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생각 - 최선의 가치를 일깨우는 소통리더 생각집
홍석우 지음 / 휘즈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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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 쓴 책이다. 이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뻔하다. 아니면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한국에서 공직자가 고위공무원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무료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업에 따른 선입견이 있다. 고위 공무원은 어딘지 '어험'하며 뒷짐지고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편견은 한국 공무원에게만 느껴진다.서양 공무원이라면 그런 이미지는 또 들지 않는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이 아닌 고위 공직자들이 스스로 만든 측면이 강하다. 나같이 고위공무원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그런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스스로 만든 이미지가 아닌 스스로 행한 행동의 집합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접한 고위 공무원은 늘 TV에서나 본다. 어딘지 모르게 근엄하게 앉아 있거나 청문회 같은 곳이나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공개석상에서 환한 미소가 아닌 어딘지 만들어진 인사와 박수를 하는 모습이다.


솔직히 가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먼 발치에서 볼 때 소탈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 자체가 없다. 이러다보니 늘 한국에서 외국의 소탈한 고위 공무원을 소개할 때 열광한다. <딴생각>의 책 저자는 장군까지 했던 분이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선입견부터 든다. 아무리 책 제목이나 마케팅 문구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어딘지 모르게 일장 연설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책을 시작하자마자 였다. 한국에서 장관까지 했다는 사실은 본인이 뭐라해도 대단한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며 그 자리에서 위로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머리가 똑똑한 것은 물론이고 상당히 잘난 인물에 그걸 굳이 감출 필요도 없는 인물. 당연히 이 책도 어느 정도는 그런 예상을 했다. 막상 책을 펼치니 처음 사례가 본인의 대학 입학이다.


고등학교까지 나름 평탄하게 갔고 공부도 잘했다고 한다. 그러려니 했다. 장관까지 한 분이니. 그 다음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대학에 떨어졌다. 재수도 실패했다. 삼수도 실패했다. 이 정도면 흔히 말하는 천재과가 아니라 판단된다. 사수를 하며 수석의 실력을 쌓아야만 학교를 갈 수 있다는 말에 진짜 그처럼 노력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본인의 좌우명이 '수석의 실력을 쌓으면 붙기는 한다'가 되었다고 하니 꽤 의외였다.

책 내용은 다소 무겁고 진지하며 저자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장황하게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고위 공직까지 하며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와중에 결코 좋은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겪었던 다양한 사례를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솔직하게 다 고백한다. 내가 잘 모르지만 장관을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다. 가장 힘이 있는 부서로 알고 있다. 


그런 부서의 장관을 했던 분이니 충분히 내가 대단한다는 아우라가 책 내용에도 나올 것이라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늘 보였다. 심지어 책을 읽으며 내가 나도 모르게 웃기도 했다. 이 정도면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이미지를 깨도 될 듯했다. 또한 책을 읽으면 워낙 욕을 하지만 국가의 중요고 사소한 것도 잘 챙기는 고위 공직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결코 그 대통령을 좋게 이야기하려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에피소드를 전달하기 위한 소재로 끌어들인 인물일 뿐이었다. 공무원들도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 교육도 받는 걸로 아는데 저자인 홍석우는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트레이닝 결과 글이 꽤 재미있다. 편안하게 전달한다. 강의를 워낙 많이 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루하지 않는 강의를 하는 강사 느낌이 물씬 풍겼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자신을 배웅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릴 까봐 못가는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해당 부서 고위 임원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배웅 인사를 하지 못하게 해도 될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중기청 같은 곳에 장으로 있으면 서류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25%나 줄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좋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자기 편의를 위해 그런 것이 아닌 정말로 직접 그 서류를 작성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하다보니 생긴 현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위 공직자로 느끼고 개선해야 할 점을 가감없이 이야기한 부분은 나도 크게 공감했다. 그런 개선점을 심각한 톤이 아닌 소탈하게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가볍다고 할 수 있을만큼 편하게 전달한다. 한 마디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그만큼 책을 읽고 느낀 저자는 소탈했다. 충고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전달하기 보다는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의 내용은 순서대로가 아닌 중구난방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고위 공직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574857210

