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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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같은 경우는 대부분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는가에 따라 책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하늘 아래 새로운 내용은 없다. 나올 내용은 이미 누군가 다 했다. 인류역사를 보고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책을 보더라도 더이상 새로운 내용이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스토리는 이미 어디선가 누군가가 한 내용이다. 얼마나 새롭게 느껴지고 익숙하지 않도록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소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 분야에 걸쳐서 그렇다. 아니,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그렇다. 여전히 온갖 작품들이 -문화, 예술, 산업, 디자인 등등 -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고 사람들이 다시 또 그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다. 시대를 잘 만나면 대박이 나는 작품이 되는 것이고 시대를 잘 못 만나면 그저 그렇게 조용히 사라진다. 누구도 그걸 정확하게 캐치해서 선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가끔, 시대를 잘 보고 적절한 타이밍으로 작품을 선 보이는 제작자들이나 작가들이 있지만 그들도 전체 기간중에 일부일뿐이다.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그런 능력을 선 보이는 능력자는 없다. 인간이 의지를 갖고 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유정 작가는 '7년의 밤'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게 되었다. 확실히 사람들이 주목할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유정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였을 것이다.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고 다른 책도 읽으면서 역시 재미있었다. 이번 '28'은 그런 정유정이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과 기대를 보답하기 위해 2년 넘게 집필을 했다고 하고 책이 나왔을 때 운좋게도 소설의 귀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소설과 외국 소설이 일시에 나오면서 주목을 더더욱 받았다.

 

전작들을 재미있게 본 나로써도 여러 작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이 되기를 응원했다. 이번에 '28'을 읽게 되었다. 이전 작품들이 초반에는 다소 내용에 빠지지 못해도 뒤로 갈수록 점점 책을 넘기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질정도였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초반에 다소 느린 듯 잘 읽히지 않아도 읽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끝까지 그렇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서 느껴지는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은하전설 위드'라는 일본 만화였고, 또 하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묵시록적 영화들이였다. 개가 소재로 나올 수는 있는데 그 개의 관점에서도 책의 내용이 진행되는 것이 '은하전설 위드'가 개가 주인공의 만화라 개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라 저절로 떠올랐고 원인불명의 전염병을 통해 사람들이 죽고 특정 지역을 폐쇄하는 것이 두번째로 떠오른 이미지다.

 

이미,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 의미를 굳이 언급하고 작품해설을 읽지 않아도 눈에 보인다. 소재만으로도 이미 나와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잘 조합하고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버므리느냐가 핵심인데 솔직히 그 부분에서 딱히 새롭거나 참신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소재 자체가 최근에 영화로 너무 많이 소개된 패턴이라 그 부분에 대한 피로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에서 시작하지만 미친 한 명의 인간이 벌인 일로 인해 개들이 뜻하지 않은 공간을 출몰하고 갑자기 사람들이 눈에 빨개지면서 며칠내로 죽어버린다. 전염을 막기 위해 국가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도시를 완전히 통제한다. 누구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그 안에서 각자의 사연있는 인간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서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인간만이 자신의 사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의 관점으로도 보여준다. 개의 관점도 보여준다는 것이 작가로써는 나름 이번 작품에서 선 보이는 비장의 카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않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간은 흐르고 각 사건이 벌어지는데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시간이 지나간다.

 

똑같은 현상과 사건이라도 자신의 상황과 직업과 처한 환경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잘 캐치했다. 때로는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인물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여길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의 관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 관점에서 사실을 바라보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걸 관점의 교차를 통해 묘사해 준다.

 

그런 점은 좋았다. 이미 외부와는 고립되고 통제된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눈에 훤히 보인다. 아비규환이 벌어질 것이고 확실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간성보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앞설 것이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인간이 나올 것이고 확실히 고립시키기 위해서 어떤 짓을 벌일 것인지도 알게된다. 그 안에서 인간애와 이타적인 인간들이 나올 것이다.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동물이 중요 소재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인이 된다는 것이다.

 

모르겠다. 현재의 트랜드에는 소재와 내용이 잘 맞는지 모르겠으나 기존 작품을 읽고 기대한 만큼의 작품을 선보이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모든 작품이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도 작가의 장점(??)이다. 인간이니깐. 스토리텔링적인 관점에서는 너무 익숙한 패턴과 구조라서 크라쉐를 할 수 밖에 없다. 변별성이 느껴지지 못하다보니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미, 유명 작가가 되었으니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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