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취향 - 일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특별한 여행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7년 6월
평점 :
새해가 밝았다고 이루고싶은 소망을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것, 여행!
그래서인지 자꾸만 여행기를 찾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여행의 취향』
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달랐던 점이 '일상 같은 여행'을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하기 힘든 일상과도 같은 여행.
그녀의 여행이 궁금하였습니다.
저자 '고나희'씨의 '여행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늘 떠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떠남 이외의 시간이 내 삶에 있었고, 떠남만을 즐긴다면 내가 허비하게 될 시간은 너무 많았다. 반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이방인으로만 있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나는 여행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었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으로, 여행을 일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평범함과는 거리를 약간 둔 조금은 새로운 일상, 새로운 곳이지만 평안함과 익숙함도 느낄 수 있는 여행.
그러기 위해 익숙하고 낯익은 것을 낯설고 특별하게, 낯선 것을 가깝고 편안하게 대하고자 노력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한편, 나와 다른 타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자 나의 일상은 여행을 닮아갔고, 나의 여행은 일상을 닮게 되었다.
신선하면서도 편안한 시간을 찾기 위한 여행과 일상에는 언제나 나의 '취향'이 함께 해왔다. 여행의 취향, 내게 여행과 일상, 나아가 이를 모두 포괄한 삶이란 결국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로였던 거 같다. 그 누구보다 어떤 다른 이보다 알기 어렵지만, 알아가는 게 중요한 존재인 '나' 자신. - page 4 ~ 5
그녀의 말에 공감을 하였습니다.
늘 떠날 수 없음에 '떠남'을 동경하는 마음 역시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을 하곤 합니다.
또한 막상 떠난 곳에서 익숙함을 찾기란 어려운데 그녀는 마치 그 속에 스며든 모습이 너무나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며 '나'를 찾아가는 그 속에 저도 그녀의 곁에서 '일상여행'을 떠나고자 하였습니다.
<여행그릇>을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여행그릇, 여행을 오롯이 담고 남기는 것. 찰나의 순간과 감흥을 남길 수 있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행하고 느낀 것이라도, 실체 없는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여행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 page 36
무릇 여행그릇이란 내 여행의 의미와 기억을 담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상당한 기간 그 역할을 기록과 사진이 수행해왔다. 그러다 특정한 아이템을 또 다른 여행그릇으로 삼게 되었다. - page 37
저 역시도 '여행그릇'은 그저 사진과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끼고 있었던 여행책자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다녀와선 사진과 책자는 쳐다보지도 않게되고 그 여행의 의미는 일상으로의 컴백과 함께 묻혀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때론 여행을 다녀와 그 곳의 기념품을 사오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왠지 그 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묵묵히 그 자리에 언제든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 여행과 일상, 삶의 공간을 나누며, 나의 삶을 나의 취향과 방식으로 담아내주는 여행그릇인 그들이 고맙고 친숙하다. - page 39
이제라도 나만의 '여행그릇'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 그릇이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가족, 아이가 포함되어 더 크고 깊어졌을 것 같지만......
<주인공>에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가 하는 여행이고 내가 사는 삶이니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자 무던히 노력해왔다. 그렇게 하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빛나야 했고 가장 많은 걸 잘 누려야 했다. 그러나 와이탄의 야경을 대하며, 나를 비추는 대신 건축물로 향하는 빛을 경험하며, 내게 당연하고 분명해 보이던 사실이 나의 바람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주체가 나인 것이야 분명하지만 나의 삶은 나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는 다양한 인물, 사물, 시간, 장소, 가능성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무수한 것이 나와 함께 나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모두 통제하고 관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도 안 될 일이었다. 나의 소중한 삶을 나와 함께 이뤄주는 다른 '누군가'와 다른 '무엇'에게 그들의 몫을 인정해주고 나눠줄 줄 알아야 했다. - page 154
이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삶은 어떠한지......
그저 내 중심으로 내가 돋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과한 욕심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것이라곤 왠지 모를 외로움과 아쉬움들......
이제는 내 욕심을 놓고 주변을 살피며 때론 주인공처럼, 때론 조연처럼 그렇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여행.
'일상'이라고 하기엔 조금 특별했고 '여행'이라 하기엔 조금 평범했던......
그 미묘한 차이의 기로에 놓여있었고 그 사이를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낯선 곳으로 향하지만 그 낯설음에서 느껴진 익숙함이 또다시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하고자 떠나지만 결국은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일상으로의 복귀.
하지만 그 때의 시간과 공간, 사람과 사건들이 있기에 심심할 것 같은 일상도 특별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