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이바구 - 이바구스트 손반장이 안내하는 색다른 부산 여행
손민수 지음 / 인디페이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우와~여름이다!

여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아무래도 '바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지만 특히나 '부산'의 해운대가 계절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우리 앞에 나타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

그래서 더 가고 싶은 로망이 있는 곳.

이번에 이 책을 계기로 이번 휴가지는 '부산'으로 떠나보고자 합니다.


 

 


'산복도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곳엔 우리의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최근에 방송매체에 소개가 되어 방문객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자 역시도 부산 토박이였지만 급하게 집이 필요해서 가게 된 이 곳.

이 곳에 대한 인식은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점 그에게 산복도로의 풍경들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곳곳에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어서 짝사랑에 빠진 것마냥 이 곳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고 이렇게 우리에게 이 곳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였습니다.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산복도로'.

스토리텔러 '손반장'과 함께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풍경이 있었고 사람냄새가 존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옛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지금의 우리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이 두 곳이 가고 싶었습니다.

​<168계단>과 <아미동 비석문화 마을>


 

 

<168계단>을 이야기하는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68계단은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삶이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부산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위대한 유산이다. - page 75

이 계단에 관한 이야기.

저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빗대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어머니들은 이렇게 우물에서 물을 길어 계단을 힘겹게 올랐고, 아버지들은 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없을 때 산동네 집에서 하루 종일 바다를 보는 게 일이었다고 합니다. 바다를 보다가 배가 딱 들어오면 지게 하나 메고 미친듯이 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네? 그건 또 왜요?"

"그건 부산항에 도착한 순서대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여기 168계단에서 먼제 내려가려고 서로 부딪히고 넘어져 다치기도 하셨답니다. 다행히 부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날에는 그 힘들었던 부두 노무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연탄 두 장 짚에 묶어서, 아니면 막거리 두 통 받아서 이 계단을 힘겹게 오르셨던 거구요." - page 88

왠지 이 계단은 해 질 무렵에 올라가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퇴근하고 힘겹게 올라오실 아버지의 모습.

어머니의 마중.

'가족'의 의미도 느낄 수 있고 우리네 '삶의 무게'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아미동 비석문화 마을>.

이 곳은 '행복마을'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 담긴 이야기는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는 전부 다 비석이에요. 그러니 비석문화마을이지.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곳이니 일본 귀신을 본 사람들도 많아요. 이 좁은 공간에서 네 명 다섯 명, 아이고 말도 마세요. 아이들은 어찌나 많은지...... 하루 종일 도청까지 물 길러 갔다가 그 먼 길을 물동이 이고 두 번 갔다 오면 물이 끊겼어요. 진짜 그때 물 생각만 하면 지금도 진저리가 나. 겨울에는 또 어찌나 춥던지......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이에요 천국." - page 237

그래도 이 곳이 '행복마을'이라 부릴 수 있는 것은 틈 없는 집들 사이에 서로서로 닿아있는 이웃간의 정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까치가 안내해주는 이 곳.

좁은 골목길이 왠지 그리워졌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부산'이라는 곳에 숨은 진주같은 곳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 책의 '손반장'은 곳곳의 이야기와 더불어 <부록> 부산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담았습니다.

여느 여행책에도 당당히 견줄 수 있는 이 책.

매년 외국의 여행가이드를 끼고 있었다면 이번엔 이 책을 끼고 색다른 여행을 다녀볼까 합니다.

"부산 여행의

진짜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왠지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손반장이 이렇게 외치며 가이드를 해 줄 것 같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 불안 속에서 더 나은 순간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
손현녕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예뻤습니다.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책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문구도 있었습니다.

불안 속에서

더 나은 순간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우리에게 저자는 무엇을 알려줄지 궁금하였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뒷표지의 문장이 자꾸만 가슴에 맴돌았습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음을 던졌고 돌아오는 대답은 '순간'이었다.

내가 바란 무작정의 행복은

'순간의 나와 당신'이 모여 '영원의 시간'을 이루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책에선 행복을 찾기 위한 순간들이 모여 '나'와 그리고 '당신'을 연결시켜줄 것 같습니다.

