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폭우가 내려쳤다. 토요일 밤 열한시경 나는 폭우가 내리치는 서해안 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해안 대교를 건너고 있는 차 안에서 자고 있었다. 폭우가 내리치는지 어쩌는지 운전자가 졸린건지 어쩐건지도 모른채로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열시두 사십분 가량 나는 우리집 마당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한 내 손에는 항아리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가 들려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폭우를 뚫고 운전하던 그는 잠도 깨고 쉬어도 갈겸 휴게소에 들렀다고 했다. 거기에서 커피를 한잔마시고 혹시라도 내가 중간에 잠에서 깨면 마시라고 바나나맛 우유도 샀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고 시원한 음료는 잠을 깰것 같아서 바나나맛 우유를 골랐다고 했다.  혹시 깨면 마시라고 하려고 했는데 깨지 않고 잘 와서 다행이라는 말과 잠 깨기 전에 어서 들어가서 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를 우리집 마당에 데려다 주고 잠도 채 깨지 못한 내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현관에 들어설때 까지 그는 헤드라이트를 비춰주었다. 현관에 들어서고 방으로 비쳑비척 걸어갈쯤에야 현관을 향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헤드라이트 빛은 오른쪽으로 큰 원을 그리며 사라져 갔다.

나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씩 웃었다. 아, 사랑스러운 녀석. 나를 데려다 주기 위해 제법 긴 시간 돌아서 왔었야 했음에도 그 시간 자고 있는 나를 위한 배려라니. 현관에 들어설때까지 헤드라이트를 비춰주는 센스라니.

나는 지금 그 바나나맛우유에 빨대를 꽃아  쪽쪽 소리를 내며 마시고 있다.

 

2.

요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를 재미나게 보고 있다. 그 드라마의 지난회에 이종석의 꿈에 이보영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이보영은 드레스가 불편하니 어서 잠에서 깨라고 하고 이종석은 내 꿈이니 내 맘대로 할꺼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대사가 너무 귀여운거다. 그리고는 이보영의 이마와 볼에 쪽소리나게 뽀뽀를 하는 이종석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다. <남자>의 범주에 연하남은 포함시키지 않는것이 개인적 취향이지만 이런 연하남이라면 과감히<남자>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좋을만큼 사랑스러워 보였다.

 

3.

직장을 옮기고 좋은점 중 하나는 출퇴근 시간이 전에 비해 길다는 것이다. 하루에 2번 40분가량의 드라이브를 보장받은 셈이다. 전에 비해 길어진 출퇴근 시간에 나는 주로 노래를 듣거나, 졸거나 그것도 아니면  반은 노래를 듣고, 반은 졸면서 드라이브를 즐긴다. 어제도 나는 반쯤 졸고 반쯤 노래를 들으며 꿀렁거리는 버스 안에 있었다. 그런 내 귀로  흘러 들어오는 노래 가사는 이랬다.

<잘지내니 이쁜사람. 여전히 내겐 그런 사람.

  보고싶다. 이쁜사람. 싱그럽던 눈웃음도>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여전히 내겐 이쁜 사람인 누군가를.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가진 누군가를.

 

4.

사랑스러운 일요일 밤이다. 그리고 나는 일을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13-07-29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종석이요~ 이종혁은 '아빠 어디 가'에 출연 중이에요. 읽으면서 뭔가 어색했는데 뭐가 문제지? 하다가 검색해 봤어요.ㅎㅎㅎ

따라쟁이 2013-07-29 20:3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의 수정이 있었으니 본문은 그냥 두는걸로 ㅎㅎㅎ

감은빛 2013-07-3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우를 뚫고 서해대교를 운전하기란 쉽지 않았을텐데요.
게다가 밤이라면 더더욱.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 것이 좋은 일이군요.
한가한 따라쟁이님이 부럽사옵니다!

