녀에게 역시 아무일 아니라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그럼 끊고 나서 울었겠지.
아, 정말 이 남자는 뭐든 알고 있는거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의 뒤에서 줄곧 그녀를 봐왔으니까. 어떨때 우는지, 어떤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하는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울지를 알고 있는거다.
허니와 클로버 시즌2를 보고 있다. 마야마 뒤에서 계속 눈물흘리던 야마다 에게 그녀의 뒤를 묵묵히 지켜봐주는 남자가 나타난다. 시즌1에서는 너무 날카로운 말들로 좀 얄밉다 싶었는데 이젠 멋진 남자가 되었다.
떠나는 그녀에게 그가 고백한다.
-어쩔 도리가 없어지면 날 불러.
그가, 노미야처럼 어쩔 수 없으면 날부르라고 말해준건 아니지만, 나는 이제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냥 그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