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일까? - 소설
안재경 지음, 남지은.김인호 원작 / 제우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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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보니 웹툰이라는 존재를 알지만 많은 웹툰을 보지 않게 되었다. 읽은 것들도 꽤 있지만 워낙 많은 웹툰이 나오다보니 그 분량에 압도되어 아예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유명한 웹툰을 조사해서 읽으려고 몇 개를 읽기도 했는데 이게 만화책에 익숙해서 그런지 저절로 인터넷보다는 책으로 보는 것을 선호한 탓인지 많은 웹툰을 보지는 못했다. 이 책 '사랑일까?'도 웹툰이 원작인데 전혀 알지도 못했다.

 

웹툰도 만화라는 장르에 포함되어 있으니 '사랑일까'의 내용은 만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할 수 있을까? 아픔이란 내부적인 아픔과 외부적인 아픔이 있다. 외부적인 아픔은 외부의 물리적인 요소에 의해 다치는 것이다. 내부적인 아픔은 감정에 따른 결과물이다. 어떤 아픔이 좀 더 아픈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아프다는 것은 똑같다.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죽기도 하지만 감정의 극단으로 인해 죽기도 하니 말이다.

 

소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 우연히 이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로 남자는 여자의 외부적인 아픔을 대신 느끼고 여자는 남자의 내부적인 아픔을 대신 느낀다. 여자는 약간 칠칠치 못해 크고 작은 상처를 갖는다. 남자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서로 알지 못했지만 남자가 먼저 눈치채고 여자를 보호하려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여자를 보호해야 하기에 자신의 품안에 거짓말로 품으려 한다.

 

여자는 백수신세라 기꺼이 남자의 품안에 뛰어 든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나오고 이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나오고 이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또 나온다. 거기에, 여자 대신 아픈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또 있다. 초반에 설정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에게 고백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알지도 못한다. 서로가 한 쪽만 바라보고 있다. 반대방향으로만 마음을 돌리면 서로의 마음이 일치될 수 있지만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쪽 방향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반대 방향을 보기 시작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시작되고 사랑이 싹 튼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대방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마음을 받아줄 것인지 다시 나는 반대방향으로 몸을 틀어 계속 짝사랑을 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인데 대부분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반대방향으로 돌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준다.

누군가를 첫눈에 반하다는 것을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보다보니 사랑에 빠지는 것은 더 흔하고 많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 우리는 대부분 지속적으로 보는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다. 감정이 처음에는 없었지만 보다보니 감정이 생기면서 그 감정이 동성이 아닌 이성이라는 관점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느낀 사랑의 감정은 상대방도 함께 느끼거나 뒷늦게라도 느끼게 되면 서로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 혼자만의 감정이라면 거의 대부분 사랑앓이를 하다 끝내게 된다. 자신이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은 더욱 커져 차라리 상대방과 사귀고 헤어진 것보다 혼자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랑에 빠져 사귀다가 한 명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는 그래서 더욱 애절하다.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지만.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아픔을 대신해주고 싶은 감정이다. 인간은 각자 자신의 삶과 감정이 있고 이를 공유할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똑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는 정도로는 부족해서 그 아픔까지 똑같이 느끼고 싶다. 이런 사랑은 대체적으로 연인 사이에 많다. 이러한 사랑의 감정을 '사랑일까'는 잘 풀어냈다. 상대방의 아픔을 내가 대신 느낄 수 있으니 서로가 더 공감하고 상대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이 감정이 그토록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감정이 칼로 물을 베듯이 자른다고 베어지지 않는다. 홍해가 갈라져도 바닥에는 물이 남아있다. 이것은 감정의 찌꺼기는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를 굳이 철저하게 말리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고 할 수 없다. 확실하게 갈랐다면 당장은 바닥에 물이 남아있을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의 물도 마르게 되어 있다. 이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 본다.

 

로맨스 소설답게 내용은 기승전결이 잘 이뤄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로맨스 코메디' 연극이나 드라마나 영화로 충분히 만들어도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트렌디하지는 못하지만 설정이 재미있고 남자가 모델겸 배우라는 것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 싶었다. 원작을 부부가 함께 만들면서 여자의 감정과 남자의 감정을 서로 의논하면서 잘 버무린 것이 아닐까 한다.