따라쟁이 2013-08-18 14:47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요즘도 한가해용 ㅎ
 

 

 

 

 

 

 

 

 

 

 

 

 

 

1.나는 이 소설을 그다지 흥미롭게 읽지 않았다. 중반부 부터는 부디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아니길 바라다가,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그려지는 책장을 넘기면서 끙 하는 소리를 냈었다.하지만, 다들 퇴근하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에 이곳으로 출근하려고 할때면 나는 파리 어딘가로 해질무렵 출근하던 남자가 나인것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해질무렵 출근하는 것도, 출근해서 밤새 하는 일이 모니터를 보는 일이란 것도, 벨소리가 들리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것도 , 그리고 이렇게 늦은 밤 노트북을 딸깍거리며 타이핑 하는 것도 나는 파리 어딘가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남자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내가 봐야 할 모니터는 총 아홉개라는 것과, 나에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정도.

 

2. 안개가 앞을 가린 어느 강가에 여러명의 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한 내가 함께 모여 살고 있는 꿈을 종종 꾸곤 한다. 그녀들은 그때 내가 불리던 별명을 이름으로 가지고 있다. 그곳에 모여 있는 그녀들 속에는 지금의 나도 있다. 서른살쯔음의 나. 그리고 그 마을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그 남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모든 나와 사랑에 빠진다. 종종 서른쯔음의 나와 섹스를 하기도 하고, 다른 나이의 나와 섹스를 하기도 한다. 그곳의 모든 그녀들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지금의 나와만 연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꿈을 나는 스물 일곱정도부터 잊을만하면 한번씩 꾸곤 했다. 그래서 마가렛 타운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꿈에서 책을 읽고 있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때론 소설속 상황이 말도 안되게 내가 어제 꾸었던 꿈의 일부거나, 아주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는 꿈의 일부와 같을때, 나는 내가 꿈속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건지, 내가 책을 읽는 동안 꿈을 꾸는 것인지, 이게 그러니까 현실의 내가 책을 보는 것인지, 뭐가 뭔지.....

 

3.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종종 문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사람이 간혹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만나지도 통화를 하지도 않는 이사람과 이메일 혹은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마치 내가 만들어낸 허구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혹은 어느 소설의 끝처럼 나는 사실 아무와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참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다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사실은 그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처럼 말이다. 내가 이 사람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이유는 전화벨 소리 대신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이라고 시작되는 안내 멘트가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4. 귓가에서는 빗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듯 하다.

 

 

5. 망상, 환청, 환각, 인지능력의 불분명. 정신질환이라고 진단하기 좋은 모든 것들이로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한달에 십칠일쯤 출근하는 직장 스케쥴에 맞춰서 출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좀 늘어지는 경향이 생긴다. 삼일 일하고 나면 하루쯤 쉬게 되어 있는데 확실히 좋은점 하나는 월요병이 사라졌다. 오늘이 무슨요일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출근을 할것인지, 아닌지, 밤을 세워 근무해야 하는 날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요즘>엔 시간이 좀 남아서 인지 인기있다는 드라마도 보게 되고, 영화도 제법 보게 되고 낮잠도 맛있게 자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다.

 

근무가 오락가락 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같이 놀아줄 사람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쉬게 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새삼 돌아보니 내 주변에는 잉여로운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아... 정말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그래, 열심히 살아서 나에게 맛있는것을 사주면 되지. 생각보다 잉여로운 사람이 주변에 없는 관계로 요즘엔 혼자 무엇을 하는것에 대해 자연스러워 졌다. 혼자 컬투 공연을 다녀오고, 혼자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시러 가기도 한다. 영화관을 들어서기전 스넥바 코너에서 오렌지 에이드를 하나 주문하는 일은 이제 거의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이렇게 혼자 움직이는것에 대한 단점을 꼽자면 이인분씩 파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와인 한병을 시키면 혼자 다 마시지 못하고 나온다는 점. 다행인 일은 집 근처에 생긴 파스타집에서 와인을 과도하게 바가지 씌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인마트 가격에서 만원정도 더 붙은 가격에 와인을 내놓는다.  종종 늘어지게 더운 오후에 스파클링 와인 한병을 마실때 까지 눈치주는 사람도 없는 단골가게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와인한병을 다 마시도록  한사람을 생각하며 웃을수도, 추억할 수도, 그리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역시 좋은 일이다. 미치도록 바쁘게 몰아치는 생활이 정리되자 마자 나는 간사하게도 누군가를 다시 생각하고, 그리워 한다.