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 -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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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 유일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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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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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미국 여자 - 사랑을 막 시작하는 국제 커플에게 전하는 실전 연애 지침서
이정환.카일리 엘리자베스 샤약 지음 / 북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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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이 책을 주겠다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책이다. 저자가 자신이 쓴 책을 줘도 되겠냐며 물었다. 한국 남자인 자신과 미국 여자친구와 만난 이야기 등을 책으로 펴 냈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에 관심은 없었는데 다른 국가 이성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재미있을 듯 했다. 보내달라고 했다. 책은 눈깜짝할새 읽을 수 있다. 그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사진도 많아 부담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정확하게는 책이라기보다는 일기장이라 해도 괜찮다. 두 사람이 서로 교환일기장에 쓴 내용을 읽는 느낌도 든다. 같은 사건을 갖고 한국 남자인 이정환이 먼저 서술한 후에 다음에는 미국 여자인 카일리 엘리자베스 샤약이 썼다. 단순히 남성, 여성으로 순서에 맞게 읽는 느낌도 있지만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알 수 있다. 딱히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의 차이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따른 감정 전달이 느껴졌다.


순수하게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이 참 풋풋했다. 우연히 만난 첫 만남에서 한국 남자가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주변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기도 한 행동이었다. 이런 똑같은 상황에서 미국 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어 그걸 대조하는 재미는 있었다. 크게 대단한 걸 알거나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교차하며 이야기하는 형식이라 둘 사이에 다름과 같음을 비교할 수도 있어 그 재미도 있었다.


한국 남자가 늘 외치는 '용기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가 전형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영어 공부를 한 덕분에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아도 미국 여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그걸 이겨내고 여자의 마음을 얻었다. 미국 여자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 무엇보다 한국 남자의 행동이 미국과는 다르니 -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열고 둘은 사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책에 포함되었다.

지금까지 외국 사람을 사귀어 본 적도 없고 기억이 맞다면 두 세마디 이상 나눈 적도 난 없다. 꼭 외국 사람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친구로 사귀어보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과 다른 외국인이 갖고 있는 감정과 정서는 물론이고 생활 태도, 가치관 등을 느껴보고 싶다. 똑같은 상황에서 한국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나와는 얼마나 다른지 인간적으로 궁금한 것도 크다. 그럴만한 기회가 없어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남자 미국 여자> 저자인 이정환은 상당히 대단하다. 과감히 들이댔으니 말이다. 최근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도 많아 의사소통이 예전보다는 다소 편하겠지만 여전히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은 존재한다. 카일리 엘리자베스 샤약이 비자 갱신으로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이정환이 군인신분임에도 미국으로 보고 싶다고 찾아간다. 거기서 부모님과 함께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다. 이정도 노력이면 안 만나는 것이 이상하다.


미국은 100일을 챙기지 않는다거나 커플티를 입지 않고 초반에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남자는 애정표현을 잘하고 금방 상대방 감정을 알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한다. 카일리 엘리자베스 샤약은 미국 여자나 남자도 한국 남자와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언어제약때문에 힘들어 할 뿐이라고 한다. 용기를 갖고 이야기를 해도된다. 다만 너무 뻔한 "싸이 알아요?"같은 질문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한다.