 

중요인물이 총 6명이 나오는데 이 중에 두 커플이 나오고 한 명은 굳이 악녀의 역할인데 판타지적인 요소를 밝히는 역할을 한다. 밝히는 부분에서 그렇게 쉽게 믿는다는 부분이 좀 거슬리기는 했다. 이게 본다고해서 믿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였는데 말이다. 중요한 인물중에 한 쪽 방향으로만 보던 한 명은 사랑은 얻지 못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얻었으니 그 정도면 만족스러운 삶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은 다시 찾아 오니.

 

사랑은 사랑을 하고 있어도 모르고 헤어져도 모르고 나중에 다시 기억을 끌어와서 되새겨도 모른다. 사랑할 당시의 감정은 희미해질 수는 있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바위에 새긴 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사랑에 관한 책은 애절할수도 달콤할수도 말랑할수도 있다. 그토록 사랑은 다양한 모습을 지녔고 한다. '사랑일까?'에서 나오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지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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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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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처음 이외수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10년도 넘었다는 것이다. 아니다. 20년이 된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놈이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이 재미있다며 보여준 책이 이외수씨의 책이였는데 책 내용에 이런 식의 글이 있었다. '3층 밑에 2층, 2층 밑에 1층, 1층 밑에 지하 1층, 지하 1층 밑에 지하 2층, 지하 2층 밑에 지하 3층....'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내용이였는데 당시에 참 신기해서 기억에 남아있다.

 

그 후로 이외수씨의 가장 유명한 소설은 괴물이다. 이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후에 이외수씨의 소설은 잘 모르겠으나 - 물론 하악하악처럼 유명한 작품들이 분명히 있다 - SNS로 유명해졌고 각종 방송에서 나와 인기가 절정에 다했다. 그 덕분에 호불호가 갈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되었든 작가이니 작품으로 평가를 하면 되는데 실제로 지금까지 이외수씨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도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처음 이외수씨의 책을 읽게 된 것인데 약간 아쉬운 것은 장편이 아니라 단편을 모은 것이다. 단편을 읽는 것은 좋은데 리뷰를 쓸 때 약간 곤란하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전부 코멘트를 할 수도 없고 통 털어서 하자니 단편의 내용들이나 주제등의 전부 달라 이것을 통으로 함께 풀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책이 단편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장편이라 생각했는데 책의 제목인 완전 변태가 중간에 제목으로 나와 있어 단편이라고 눈치를 채고 책을 읽었더니 아니다 다를까 단편이 맞았다. 전체적으로 단편이라 몇 장만으로 끝난 작품도 있고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작품 중에 하나는 읽다가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웃었다. 내용을 이야기하면 안되어 못하지만 이걸 허무하다고 해야 할 지 위트가 넘친다고 해야 할지 정말로 페이지를 넘기고 끝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앞으로 간 후에 끝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었다.

 

각 단편마다 기억에 남는 것도 있고 기억에 별로 남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작품들이 각자 자신의 세게관을 펼쳐 보이고 있어 심심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촌철살인까지의 함축적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면의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 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지금 이 순간 책을 출판하는 사람들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나이가 어떠냐에 따라 글의 느낌과 필력과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외수씨도 젊은이들과 항상 소통하고 젊게 산다고 하지만 글을 읽을 때 어딘지 모르게 젊은 감각이나 느낌이라기 보다는 확실히 좀 고풍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30~40대 소설가들의 소설을 읽다가 보니 그런 점이 느껴진다.

 

그 부분은 황석영이나 조정래의 소설을 읽었을 때도 느껴졌다. 내용은 둘째치고 최근 소설가들의 글쓰기와는 어딘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외수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은 낙인까지는 아니라도 각자의 숨길 수 없는 필력이라 보인다. 각자 자신들이 왕성하게 글을 쓰고 많은 영향을 받은 시기에 갈고 닦은 글이 묻어 나오는 것이라 보인다. 

 

다시 한번 제목을 보니 1~2개를 제외하고는 다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각자의 내용이 단편으로 짧지만 기승전결에 충실하게 연결되어 있는 내용이라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그 자체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최근에 사람들이 긴 글이나 소설보다는 짧은 글이나 소설을 읽고 그림이 많이 들어간 책을 좋아하는 트렌드에 비춰볼 때면 역시나 SNS에 최적화되어 있는 작가답다고 말한다면 다소 과한 표현일까?