 

2.직장이 바뀌었다.

미치도록 바쁘고, 정신없고, 격한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한꺼풀 벗고보니, <요즘>의 나는 상상이상으로 잉여롭다. <한가하다>라는 말이 얼마나 축복스러운 일인지 몸소 경험하고 있다. 출근해서 근무시간동안 나는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제외하면 아주 조금도 직장생활에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는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시간, 점심시간, 아침에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시간과 오후에 시원한 냉커피를 마실시간 모두가 업무시간에 포함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추가근무, 시간외수당, 휴일특근, 업무의 연장같은 회식따위는 전혀 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3. 그러니까 지금 이글은 내 친구가 나 하는거 봐서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을 주겠다고 해서, 그래서 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친구에게 내가 조금은 이쁘게 보였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이렇게 지내고, 이렇게먹고,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3-07-1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직장이 바뀌었군요. 직장이 바뀌면서 그전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아 다행이에요.
건강은 어떤가요? 지낼만해요? 여튼 다시 돌아와 이러고 있는 걸 보니(응?) 반갑네요. ㅎㅎ

따라쟁이 2013-07-18 14:08   좋아요 0 | URL
엄청 여유로워졌죠. ㅎㅎㅎ 이제 서서히 출근준비할려고 하는것만 봐도 그렇고 ㅎㅎㅎ
건강상의 문제는 차차 나아지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이러고 있는게(응?) 저도 참 좋으네요 ^-^

감은빛 2013-07-1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거 제가 엄청 부러워하는 삶인데요!
여유있는 삶! 한가한 일상! 이런거요.
물론 저도 일하다가 짬을 내서 페이퍼 하나를 쓰고,
퇴근 시간을 앞두고 알라딘 서재를 돌아다니며 글을 읽고,
댓글을 달 정도의 여유는 가지지만,
어떤 날은 정말 화장실 가거나,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없이 바쁜 날도 있어서요.

건강 상의 문제라니? 어디 아프신가요?
조금씩이 아니라 빨리 확!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따라쟁이 2013-07-18 20:12   좋아요 0 | URL
네. 저 이제 한가한 여자에요.ㅎ
 

"이히힉.. 으헉!!!!"

아주 괴기스러운 비명소리는 내 목을 타고 올라와 제법 긴 복도를 따라 달려 나갔다.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죽인채 어두운 복도를 걷는 나를 따라 왔던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내가 엘레베이터를 벗어나, 화장실이 보이는 곳으로 모퉁이를 돌았을 때 내 뒤에 바짝 붙어 모습을 감췄을 수도 있다.
산중턱 쯔음을 깍아 내려 지어진 건물은 아닐지라도 분명 지대가 높은것도, 건물 뒤편으로 산세가 제법 우거진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지형때문에 그것이 자주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내가 이곳에 처음 왔었을 때 부터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설마 그것이 나타나겠냐는  안일한 안도감에 나는 그동안 이 곳의 검은 복도를 걸으면서도 그것을 전혀 조심하지 않았다. 나의 안일함을 틈타, 그것은 그렇게 내 등뒤에 바짝 붙어 있었던 것이다. 엘레베이터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 화장실에 들어 서기까지 나는 그것이 그토록 나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화장실에 들어서 거울을 보았을때, 거울을 통해 나는 그것과 마주했다. 온몸에 잔털이 서고, 소름은 머리속까지 돋아나는 듯 했다. 이성적인 판단이 채 서기도 전에 입을 통해 괴기스러운 비명이 먼저 터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내 어깨에 있는 그것을 떨궈내기 위해 온몸을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그러면서도 채 다시 거울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것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미쳐버릴 지도 몰랐다. 공포란 그런것이다.
그리고 투툭...
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리는듯 했다. 하지만 그 미세한 소리가 내게는 순간 유일한 희망이였고, 그것의 존재를 확인할 용기를 주는 소리였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발밑에서. 그것은 유유히 서 있었다.

