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가 되어서 나는 정확히 <서른>살이 되었다. 되어버렸다고 해야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서른>은 내게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였다. 뭔가 확고한 인생의 목표가 생길것 같고, 철없던 10대와 방황하던 20대를 거쳐, 안정적이고, 더 큰 고민이 없어보이는 나이. 이제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철이 없고, 인생을 방황하고 있다. 아.. 그니까. 서른은 안정적이고 큰 고민이 없는 나이가 아니고, 그렇게 보여져야 할 나이인가 보다. 인생의 무게를 입고, 책임을 껴안고, 힘들고 어렵지만 이제 철부지 처럼 어딘가에 징징거리며 아프고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있는 나이가 더이상 아닌거지. 방황은 계속하고 고민은 계속 되지만 겉으로는 마치 모든 대답을 얻은것 마냥 여유있게 굴어야 할 나이가 된거지.. 더이상 고민과 방황과 실수들이 <미숙> 함으로 보여지며, 경험을 쌓고 나면 하지 않을 일들이 아니라. <부족>함으로 보여지며, 과거에 겪어야 할 일들을 뒤늦게 겪고 있는 일들이 되는거...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버린거다.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 하는 것만으로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식사를 하다 트림을 할 수도있고,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도있고, 돈을 못 벌어도 되고, 중요한 친구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27P)
나의 동경의 나이는, 모든것을 얻은 나이가 아니라, 마치 모든것을 얻은것 처럼 굴어야 할 나이였던 거다. 하루 하루 더 멀어져 간다고 감성적으로 지나간 추억을 노래할 나이가 아니라, 죽으라고 내일을 뛰어야 할 나이 라는것을 서른이 된 아침에 뒷통수를 후려 맞듯이 깨달은 거다.
나는. <서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