 

뭐, 그런들 어떠하리 내용만 재미있고 읽으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몇 몇 작품은 단편으로 끝나지 말고 좀 더 긴 중편이나 장편이 되었으면 한다는 아쉬움도 가졌다. 물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흉터같은 경우에는 너무 완벽한 것이 아닐까 한다. 딱딱 떨어지는 각운처럼 내용이 이어지면서 마지막에 크게 웃으면서 내용이 끝났으니 말이다. 다만, 초반에 나온 내용이 전체 내용과는 다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 정도.

 

책의 제목인 '완전변태'는 아마도 환상에 대한 이야기인듯 한데 책의 타이틀이 된 이유는 가장 책 제목으로 그럴싸해서 아닐까 한다..면 좀 그런가? 개인적으로는 흉터가 아무리 생각해도 압권이다. 워낙 몇 장이 되지 않으니 서점에서 잠시 짬을 내서 읽어도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그렇게라도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조심해야 할 것은 나름 고고하고 품격있는 서점에서 조용히 책을 읽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면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머리에 손가락을 돌리며 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하긴, 뭐 요즈음은 서점도 워낙 시끄러우니 시끄러운 소리에 묻어갈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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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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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같은 경우는 대부분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는가에 따라 책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하늘 아래 새로운 내용은 없다. 나올 내용은 이미 누군가 다 했다. 인류역사를 보고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책을 보더라도 더이상 새로운 내용이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스토리는 이미 어디선가 누군가가 한 내용이다. 얼마나 새롭게 느껴지고 익숙하지 않도록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소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 분야에 걸쳐서 그렇다. 아니,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그렇다. 여전히 온갖 작품들이 -문화, 예술, 산업, 디자인 등등 -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고 사람들이 다시 또 그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다. 시대를 잘 만나면 대박이 나는 작품이 되는 것이고 시대를 잘 못 만나면 그저 그렇게 조용히 사라진다. 누구도 그걸 정확하게 캐치해서 선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가끔, 시대를 잘 보고 적절한 타이밍으로 작품을 선 보이는 제작자들이나 작가들이 있지만 그들도 전체 기간중에 일부일뿐이다.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그런 능력을 선 보이는 능력자는 없다. 인간이 의지를 갖고 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유정 작가는 '7년의 밤'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게 되었다. 확실히 사람들이 주목할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유정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였을 것이다.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고 다른 책도 읽으면서 역시 재미있었다. 이번 '28'은 그런 정유정이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과 기대를 보답하기 위해 2년 넘게 집필을 했다고 하고 책이 나왔을 때 운좋게도 소설의 귀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소설과 외국 소설이 일시에 나오면서 주목을 더더욱 받았다.

 

전작들을 재미있게 본 나로써도 여러 작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이 되기를 응원했다. 이번에 '28'을 읽게 되었다. 이전 작품들이 초반에는 다소 내용에 빠지지 못해도 뒤로 갈수록 점점 책을 넘기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질정도였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초반에 다소 느린 듯 잘 읽히지 않아도 읽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끝까지 그렇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서 느껴지는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은하전설 위드'라는 일본 만화였고, 또 하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묵시록적 영화들이였다. 개가 소재로 나올 수는 있는데 그 개의 관점에서도 책의 내용이 진행되는 것이 '은하전설 위드'가 개가 주인공의 만화라 개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라 저절로 떠올랐고 원인불명의 전염병을 통해 사람들이 죽고 특정 지역을 폐쇄하는 것이 두번째로 떠오른 이미지다.

 

이미,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 의미를 굳이 언급하고 작품해설을 읽지 않아도 눈에 보인다. 소재만으로도 이미 나와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잘 조합하고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버므리느냐가 핵심인데 솔직히 그 부분에서 딱히 새롭거나 참신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소재 자체가 최근에 영화로 너무 많이 소개된 패턴이라 그 부분에 대한 피로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에서 시작하지만 미친 한 명의 인간이 벌인 일로 인해 개들이 뜻하지 않은 공간을 출몰하고 갑자기 사람들이 눈에 빨개지면서 며칠내로 죽어버린다. 전염을 막기 위해 국가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도시를 완전히 통제한다. 누구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그 안에서 각자의 사연있는 인간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서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인간만이 자신의 사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의 관점으로도 보여준다. 개의 관점도 보여준다는 것이 작가로써는 나름 이번 작품에서 선 보이는 비장의 카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않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간은 흐르고 각 사건이 벌어지는데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시간이 지나간다.

 

똑같은 현상과 사건이라도 자신의 상황과 직업과 처한 환경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잘 캐치했다. 때로는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인물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여길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의 관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 관점에서 사실을 바라보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걸 관점의 교차를 통해 묘사해 준다.