헙.
두번째 그것을 마주하고 보니 이젠 숨이 들이 마셔지며 채 밖으로 비명을 쏟을 수 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다시 다가오기 전에 필사적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도와줘. 누구라도 좀. 도와줘. 간절하게 외치며 들어서 아직 불이켜진 사무실안으로 벅찬 숨을 들이부었다.

"왜... 왜그래?"

그 밤을 같이 보내주던 동료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과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겪었던 공포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동료가 그것을 출현을 믿어줄까? 나에게 헛것을 보았다고 하면서 나를 공포속으로 홀로 밀어 넣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나는 입을 열었다.

 

"귀..

 귀...
 귀...

 귀뚜라미~!!!!!"

 

동료의 눈이 아주 커다래졌다가 실처럼 얄팍해진다.

"웃지 말아요. 완전 컸다고, 화장실 거울로 보니까 내 어깨 위에 있었다구요. 눈이 마주쳤다니까."

동료는 이제 흔들리는 어깨와 새벽을 깨우는 커다란 웃음소리를 감추려 들지도 않았다.

산밑이라 제법 커다란 귀뚜라미가 종종 나타나 화장실앞을 지키고 있다는 괴담을 종종 듣기는 했지만, 내가 그것을 마주할 줄이야.
그것이 내 어깨로 올라탈 줄이야.


한동안 그것의 눈동자가(눈동자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귀뚜라미는 없다고 동료가 이야기 했지만)기억을 어른거릴 것만 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끈적한 여름밤에는.
이런 책은 못 읽게 법으로 정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남자 주인공의 소유욕이, 농도높은 정사씬이, 현실성 없는 사랑이야기가
참 끈적 끈적 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끈적한 여름밤에 로맨스 소설은 역시 에어컨 없이는 읽지 않겠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3-07-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홍의 이지환 책이군요. 제목이 참 좋다, 폭염이란 제목이.
근데 뭐가 저렇게 두꺼워요. ㅋㅋㅋㅋㅋ
이 책 별로 안궁금한데 '농도 짙은 정사씬'은 좀 궁금하네요? 옮겨 적어 이메일로 좀 보내주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쟁이 2013-07-18 14:05   좋아요 0 | URL
저 두꺼운 책중에서 한권정도는 정사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메일로 보내기엔 내용이 좀 많은데..제가 요즘 좀 잉여로운지라 노력해볼게요 ㅎㅎㅎㅎ

따라쟁이 2013-07-19 01:51   좋아요 0 | URL
메일로 일단. 맛보기 정도만 보냈습니다. ㅎㅎㅎㅎ

감은빛 2013-07-1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뚜라미가 그렇게 무서운가요?
예전에 농사짓는 마을 빈 집에 들어가 살 때는
집안에서 이름도 알기 어려운 온갖 곤충들과 불시에 마주치곤 했어요.
그때 같이 살던 형이 좀 겁이 많아서 가끔 한밤중에 자기 방으로 저를 부르곤 했지요.
도시에서는 모기와 파리, 바퀴벌레 정도 외에는 볼 일이 없네요.

그 '농도 짙은 정사씬'은 저도 궁금한데요. 저도 쫌! ^^

따라쟁이 2013-07-18 20:14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귀뚜라미가 무섭습니다.
그녀석 때문에 복도 바닥에 주저 앉아 운적도 있어요.

