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인사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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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수정의 인사>는 단편소설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에 나온 소설 중 하나였다.
떡볶이라고 하면 맛있고 추억이 있는 걸 떠올리게 된다.
유일하게 이 소설만 결이 완전히 다른 소설이라 인상이 남았다.
초반에는 다소 정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헉'하고 끝이 났기 때문이다.

소설의 화자는 굳이 말하자면 귀신이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뉘앙스로 서술한다.
자신의 느낌을 서술하고 본 것을 설명한다.
초반에는 별 생각없이 읽다가 나중에서야 이거 누가 말하는거지?

이런 의문이 들면서 읽어 나가면 아~~ 하고 알게 된다.
주인공은 한수정이다.
은행의 대리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살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
특별한 것도 없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별 일 아닌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가고 은행원으로 큰 욕심없이 일한다.
욕심을 내고 승진을 위해 일할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
승진을 위해 골프같은 걸 배우면서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작은 도시라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면서 지낸다.

동네에 유명한 떡볶이 가게가 있다.
철규라는 젊은 사장이 영업하는데 수정을 좋아한다.
매일 오후면 하룻동안 번 돈다발을 갖고 은행으로 온다.
고객이니 늘 웃으면서 철규를 대하고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반응해준다.

점심 시간이 촉박하면 떡볶이 집에 가서 먹을 때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철규가 따로 공간을 마련해줘서 줄서지 않고 먹을 때도 있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딱히 이렇다 할 뭔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소소한 일이 있었는데 사단이 나고 만다.

정확한 사실은 나왔지만 그 후에 벌어지는 일은 약간 다르다.
어느 누구도 정확히 당시에 벌어진 일은 알 수 없다.
오로지 당사자만이 정확히 알 수 있기에 CCTV등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정황만이 남은 자들에게는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소설은 다소 불편한 감정과 슬픔만이 남아 전반적으로 이어진다.
소설의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전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 전반적으로 펼쳐지면서 안 좋게 흐른다.
이 모든 상황을 수정은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한다.

감춰졌던 감정과 불편한 상황이 전부 뒤늦게 드러난다.
좋은 건 좋은 거지만 나쁠 때는 모든 것이 전부 나쁜 상황이 되어버린다.
난 이럴 때 늘 남은 자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단편으로 읽었던 내용이 좀 더 길어지면서 전후상황까지 알 수 있게 된 소설이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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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블랙홀 청소년 문고 20
정명섭 외 지음 / 블랙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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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면서 추리형식의 소설. 이런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짧은 내용 안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가야 하는데 뭔가를 숨기고 이를 해결하는 것까지 전부 넣으려면 엄청나게 어렵지 않을까. 이런 종류의 글을 쓸 엄두도 내지 않는 나로써는 대단하다는 생각뿐이 안 든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는 전작인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일지>의 후속작이다. 같은 학교라는 의미니 또 출연(?)한 캐릭터도 있다.

당시에 글을 썼던 작가 중에 또 썼으니 당시에 출연한 캐릭터를 다시 소환해서 연결성을 갖게 해줬다. 사실 이전 작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나 캐릭터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읽다보니 생각이 났다. 귀문 고등학교라는 공통적인 걸 제외하면 각 작가마다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을 썼다. 귀문 고등학교가 이전 작에 이어 마저 읽다보니 친숙해지고 진짜로 있는 학교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각 소설마다 마지막이 비슷하게 끝난다.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경찰차가 학교에 오는 소리가 마지막 부분에 들리면서 끝이 난다. 이번 소설의 소재는 축제다. 귀문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축제가 모든 소설의 소재다. 이러다보니 같은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 동일한 날에 동시에 열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볼 때는 각 사건이 합쳐지면 무려 5건이나 되니 경찰차가 5대나 왔어야 할텐데 말이다. 학생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학교에 이 정도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 학교가 난리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청소년 소설이라는 걸 몰랐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어 이렇게 펴내지는도 몰랐다. 청소년이 나올뿐이지 딱히 이걸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물론 읽어보면 다소 유치한 장면들이 없지 않아 있다. 그건 아마도 청소년 소설이라는 자각을 하고 작가가 썼으니 그랬으리라. 덕분에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보다 더 좋다고 하면 좋은 건 청소년 소설(??)답게 글자가 크고 단편이라 금방 읽을 수 있다.