 

그런 점은 좋았다. 이미 외부와는 고립되고 통제된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눈에 훤히 보인다. 아비규환이 벌어질 것이고 확실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간성보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앞설 것이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인간이 나올 것이고 확실히 고립시키기 위해서 어떤 짓을 벌일 것인지도 알게된다. 그 안에서 인간애와 이타적인 인간들이 나올 것이다.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동물이 중요 소재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인이 된다는 것이다.

 

모르겠다. 현재의 트랜드에는 소재와 내용이 잘 맞는지 모르겠으나 기존 작품을 읽고 기대한 만큼의 작품을 선보이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모든 작품이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도 작가의 장점(??)이다. 인간이니깐. 스토리텔링적인 관점에서는 너무 익숙한 패턴과 구조라서 크라쉐를 할 수 밖에 없다. 변별성이 느껴지지 못하다보니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미, 유명 작가가 되었으니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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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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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라는 영화가 있었다. 치매도 아닌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단기기억 상실이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 중요한 일들은 적어놓는다.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기억을 역추적하면서 하나씩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는 영화라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김영하는 '빛의 제국'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작품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문단과 평단과 독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작가다. 읽은 느낌으로는 담백하게 통통튀지않는 문체로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나온 작품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제목이 흥미를 돋운다. 게다가 아주 아주 부담없는 분량이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두께라 실제로도 하루만도 아니고 하루도 안 되어 금방 읽었다. 소설답지 않게 단락과 단락도 뜨문 뜨문 이어져서 작심하고 읽으면 2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만큼 독파할 수 있다. 

 

그런데, 무척이나 재미있다. 소재자체가 워낙 특이하고 흥미롭다.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소설의 제목만 보고 유추할 때는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려니 했는데 그 이상의 소재다. 먼저, 어느 노인이 치매에 걸렸다. 노인은 그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인이지만 살인자다. 그것도 연쇄살인범이다. 젊은 시절에 수십명을 살해했지만 공소시효도 지났을 정도로 완벽범죄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교통 사고 이후에 살인에 대한 충동과 재미가 사라져서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저, 과거에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있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사실이고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자신이 범인이라는 공명심은 알리고 싶지만 차마 하지는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 하루 자신이 한 행동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과거에 했던 살인들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소설은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고 진지하지만 가볍다. 연쇄살인범이였던 노인의 이야기라고 간단하지만 그의 기억속에서 벌어진 일들은 간단하지 않다. 연쇄살인이라는 주제와 치매를 통해 진지하게 읽어야하지만 작은 분량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소재를 갖고 이런 내용을 엮었다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창작은 이래야 한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의 초반 5분이 블럭버스터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소설에서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첫장을 펼쳐 나에게 쏟아진 문장은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속성을 이야기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다 읽은 후에는 정확하게는 솔직히 모르겠다. 뜻하지 않는 반전이 있었다.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이 치매를 겪고 있는 노인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중요했다. 읽으면서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젊은 남자여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각색이 될지 궁금했다. 

 

중간 중간 니체가 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공이라는 개념도 나온다. 과거에서 현재가 되어 미래가 된다. 현재는 미래를 이루는 과정이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거지만 현재 우리가 하는 행동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내 행동에 의미가 없고 스스로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동물이 된다. 리뷰는 이 공간에 남아 오래도록 머물것이다. 미래에도 이 글을 읽으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된다. 기억은 각색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은 진짜인지 확신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억은 중요한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과거를 기억한다고 인생이 달라질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치매에 걸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현재와 미래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이 되는 이유는 과거때문일까? 아니면,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미래가 우리에게 오기 때문일까? 나도 모른다. 치매에 걸리면 과거가 단절되어 지금까지 쌓아온 나라는 존재가 부정되기에 치매가 무서운 것이라 보인다.