둘은 이제 뉴질랜드로 간다. 남자는 대통령 통역관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여자는 유네스코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과 남자와 함께 일하러. 둘은 한국 남자와 미국 여자로 국제 커플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으로 재미보다는 둘이 사귀는 과정과 서로 알아가는 모습, 국가간 이질감과 동질감을 배우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국제 커플이 무척 신기할 뿐이다. 여전히 한국은 외국인이 보일 뿐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래도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외국인이 천지인데.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국제 커플이 되고 싶다면.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727937522

너란 남자, 나란 여자 -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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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 그래도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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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남자는 OR 여자는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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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중일기 - 내 쓸쓸함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3
김정은 지음, 이우정 그림 / 씽크스마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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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내가 쓰는 글이 전부 좀 딱딱한 내용이다. 원래 일기 쓰는 글로 출발한 글쓰기가 오래도록 유지되었다. 유치한 이야기도 있었고 감정적인 소모도 글로 적었다. 어느 순간부터 쓰는 글의 대다수가 에세이 종류는 없고 정보성이라는 탈을 쓴 글이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팬더님은 에세이는 책으로 안 쓰세요?'라는 질문에 손사례를 쳤다. 책이 정보성이 없거나 재미가 없는데 누가 본다 말인가.


한편으로 쓰는 글이 너무 딱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내 감정이 메마르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특정 글만 쓰고 있노라니 조금은 지치고 지겨워지기도 하지만 에세이를 쓰려니 어딘지 낯간지러운 생각도 들었다. 하다보니 운영하는 블로그가 커지다보니 그런 소소한 걸 쓰는 것이 내면의 너무 바닥까지 보여질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은 물론이고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을 나만의 관점으로 쓰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 지금은 너무 거창한 글만 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도 있다. 에세이 쓰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고 할까. 힘을 빼고 오히려 사소한 것을 주절되면 될텐데 말이다. <엄마 난중 일기> 저자인 김정은을 몇 번 만났다. 나에게 꼬박 꼬박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지만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한다.


책을 매개로 만났고 한 겨울에 만나 압구정에서 특이하게도 팥빙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소했다. 그 이후 상수동에서 만나 또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그때마다 말을 조근조근 하셨고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만나다보면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자주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책을 펴낸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한다며 알려주셔서 그러려니 했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책이 나왔다. 그것도 따님과 함께. 글을 엄마인 김정은이 쓰고 딸이 그림을 책에 스며들게 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아이 교육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그보다는 본인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고 에세이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와중에도 이곳 저곳 여행한 이야기도 블로그로 봤고 활동하시는 모습도 봤다. 책이 나왔다고 할 때 에세이 다운 표지와 제목에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에세이를 의외로 꽤 읽었다. 워낙 분야를 따지지 않고 읽는 스타일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은 에세이는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거나 거창한 사회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부담없이 하는 것이라 본다. 최근 읽은 에세이들은 그런 면에서 좀 아니었다. 무엇인가 가르치려 한다거나 알려주려 한다는 느낌을 갖는 에세이가 많았다. 에세이는 결국 일기가 아닐까.


책으로 펴 낸 에세이는 분명히 일기와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에세이에서 원하는 방향이나 글은 아니었다. <엄마 난중 일기>는 내가 갖고 있는 에세이에 충실했다. 무엇이가 하면 남의 일기를 훔쳐볼 때 느끼는 묘한 시선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저자를 알고 있어 그런 면도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남편과 따님과 아드님도 이 책을 볼텐데 그런면에서 자유롭게 쓴 흔적이 느껴졌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될턴데 말이다.


에세이에서 무엇인가 거창한 것을 얻고자 하기보다는 읽으면서 공감하고 김정은이라는 사람의 삶과 생각을 훔쳐보고 싶은 감정을 충족시켜준다. 책에서 말많은 것처럼 묘사를 하는데 내가 만났을 때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해서 결국에는 내가 말이 더 많았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로, 아내로, 자녀로, 지인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여러 역할에 따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읽는 재미도 꽤 있다.