그 순간들을 만나기위해 책을 펼쳤습니다.


저자의 <prologue>에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할 위로의 메시지를 엿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란 무작정의 행복은 '순간의 나와 당신'이 모여 '영원의 시간'을 이루는 것이었다. 행복은 곧바로 나를 지나쳐버리는 현재이자 미래의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과거로 기억되기 위한 것이다.


더 나은 과거를 만들기 위해 순간의 소중함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책 속에는 행복을 그리며 하염없이 울었던 내가 있고, 눈을 감고 행복을 그리던 당신이 있으며, 순간의 찰나 속에서 영원히 박제된 시간들이 담겨 있다. - page 5 ~ 6


그가 하는 이야기.

무심코 읽었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에 맴돌았습니다.

<직면>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지마라 했던가. 아마도 극한의 상황이라면 참을지 말지조차 고민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나부터 살고 봐야하니까. 그것은 생의 의지다. 그 생의 의지 앞에서 우리는 오롯이 혼자가 되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와 직면한다. - page 39

왜 이 문장이 그리도 와닿았는지......


그리고 <후회와 미련 사이>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다. 저지를지 말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한다.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과 먼 미래까지 염려해가며 말이다. 만약 저질러도 후회, 저지르지 않아도 후회라면 저지르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일을 저질러버린 뒤 짧은 시간 동안 스치는 불안한 감정을 후회인 줄 알지만, 진정 후회란 것은 저지르지 않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느끼는 미련 따위일지도 모른다. - page 90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남은 한 가지는 버릴 수 밖에 없음에 후회와 미련, 그 사이에서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제자리걸음>에 나온 이야기.

내 손가락 아픈 게 남의 손가락 아픈 것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조금이나마 그 고통을 나눌 사람이 어딘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제자리걸음이여도 조그만 먼지가 나중에는 큰 점이 되어 있을 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노라. 모든 일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으니까. - page 207 ~ 208


다 읽고 나서도 가만히 이 책을 바라보았습니다.

참 많은 위로를 받았구나......

언젠가 다시 힘들 때 손을 내밀어볼 수 있는 친구를 만나 기분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뜻 제목만 보았을 땐 귀여운 펭귄의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굿 이브닝, 펭귄』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제가 알던 '펭귄'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13년간 숨어 있던 그 놈이 깨어났다!"

그동안 숨어 있었던 그 놈, 펭귄.

펭귄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

과연 '펭귄'은 어떤 존재일까......


음......

책이 그리 쉽사리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갸우뚱하게 만든 이 책.

이 책에서 말하는 '펭귄'의 존재.

펭귄은 흉측한 외모와 통제 불가능한 성질머리를 가졌다. 문제는 이게 자신의 일부라는 것. 미워도 오른손이고, 작고 흐리멍텅해도 내 눈이다. 온몸이 지옥에 가는 것보다 죄를 저지른 오른손을 자르는 게 낫다지만, 그건 천국에 갈 때 이야기다. 어차피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면 오른손이라도 있는 편이 견디기 낫다. 인정하자. 우리의 펭귄을.

그러니까, 인사를 하자.

"안녕, 펭귄." - page 8

그렇게 저 역시도 '펭귄'의 존재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펭귄은 특이하게도 굿모닝, 굿 애프터눈 보다는 굿 이브닝에 반응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굿 이브닝, 펭귄』!


펭귄의 탄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펭귄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하게 되면서 성장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펭귄'이라하면 귀여운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저에게 이 책 속의 '펭귄'은 조금은 음흉하고 통제불능인 문제아처럼 보였기에 낯설기만 하였습니다.

야동을 볼 수 없게 된 펭귄은 질질 울었다가, 화를 냈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얼굴이 바뀌었다. 조울증 같았다. 펭귄이 가야 할 곳은 동물병원인데, 동물병원은 의료보험도 안 된다. 병원에 끌고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강제로 입원당할 것 같았다. - page 127

변태 펭귄........


하지만 이런 펭귄도 '삼포세대' 앞에선 기가 죽어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청년들의 모습.