첫번째 내용은 아이돌 그룹의 학교 공연을 막기 위한 안티팬을 막으려는 내용이다. 라이벌 아이돌 그룹에서 이를 시기해서 방해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 당사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두번째 내용은 초반에는 살짝 읽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드레스가 훼손되는 사건이 난다. 누군가 했는데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런 내용이었다. 세번째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에 속했는데 중간부터 반전이 있었다. 어릴 때 있었던 사건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내용이었다.

네번째는 확실히 전작에서 나온 캐릭터가 기억나는 내용이었다. 추리 동호회 선배에게 일이 벌어졌다. 형사까지 출동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 내용이다. 다섯번째는 대놓고 추리극이다. 보물찾기를 하려 했는데 누군가 사전에 먼저 숨긴 보물을 찾아버리고 암호를 던지면서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총 다섯 편의 소설이 하나씩 나온다. 이 중에서 더 재미있는 것도 있다. 세번째 소설은 상당히 진지하고 약간 뒷통수를 치는데 학교 축제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제일 짧은 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제일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었다. 네번째 소설은 이미 전작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그대로 다시 나오고 해당  사건까지 언급한다. 거기에 그 사건이 있었던 현장도 가면서 추억을 만들어준다. 그 추억이 내가 현실에서 겪었던 것이 아닌 바로 이 소설에서 느꼈던 것이니 이게 어떻게 보면 지금 유행하는 메타버스가 아닌가도 싶다. 추리소설은 예전에 많이 읽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다. 추리소설은 하나의 장르가 되어 읽히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고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여러 작가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귀문고등학교라는 장소를 근거로 펼치고 있다. 누가 더 뛰어나다는 것은 없다. 그저 이런 식으로 작가마다 풀어낸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아예 귀문고등학교가 모든 작품에 동일하게 나오는 것처럼 또 하나를 추가하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 주인공은 힘들어도 사건이 연달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작가가 풀어내는데 쉽지 않긴 하겠다.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귀문고등학교에 학생들은 다 왜 이래?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고딩들이 놀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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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자신이 되고자 했던 시간의 기록
강민우(돈깡) 지음 / 이레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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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라는 제목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표지도 담백한 것이 오히려 역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 주식 투자 책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는 인상이었다. 주식 트레이더의 책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투자 스킬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온갖 차트를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눌림목이거나 진입 타이밍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트레이딩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아려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 이와 달리 차트가 전혀 책에 포함되지 않은 책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순수하게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많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런 책은 극히 드물다. 후자의 경우는 내가 그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진짜 트레이딩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인 경우다. 자신이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 알려주기 보다는 어떤 철학을 근거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고 대처하는지 설명한다. 주식 책을 읽는 것은 뭔가 돈버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이건 맞다.



문제는 기술만 갖고 있는다고 주식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철학과 원칙인 경우가 더 많다. 매수와 매도에 대해 룰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원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싸게 사고 비싸게 산다는 진부한 표현을 지키는 것은 엄청나게 쉬운 듯 보여도 막상 실전에서 하려면 무척이나 어렵다. 거기에는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락을 했을 때 공포라는 감정이 밀려오고, 상승할 때는 반대로 욕망이라는 감정이 쏟아진다.