이 책을 어느 날 갑자기 책 한 권쓰겠다고 마음먹고 느닷없이 쓴 책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평소에 글을 써오고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를 했던 구력이 쌓여 있다. 에세이답게 딱딱하지 않고 말랑 말랑하게 조근조근 글을 풀어낸다. 어쩌면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쓴 에세이가 더 재미있다. 남성이 쓴 에세이는 대체로 좀 무겁지만 여성이 쓴 에세이는 올망졸망하며 보조개를 머금은 미소가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김정은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그림을 딸이 그리며 내용을 읽었을 텐데 어떤 소감이었을까 궁금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을 그렸을텐데 말이다. <엄마 난중 일기>를 읽다보니 나도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욕망도 들었다. 너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싶었다. 글쓰기가 제일 좋은 점은 이렇게 누구를 찾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치유하는 능력이 있는데 말이다.


어느 부분인지 몰라도 읽으면서 잠깐 희미한 미소를 넘어 '풋'하고 웃는 장면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순간은 의외로 많지 않다. 에세이를 읽는 재미는 이런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늦게 보내 주셔서 읽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에세이 쓰고 싶은 감정이 생겼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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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라 아이처럼 - 읽으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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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와 레몽의 집 - 알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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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 - 내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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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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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블로그에 리뷰올린다는 걸 주변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주변 지인이 책을 선물했다. 받자마자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책을 선물 한 며칠 후부터 계속 관심을 보이며 언제 쓸 것인지 물어봐서 곤란하다는 리뷰가 올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분명히 읽게 되겠지만 책이 시중에 나오자마자 선물을 받았다.


어느덧 나도 몰랐는데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급한 책부터 - 도서관에서 대여한 - 독서하다보니 계속 우선순위에 밀려 있었는데 선물받은지 꽤 되었다는 걸 깨닫고 읽게되었다. 어떤 인물의 작품 세계를 알려면 그가 쓴 작품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만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작품을 쓰거나 만든 사람의 삶을 보면 이해 될 때가 있다. 아무리 작품세계와 작가의 세계는 다르다고 해도 작품을 만든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선 하루키의 작품 세계 중 일부를 이해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한 몇몇 작품을 넘어 어느 순간 작품 속 세계가 현실인데 판타지적인 요소가 뜬금없이 들어갔다. 상당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떨 때는 그런 내용이 작품 전체와 큰 상관이 없게도 느껴졌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판타지라면 당연하지만 그런 분야가 아니라는 편견이 나에게 있었다는 점도 고백한다. 그렇다해도 그런 부분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키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원래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많이 들었지만 소설을 쓸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하기 싫어 음식점을 연다. 하루 종일 재즈음악을 틀어놓고 연주자도 불러 음악회도 한다. 금전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된 듯 하다. 어느 날 야구장 외야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야구시합을 보다 문득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소설을 썼다. 


지금도 히루키는 당시의 체험이 생생하게 몸으로 기억한다. 이런 신비로운 체험을 했으니 소설 속에서 뜬금없이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나 내용이 나왔다.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어떤 인간도 과거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과거에서부터 응축된 모든 것의 총합이다. 직접 경험, 간접 경험, 생각, 상상 등.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내가 된다.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내 이유다.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뢰를 받아 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늘 자신이 쓰고 싶을 때 시작하고 퇴고한 후에 출판사에 보내는 작업 스타일이라 글을 못 쓰는 슬럼프가 온 적이 없다고 한다. 쓰기 싫은 데 억지로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매일같이 시간으로는 대략 5시간, 아마도 A4용지 2장 내외가 될 듯 하다. 절대로 이 분량 이상도 이하도 쓰지 않고 정확하게 그만큼 쓴다. 엄청나게 대단한 작업스타일같지만 대부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렇다. 한국 작가들도 그렇다.


이런 표현을 한다.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 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이 얼마나 지극히 평범하게 대단하며 심오한 내용인가. 갈수록 절절히 느끼고 깨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설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대체로 그렇다. 특히 직업으로 월급을 받지 않으며 하는 일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벽을 넘느냐 여부가 성공의 핵심이다. 나도 저자로서의 생활이 되어 살아남는것이 목표다.