이를 대변한 '펭귄'.

"가져간 거, 돌려줄게."

뭘?

"오늘부터 생각은, 네가 해."

펭귄이 숨을 헐떡이더니 갑자기 단단하게 일어섰다.

무리하지 마. 난 괜찮아, 펭귄.

"나도 괜찮아."

펭귄은 역사상, 가장 거대하게 커져 있었다.

처음이면서 마지막이었다. 펭귄만 생각하며 악수를 했던 것은. 다른 누구도, 무엇도 생각하지 않았다. - page 252


낯설었던 펭귄이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소설은 끝이 나버렸습니다.

펭귄의 탄생과 더불어 보았던 남자의 인생.

지금의 현실 속 청년들의 모습과도 닮아있어서 가슴이 짠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쯤 이런 소설을 만나 색다른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여자이기에 조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의 취향 - 일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특별한 여행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가 밝았다고 이루고싶은 소망을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것, 여행!

그래서인지 자꾸만 여행기를 찾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여행의 취향』

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달랐던 점이 '일상 같은 여행'을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하기 힘든 일상과도 같은 여행.

그녀의 여행이 궁금하였습니다.


저자 '고나희'씨의 '여행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늘 떠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떠남 이외의 시간이 내 삶에 있었고, 떠남만을 즐긴다면 내가 허비하게 될 시간은 너무 많았다. 반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이방인으로만 있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나는 여행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었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으로, 여행을 일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평범함과는 거리를 약간 둔 조금은 새로운 일상, 새로운 곳이지만 평안함과 익숙함도 느낄 수 있는 여행.

그러기 위해 익숙하고 낯익은 것을 낯설고 특별하게, 낯선 것을 가깝고 편안하게 대하고자 노력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한편, 나와 다른 타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자 나의 일상은 여행을 닮아갔고, 나의 여행은 일상을 닮게 되었다.

신선하면서도 편안한 시간을 찾기 위한 여행과 일상에는 언제나 나의 '취향'이 함께 해왔다. 여행의 취향, 내게 여행과 일상, 나아가 이를 모두 포괄한 삶이란 결국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로였던 거 같다. 그 누구보다 어떤 다른 이보다 알기 어렵지만, 알아가는 게 중요한 존재인 '나' 자신. - page 4 ~ 5

그녀의 말에 공감을 하였습니다.

늘 떠날 수 없음에 '떠남'을 동경하는 마음 역시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을 하곤 합니다.

또한 막상 떠난 곳에서 익숙함을 찾기란 어려운데 그녀는 마치 그 속에 스며든 모습이 너무나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며 '나'를 찾아가는 그 속에 저도 그녀의 곁에서 '일상여행'을 떠나고자 하였습니다.


<여행그릇>을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여행그릇, 여행을 오롯이 담고 남기는 것. 찰나의 순간과 감흥을 남길 수 있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행하고 느낀 것이라도, 실체 없는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여행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 page 36


무릇 여행그릇이란 내 여행의 의미와 기억을 담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상당한 기간 그 역할을 기록과 사진이 수행해왔다. 그러다 특정한 아이템을 또 다른 여행그릇으로 삼게 되었다. - page 37

저 역시도 '여행그릇'은 그저 사진과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끼고 있었던 여행책자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다녀와선 사진과 책자는 쳐다보지도 않게되고 그 여행의 의미는 일상으로의 컴백과 함께 묻혀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때론 여행을 다녀와 그 곳의 기념품을 사오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왠지 그 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묵묵히 그 자리에 언제든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 여행과 일상, 삶의 공간을 나누며, 나의 삶을 나의 취향과 방식으로 담아내주는 여행그릇인 그들이 고맙고 친숙하다. - page 39

이제라도 나만의 '여행그릇'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 그릇이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가족, 아이가 포함되어 더 크고 깊어졌을 것 같지만......


