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못말 김요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밤'이라는 시간.

저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낮동안 정신없이 주어진 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면 밤은 나를 위한 여유를 간직할 수 있는 시간.

그렇기에 낮보다는 밤을 더 그리워하고 그 시간에 잠을 청하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하지만 제목보다 더 인상깊은 소개글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사색을, 망설임을, 불면을,

늦은 새벽과 이른 아침을 모두 안아줄게요"


잠들지 못하는 우리의 새벽을 채우는

못말의 아물지 않은 문장들

저에게 딱 맞는 책 같았습니다.

쉽게 잠 못 이루는 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타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자 '못말 김요비'의 소개도 인상깊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 굳이

한 계절을 더 사는 사람.


닫혀 있을수록

뜨겁게 드나드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시즈코 모리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


내일도 그럴 사람.

저자 역시도 가슴 속 깊이 '외로움'을 간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 때 왠지 저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서로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을 이어갈 듯한 느낌......


책 속의 이야기들은 무심히 끄적인 글같아 보이지만 그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같고 '공감'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어둠을 향해 그와 함께 달리다보면 어느새 밝아오는 빛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왠지 그와 멀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선뜻 그의 문장을 읽어가기가 싫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가 말하는 '밤'의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기에......


이 책에서 <다만 고개를 들어보렴>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너의 가슴 깊은 곳 유랑하는 외로움

기어코 한 떨기 수선화로 싹 틔울 때


그렇게 한 줌 햇살의 따뜻함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느껴질 때


다만 고개를 들어보렴

나, 거기 있을 테니 - page 57

저에게 이 책이 그랬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초보 엄마의 역할로 낮동안은 내 시간이 없다가 다들 잠든 밤이면 나만의 시간이 되면서 문뜩 찾아오는 외로움에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끔 번아웃이 되었을 때 곁에 둔 책들이 왠지 자신은 이곳에 언제나 있다는 듯이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았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제 곁에 두었던 책들이 생각나면서 살며시 바라보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그 곳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책들.

그 책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도 제 책들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잃다>를 읽으면서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감수성을 잃어갔다

소모가 하루의 전부였고

진심은 평수를 줄여갔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거부

잃는 것에 대한 과민

나를 고립시키는

나였다 - page 141

서툰 육아와 살림 살이로 내 하루의 대부분을 소모하고

내 진심보다는 아이와 남편에게만 눈길이 갔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부하고

결국

저를 외롭게 만든건

저였다는 점......

너무나 제 모습이었기에 살짝 눈물이 고이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새벽이 찾아와버렸습니다.

그의 글이 제 어둠을 포근히 안아주었기에 그다지 외롭지않게, 마음의 상처는 아물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온 빛이 두렵기보다는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예정입니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왠지 그의 이야기가 다시 저를 안아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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