정사씬. 후~

마노아 2013-07-1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드로 치지 말고 사진 찍어서 이메일로 좀 보내봐요! 첨부파일이면 충분해요. ㅋㅋㅋ
예전에 살던 집에 화장실에 귀뚜라미가 꼭 변기 안에 있었거든요. 정말 공포였어요. 쌀 수도 없고 안 쌀 수도 없는 괴로움!!!

따라쟁이 2013-07-19 00:52   좋아요 0 | URL
음.. 그러니까. 다들 이메일이 필요하신거군요. 첨부파일이든 워드든 뭐든 하여튼 보내야 되겠군요,

좋아요, 저의 잉여로움을 한껏 만끽해 보도록 할게요. ㅎㅎㅎㅎ

따라쟁이 2013-07-19 01:51   좋아요 0 | URL
2000자 정도만 메일을 허용하네요, 2000자 안에서 알차게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마노아 2013-07-19 07:22   좋아요 0 | URL
어휴, 어찌나 알차던지, 아침 댓바람부터 코피 퐈! 타이핑 하느라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ㅋㅋㅋ

조선인 2013-07-1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깨에 귀뚜라미... 납량특집이네요.

따라쟁이 2013-07-19 09:17   좋아요 0 | URL
네. ㅠㅠ 저는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오싹해요.
 

1.

그가 화가 난 대상은 내가 아니였다. 그것은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의 화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화를 낼 대상을 잘못  찾았음에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없이 나를 원망하고 그의 입은 여전히 거칠게 욕설을 내밷는다. 누군가의 화를 이토록 정면으로 마주본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돌아서서 생각한다.
그에게 분노는 어쩌면 살아갈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든 그 조차 하지 않으면 살아갈 힘이 한개도 남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조차 하지 않으면 그가 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수 있으니까. 그저 그가 화를 내도 좋을 대상 정도로 내가 가볍게 보여진 탓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가당치 않은 화를 받은것에 울컥했던 기분을 가벼운 신음 한번과 함께 다시 구겨 넣는다.


분노와 원망과 절망을 오가는 사람들 속에 살고 있다.

 

 

2.

얼마전 진격의 거인이 검색어 상위를 차지 했을때 잠시 갸웃 했다. 이미 출판 된지 제법 되어 열권이나 나온 책이 왜 이제서야 갑자기? 했더니만 에니메이션으로 방영된단다. 그것도 일본과 동시에. 분노와 원망과 절망 사이를 절묘하게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보면서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는 없어."라고 몇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그렇다. 아직도 나는 작가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가지만 그려내기에도 무겁고 과한 분노,원망, 절망들을 미친듯이 그려낸 작품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작화였다. 작화가 좀 떨어지는거 아닌가? 싶었던 작품이 에니메이션화 된다는 이야기에 잠시 갸웃했다. 에니메이션화 되면 스토리보다 작화의 단점이 부각되어 혹시 좋은 작품이 평가 절하되는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에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진격의 거인은 원작보다 작화가 좋다. 게다가 지면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던 활동성과 속도감이 붙어 오히려 원작보다 더 쌈팍한 에니메이션이 되어 돌아왔다. 분노와 원망과 절망을 오가는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려며 감상중이다.

 

3.

다시 돌아와서 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 분노와 원망을 모두 풀어낸 후에 그에게 남은 것은 절망이였나보다. 이로 자신의 팔뚝을 물어뜯고 끊임없이 허망한 눈동자를 둘 곳 몰라 한다. 혹여 그 절망의 끝에 삐뚤어진 선택이 있을까 싶어 염려스럽다. 나에게 욕설을 내뱉은 사내의 깡마른 등골이, 불면의 밤이 안스럽다.

 

어둠속에 잠시 마주친 눈빛이 내내 마음이 쓰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