이런 심리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있지만 그들마다 전부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 각자 다양한 방법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라 남들과는 다르다. 그 원칙을 다른 사람이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차트를 보며 이렇게 하라고 해도 막상 적용하는 것이 다른 이유다. 그런 심리를 이겨내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이 원칙은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설명한다. 투자 기술을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투자관과 개념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진짜로 이 책에는 딱히 자신이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어떤 기술을 갖고 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알려준다면 52주 신저가를 참고로 투자한다고 알려준 정도다. 그 외에는 딱히 명확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스캘핑 등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처럼 느껴졌다. 하루 단위로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듯하는데 말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가 아는 트레이더는 대체적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 등을 보긴 해도 차트의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안다. 그럼에도 저자는 테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테마를 타고 상승한다면 매집하면서 수익을 내는 걸 노릴 것이라 생각되는데 다소 다른 뉘앙스라 놀랐다. 좀 더 진중한 기업을 거래한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이에 대해 딱히 이렇다할 방법은 알려주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트레이더라는 투자관점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아무래도 주로 트레이드를 하는 투자자라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가치투자가 옳다. 트레이더가 옳다. 이런 건 없다. 어떤 방법을 하든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하면 된다. 책에서도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 지인에게 알려줬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른 투자로 했을 때는 성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트레이드를 책에서 알려주는 것이 아닌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한다는 점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자가 20대 초반부터 트레이드를 시작해서 10년 넘게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한다. 아직도 30대 초반이다. 나이를 볼 때 충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텐데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 책은 투자 스킬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면 실망하겠지만 투자 철학을 받아들이기 위해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듯하다. 현재 유튜브도 하고 여러 사업으로 주변에 도움을 주려한다고 한다. 투자는 힘들고 혼자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고백에 동의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트레이딩 스킬 하나 정도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투자 철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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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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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있을 때 어딘지 더 호기심이 생긴다.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있고, 현실보다 더 진짜같은 소설도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이었기에 작가의 관심을 끌었느냐가 제일 궁금해진다. <등대지기들>은 제목처럼 등대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초로 한다. 등대지기였던 세 명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후로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실종이 되어도 물에 밀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 명이면 모르겠는데 무려 3명이나 사라졌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를 근거로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 책을 썼다. 책은 그런 면에서 다소 추리소설같은 느낌이지만 정통 문학소설이다. 책을 읽는 게 꽤 버거웠다. 거의 일주일을 읽은 듯 하다. 얼마나 디테일하게 묘사를 하는지 거의 500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의문이 들었다. 책에서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다니며 묻는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들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답변을 하는데 얼마나 세밀하게 묘사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사람이 그렇게 묘사하며 설명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세밀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현장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야기꾼이나 그렇지 않을까한다. 책에 나온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여기에 작가가 각 상황을 설명할 때도 세세히 장면이나 상황을 묘사하니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몇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등대지기인 3명과 그들의 유족 이야기다. 사건일 벌어졌던 1972년과 다시 이를 추적하는 1992년이 교차로 보여진다. 72년은 등대에 머물던 사람들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묘사한다. 92년은 남은 사람들에게 찾아가 한 명씩 질문을 던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등대와는 다소 다르다. 바닷가에 있는 등대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목가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하다. 

이 책에 나오는 등대는 바닷가에 떠 있다. 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교대로 근무를 한다. 한 번 등대에 머물게 되면 몇 주씩 있어야 한다. 여기에 바다에 있으니 기상이 나쁘면 배가 접근을 할 수 없다. 시대 72년이니 더욱 그렇다. 바다가 폭풍우가 치거나 기상 악화가 되면 제대로 배를 띄워 등대에 접근할 수 없다. 이러니 그곳에서 몇날 며칠이나 더 머물면서 기다려야 한다. 단지 딱 3명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 누구도 오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정신을 놓을 수도 없다.