많은 소설가가 나오고 자신보다 뛰어난 소설이 나오는 걸 환영한다. 오히려 그럴 때 작품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더 많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플러스섬 게임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누군가 책을 펴 낸다고 해도 한정된 정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고유 영역이 있다. 이런 글을 읽으니 괜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나온다. '소설가의 정원은 한정이 없지만 서점의 공간은 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이 적어도 연대기적인 '실제 사례'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그렇다. 누구와 비교하고 앞서가는지 뒤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자랑하고 실망하며 비교하면서 시기, 질투 할 때도 많지만 끊임없이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루키도 운이 좋은 케이스에 속했지만 외국까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들었고 본인이 스스로 직접 번역가를 구할 정도로 노력도 했다. 다만, 나는 전력을 다하진 않는 듯 하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가끔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련된 글을 읽을 때 의아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이 글을 쓰고 책을 펴 낸 레코드가 있어 그럴지 몰라도 책을 읽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하루키는 이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한다. '아무튼 닥치는대로 읽을 것. (중략)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체력입니다.' 뛰어나지 않은 문장이라도 읽어야 한다. 문장을 써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위로 보자면 그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부합한다. 갑자기 하루키 책을 다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동일화의 오류가 나올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말은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온화하지만 진심으로 깜짝 놀란 표정을 보였습니다. 그러고는 "아, 그럴 필요가 없어요. 착상이 떠오르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나도 '지금 내 손에 노트가 있었다면'하고 아쉬워할 만한 착상은 이때까지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그리 쉽게는 잊히지 않는 법입니다.> 맞다. 정말로 중요하다면 결국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떠오르게 되어 있다. 오히려 기록과 동시에 연기처럼 사라져서 머리에서 화학작용할 시간을 없애 버린다.


<직어으로서의 소설가>는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지루하다. 그래도 놀란 것은 자신이 속한 일본 문학계에 대해 가감없이 말한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비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내 길을 걸어갈 뿐이야.' 이런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책도 누가 의뢰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쓰고 싶어 몇 년 동안 조금씩 썼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더 그렇게 써야겠다. 내가 쓰고 싶은 걸 내 마음대로 쓰자.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 후반부는 좀 지루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어느 분야나 최고는 비슷하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169820817

혼자 책 읽는 시간 - 치유의 독서, 일상의 독서


http://blog.naver.com/ljb1202/220518209222

소설가의 일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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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여행 - 정여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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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윤용인 지음 / 알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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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부모에 대한 책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엄마로써 자녀를 키우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책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아버지로서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전작은 서양인이고 이번에는 한국인이다. 서양과 한국에 따른 다른 점이 있을지라도 똑같이 부모로 겪는 감정은 비슷하다. 단 한 번도 부모로써 연습을 해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다. 부모가 가장 어려운 점이 그 부분이 아닐까.


첫째는 그렇다쳐도 둘째는 좀 더 편할까. 아무래도 첫째보다는 좀 더 경험을 쌓였다점에서 대처 능력은 아주 약간 능숙해졌다고 할 수 있어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똑같이 내 핏줄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반응이 다르다. 그 친구들도 생각이 있고 습관이 있고 행동이 있다. 똑같은 듯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성에 따른 차이도 있으니 단순 잣대로 똑같이 대할수도 없다. 거기에 몇째인가에 따라 다르게 대하게 된다. 내가 의식을 하든 말든.