 

소설은 뒤에 가 모든 것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치매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만든 장치일까? 내용을 쫓아가며 읽던 독자들에게 끝까지 혼란과 혼동을 몰아넣고 끝내 버린다. 열린 결말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진실은 어떤 것인지 모른다. 치매는 가상의 인물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치매가 최근에 온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것을 이제서야 자각하게 된 것일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것은 이런 경우에 써야 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겉 표지에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괜히 음산한 것이 살아있는 저자라는 느낌보다는 고인이 된 모습인 듯 한 느낌도 든다. 멀쩡히 살아 활발하게 집필활동과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는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좋은 책이란 내용이 길고 짧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느냐이다. 길든 짧든 그 안에 녹아있는 중심은 크게 변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 쓴 리뷰는 작가가 쓴 것과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써져 있을 수도 있다. 리뷰를 다 쓰고서는 작가의 말을 읽을 예정이다. 또한, 해설도 읽을 예정이다. 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먼저, 내가 느낀 후에 다른 인간이 어떻게 느꼈지를 참고할 뿐. 작가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라 작품을 읽은 독자의 작품이 되어버린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난 느낌은 내 것이고 내 작품이다. 이 리뷰는 그래서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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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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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을때만큼 읽는 재미가 좋을 때가 없는 반면에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다. 재미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워낙 큰 기대를 하고 읽다보니 기대가 큰 만큼 반대급부의 감정이 밀려오는 듯 하다. 불행히도 '지옥설계도'는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작품이다.

 

이인화 작가는 '영원한제국' 작품을 집필한 작가이고 이 작품의 소개글과 책표지 디자인을 봤을 때 몹시도 끌렸다. 그러면서 단테의 신곡이니 '지옥으로 간다'정도의 정보를 갖고 읽었다. 유추했을 때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했다. 특히, 책을 읽기 직전에 작가의 약력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은 확실해 보였다.

 

크게 볼 때 두 가지로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강화인간이라 불리는 존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와 최면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세계가 있다. 꽤 다양한 인간이 등장하는데 정확한 주인공을 파악하기 힘들다. 나름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인물은 있지만 비중이 너무 약하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등장장면이 너무 적다.

 

현실세계에서 보통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강화인간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선택된 인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었다. 도대체, 그 인물들이 어떻게 해서 선택받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보니 - 또는 내가 미처 읽지 못했거나 - 비록, 신체능력과 지능능력이 일반 인간의 몇배가 되었다고 해도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식이 쌓여 지혜가 된다고 보지만 단순히 지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통찰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이해력마저 늘어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볼때는 무능한 인물이 '길드워'라는 온라인 게임에서 절대군주에 해당한다고 거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이해되기 힘들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팀장은 현실세계에서 추리소설의 교본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살인사건과 조작의 한 복판에 떨어져서 음모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만큼 치밀하게 추리적인 재미를 보여주고 개연성과 오~~ 그렇구나라는 감정과 무릎을 치게 만들어줘야하는데 풀어내는 과정이 그러지 못했다.

 

인페르노라는 가상 세계는 누군가가 창조된 공간이고 그 사실을 최면을 통해 유입된 강화인간들은 알고 있다. 그 이유만으로도 가상 공간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는 그런 것이 아닌가?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이 그렇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가상세계라는 것을 획득한 다음부터는 보이는 사물이 달라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가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가상 세계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원동력이자 모든 것이다. 누군가 만든 가상 공간에서 내가 절대적인 영향력과 능력을 보이는데 한계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렇다해도 정념에 의해 얼마든지 자신과 자신의 주변정도는 컨트럴할 수 있는게 기존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가상 공간이 인페르노라고 하는데 인페르노 나인이라는 웹전략 게임을 작가가 만들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부분에 너무 고정관념이 잡혀 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인페르노라는 세계를 만들어 게임 상의 세계가 존재하다보니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흔들거나 소설속에 삽입한 세계라 할지라도 창조공간에서 다른 능력을 펼치는 것에 대해 생각의 확장을 못한 것일 아닐까한다.

 

인페르노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존재들은 자신의 삶을 의심하지 않지만 강화인간들은 자신들은 가상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높은 자리에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현실세계의 모든 것들이 똑같이 존재하는데 굳이 중세정도의 세계로 만들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지구가 안 좋은 일을 당한 후의 시간이라는 설정이지만.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라는 설정을 잘 버무려 두 군데에 다 흥미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잘 얽혀 두 세계를 전부 왔다 갔다 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두 세계가 좀 겉돌고 두 세계의 연계성이 크게 있지 않아 아쉬웠다. 상당히 많은 것을 펼쳐놓고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많이 펼쳐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내용이 되어 산만한 점이 많아 보였다. 

 

소설이 재미없지는 않다지만 워낙 기대를 하다보니 실망감이 커 이렇게 되었던 듯 하다. 당연히 당선이 될 것이라고 알았는데 결과를 받아보니 탈락의 심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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