지나가는 배를 제대로 인도하기 위해서 언제나 루틴에 따라 뭔가를 해야한다. 엄청나게 무료한 일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그 즉시 지나가는 배에게 위험이 닥친다. 여기에 3명이 서로 사이라도 안 좋다면 그곳은 완전히 지옥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엄청나게 외로운 나날이지 않을까한다. 3명이 서로 시종일관 떠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이라는 것도 딱히 바쁘게 뭘 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니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여기에 뭍으로 다시 갔을 때 식구들과 함께 한다. 집에 있는 식구들은 또 어렵다. 무엇을 함께 하려 해도 장기간 남편이 없다. 부인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함께 뭘 하려해도 금방 다시 몇 주를 오지 않으니 혼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또 다시 외롭게 된다. 소설은 실종에 대해서 다루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겪는 상처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에 가서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진 않았다. 등대라는 곳을 매개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등대를 소재로 그들이 외롭게 살아간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하다. 등대지기 중에는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그들이 죽고 난 후에 알려진 내용이다. 이로 인해 남은 사람들이 짊어지고 갈 무게감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라 회사는 서둘러 봉합하고 유족에게 연금을 준다. 남은 식구들도 그렇게 살아간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자 하나하나가 뭐 이리 길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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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위험, 선택 그리고 불확실성의 역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조지 G. 슈피로 지음, 김현정 옮김, 조원경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를 배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시대순으로 경제와 관련된 사상에 대해 연대기로 쫓아가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는 당시를 살았던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발표된 논문으로 알게 된다. 경제학자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딱히 경제라는 학문이 있던 것은 아니라서 철학자에 좀 더 가까웠다. 이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수학과 연결이 되고 최근에는 심리와 연결되어 경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제라는 걸 알려주는 책들이 약간 고상한 측면이 있다. 경제는 우리 실생활에서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나 이를 설명하는 형식이나 방법은 무척이나 어렵다. 잘 모르는 단어뿐만 아니라 근대에 들어서 수학까지 접목하니 더욱 어렵다. 이전까지는 경제는 썰이 다소 중요했다. 스토리를 근거로 경제를 설명했다. 수학이 결부되면서 어떤 경제적인 현상을 숫자로 표시할 수 없으면 다소 터부시되는 느낌도 들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아니다.



숫자까지 결부되었을 때 인간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존재라는 개념이 강했다. 심리와 결부되며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감정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다양한 군중 실험 등을 통해 경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천사를 하나씩 배우는 것은 꽤 재미있다. 지금 와서 굳이 알아놓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알아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경제학 오디세이>는 1713년 니콜라스 베르누이부터 시작한다. 베르누이는 경제학보다는 수학자라 표현한다.

여기서 꽤 재미있는 건 경제라는 걸 설명할 때 좀 고상한 철학과 개념으로 알려주는데 이 책은 아니다. 아주 흥미롭게도 - 나한테만 그런지 몰라도 - 돈을 근거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돈을 보는 개념과 방법 등을 근거로 설명을 하니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1,000원을 받는다. 그러면 기쁠까. 별 감흥이 없을까. 이는 그 돈을 받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1,000원을 주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르다.

같은 1,000원이라도 이처럼 효용은 다르다. 이런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근거로 경제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이를 논하고 개념을 발전시켰는지 하나씩 연대기순으로 쫓아간다. 처음에 나온 개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다. 사람들은 어떤 기대값을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한다는 뜻이다. 기대되는 값이 1,000원이라면 990원까지 낼 수 있다. 그래도 10원을 벌 수 있으니 하는게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댓값이 무한이라면 누구라도 무한하게 베팅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정작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게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0보다는 큰 기대를 하지만 커질수록 오히려 움추려 들게 된다. 이는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규모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 어떤 물품이 갖는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진다. 10만 원이나 되는 가격이 누군가에는 큰 기쁨을 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썰로 풀어내던 경제학은 어느 순간부터 이를 숫자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댓값이라는 걸 막연히 추측하는 것이 아닌 고도로 복잡한 수식을 갖고 풀어낸다. 이렇게 숫자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답이 있다는 뜻이 된다. 숫자로 딱 떨어지게 답이 나온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판단은 감정이 배제되고 가장 최적의 판단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너무 당연한 전제가 이로 인해 오래도록 인간을 이성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볼 때 위에 이야기한 1,000원은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10,000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나 똑같이 행복을 안겨줘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분명히 1,000원은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똑같은 1,000원이다. 이건 변할 수 없는 숫자다. 이게 바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똑같은 기쁨을 느껴야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상태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 되어 버렸다.


현대에 들어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러 실험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인간은 원래 그랬다. 현대에 들어 갑자기 인간의 본능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통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이런 변천사를 책은 경제학자를 통해 하나씩 쫓아간다. 이를 숫자와 연결되어 말한다. 경제를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다른 경제학책과 그런 면에서 다소 다른 학자들을 알려주고 있다. 부제인 위험, 선택 그리고 불확실성에 따른 역사 추적 책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해당 경제학자의 곁가지 이야기가 많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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