<주인공>에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가 하는 여행이고 내가 사는 삶이니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자 무던히 노력해왔다. 그렇게 하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빛나야 했고 가장 많은 걸 잘 누려야 했다. 그러나 와이탄의 야경을 대하며, 나를 비추는 대신 건축물로 향하는 빛을 경험하며, 내게 당연하고 분명해 보이던 사실이 나의 바람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주체가 나인 것이야 분명하지만 나의 삶은 나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는 다양한 인물, 사물, 시간, 장소, 가능성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무수한 것이 나와 함께 나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모두 통제하고 관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도 안 될 일이었다. 나의 소중한 삶을 나와 함께 이뤄주는 다른 '누군가'와 다른 '무엇'에게 그들의 몫을 인정해주고 나눠줄 줄 알아야 했다. - page 154

이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삶은 어떠한지......

그저 내 중심으로 내가 돋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과한 욕심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것이라곤 왠지 모를 외로움과 아쉬움들......

이제는 내 욕심을 놓고 주변을 살피며 때론 주인공처럼, 때론 조연처럼 그렇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여행.

'일상'이라고 하기엔 조금 특별했고 '여행'이라 하기엔 조금 평범했던......

그 미묘한 차이의 기로에 놓여있었고 그 사이를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낯선 곳으로 향하지만 그 낯설음에서 느껴진 익숙함이 또다시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하고자 떠나지만 결국은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일상으로의 복귀.

하지만 그 때의 시간과 공간, 사람과 사건들이 있기에 심심할 것 같은 일상도 특별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못말 김요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밤'이라는 시간.

저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낮동안 정신없이 주어진 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면 밤은 나를 위한 여유를 간직할 수 있는 시간.

그렇기에 낮보다는 밤을 더 그리워하고 그 시간에 잠을 청하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하지만 제목보다 더 인상깊은 소개글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사색을, 망설임을, 불면을,

늦은 새벽과 이른 아침을 모두 안아줄게요"


잠들지 못하는 우리의 새벽을 채우는

못말의 아물지 않은 문장들

저에게 딱 맞는 책 같았습니다.

쉽게 잠 못 이루는 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타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자 '못말 김요비'의 소개도 인상깊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 굳이

한 계절을 더 사는 사람.


닫혀 있을수록

뜨겁게 드나드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시즈코 모리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


내일도 그럴 사람.

저자 역시도 가슴 속 깊이 '외로움'을 간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 때 왠지 저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서로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을 이어갈 듯한 느낌......


책 속의 이야기들은 무심히 끄적인 글같아 보이지만 그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같고 '공감'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어둠을 향해 그와 함께 달리다보면 어느새 밝아오는 빛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왠지 그와 멀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선뜻 그의 문장을 읽어가기가 싫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가 말하는 '밤'의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기에......


이 책에서 <다만 고개를 들어보렴>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너의 가슴 깊은 곳 유랑하는 외로움

기어코 한 떨기 수선화로 싹 틔울 때


그렇게 한 줌 햇살의 따뜻함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느껴질 때


다만 고개를 들어보렴

나, 거기 있을 테니 - page 57

저에게 이 책이 그랬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초보 엄마의 역할로 낮동안은 내 시간이 없다가 다들 잠든 밤이면 나만의 시간이 되면서 문뜩 찾아오는 외로움에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끔 번아웃이 되었을 때 곁에 둔 책들이 왠지 자신은 이곳에 언제나 있다는 듯이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았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제 곁에 두었던 책들이 생각나면서 살며시 바라보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그 곳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책들.

그 책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도 제 책들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잃다>를 읽으면서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감수성을 잃어갔다

소모가 하루의 전부였고

진심은 평수를 줄여갔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거부

잃는 것에 대한 과민

나를 고립시키는

나였다 - page 141

서툰 육아와 살림 살이로 내 하루의 대부분을 소모하고

내 진심보다는 아이와 남편에게만 눈길이 갔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부하고

결국

저를 외롭게 만든건

저였다는 점......

너무나 제 모습이었기에 살짝 눈물이 고이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새벽이 찾아와버렸습니다.

그의 글이 제 어둠을 포근히 안아주었기에 그다지 외롭지않게, 마음의 상처는 아물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온 빛이 두렵기보다는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예정입니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왠지 그의 이야기가 다시 저를 안아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