이번에는 아버지다. 기본적으로 난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중요하다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선택해야 한다면 엄마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내 경우도 그렇지만 다른 집도 어지간하면 그런 선택이 아이들에게 보다 좋지 않을까 한다. 아버지의 부성과 어머니의 모성은 다르다. 어머니의 모성이 좀 더 디테일하고 아이들 성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아버지만의 부성이 보여주는 장점도 분명히 있고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에 읽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책 제목에서 일본 영화를 떠올린다. 신생아실에서 뒤바뀐 아이를 초등학생 때 알게되어 과연 기른 정인지 낳은 정인지 따져보는 영화였다. 아이들은 커서 사춘기가 된다. 대부분 여자 아이보다는 남자 아이가 다루기 힘들다. 무엇보다 점점 강해지는 에너지와 함께 힘으로도 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부모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지만 뛰어넘을 인물이 된다. 벗어나려 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책 저자는 육아 책도 쓸 정도로 좋은 아버지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외국 유학을 간 적도 있다. 누가 봐도 그렇게 화목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었다. 미처 밝히지 못한 것은 아들이 사춘기가 되며 가출을 했다. 아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한다며 매를 들었다. 손찌검을 한 며칠 후에 아들은 밖으로 나갔다. 대부분 아빠처럼 곧 들어오겠지 했던 것이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행방불명 신고를 하고 찾았다.

아들은 찾았지만 귀가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한 1년 반만에 돌아왔다. 과거를 생각하며 가출해도 갈 곳도 할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갈 곳도 많았고 할 것도 많았다. 아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 참다 결국 폭발했던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아들이 돌아왔을 때 돌아온 탕자의 아빠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첫째 딸하고는 모녀가 아닌 친구처럼 잘 지내지만 아들하고는 힘들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잘 적응하는 듯 했지만 다시 자기 세계로 빠져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모로써 힘들고 어렵지만 믿고 기다린다. 아빠는 아예 자신의 작업실을 따로 만들어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끊임없이 보내던 문자에 아들이 문자를 보낸다. 그렇게 책은 끝난다. 친구와 같은 아빠를 꿈꾸지만 과연 그런 아빠가 얼마나 될까. 나도 그런 아빠를 꿈꾼다. 쉽지 않다.


아들에게 축구장에 축구보러 가자고 했지만 싫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그러더니 보러간다고 한다. 결국에는 안 갔지만. 영화 보러가자고 했다. 싫단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갔다. 늘 제안과 거절의 연속이다. 이 녀석도 게임 삼매경이다. 책도 읽히고 있지만 말릴 순 없다. 집에서 일정 시간은 게임을 하고 남은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또 다시 게임 시청이다. 별 수 있나. 그저 공부를 못해도 일탈만 안 해도 감지덕지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그래도 욕심낼테지.


책을 읽으며 후반에는 아버지가 아닌 남편 이야기도 한다. 원래 글을 쓰는 작가나 저자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아버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녀이야기를 썼다. 독자로써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자녀인 아들입장에서는 난 별로다. 굳이 우리 식구의 그런 문제를 시시콜콜 공개적으로 써야했을까.아들은 아들의 사정과 입장과 생각이 있을텐데 어찌되었든 글을 쓴 아빠의 일방적인 시선에 따른 내용이라 본다. 내가 감히 다른 가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주제넘는 짓이긴 하지만.


참 어렵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서로 말은 할 수 있으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니. 결국에는 믿어줘야 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게 있으려나. 재미있게도 이런 감정과 느낌은 자녀가 있어야만 경험한다.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면 해결된다. 문제는 인간이 그게 힘들다는 것이다. 쓰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지극히 평범하게 자라고 있다. 특출나지도 모나지도 바닥이지도 않은. 


첫째, 둘째, 셋째. 그렇게 한 명씩 아이들이 자라며 난 아빠가 되겠지. 좋은 아빠가 될련지는 몰라도 노력은 해야겠지. 지독한 꼰대는 되지 말아야겠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갖게 하진 않아야겠지. 멋진 아빠는 못 되어도 아이들이 '아빠!'했을 때 '응?'하고 서로 볼 수 있는 사이는 되어야겠지. 에이...그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미 아버지가 되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되돌릴 수 없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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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미워질 때 - 슬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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