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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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 내려 행동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믿는다는 표현이 중요하다. 믿는것과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본인이 믿을 뿐 정작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한 결정에 움직이는데 아니라는 표현이 거슬릴 수 있다. 내가 바보인지 아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결정이라는 단어에서 타인이 끼어 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밥 먹는 것도 내가 하는 것이고 무엇을 선택하는 것도 내 의지로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결과인 경우가 많다. 이번 주에 특정 장소로 놀러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룻밤 잠자고 온다. 이런 결정은 본인이 내렸지만 갑자기 그 장소로 가고 맛집을 간 가장 큰 이유는 사실 TV에서 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장소이고 맛집이다. 그걸 굳이 찾아 가기로 했다. 이런 일은 무척이나 비일비재하다. 결정은 내가 했으되 그 원인은 나로부터가 아니다.


사실 결정은 나로부터 나와야 한다. 많은 부분에 있어 나로부터 나오는 결정이 드물다. 주변 영향을 받으며 선택하고 결정한다. 출발점이 내가 아닌 주변에서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다. 자기 결정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인식을 먼저 해야한다. 자기 인식이란 결국 나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나로부터 출발하기도 하지만 타인과의 차이점에서도 알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 없다.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지만 이걸 인식하지 못한다. 자기 인식에서 나는 출발해야 한다. 이걸 못하기에 어렵다. 중심이 나라고 늘 생각하고 모든 판단을 내가 내리지만 정작 자기 인식이 부족하니 늘 허전하고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은 내가 인식하고 있는 범위의 총합이다. 내가 인식하는 곳이나 것까지 나라는 사람을 규정할 수 있다. 처음 가족만 만날 때는 기껏해야 내 인식 범위는 그 정도에 멈춘다.


어린 아이가 가질 수 있는 인식의 최대범위다. 자라면서 만나는 사람이 좀 더 다양해지며 인식범위는 그만큼 넓어진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가 나에게 불편함을 선사할 수 있어도 내 인식범위는 그만큼 확장된다. 인간이 인식할 수 이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뻔해진다. 타인을 통해 내가 규정된다고 할 때 자연스럽게 현재 만나는 사람들로 내가 정립된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한다. 현대에 와서 꼭 반드시 책일 필요는 없고, 문화라고 불리는 영화, 드라마 등도 충분한 인식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 예전부터 인간에게 내려오는 미술과 음악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한다. 미술은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음악은 같은 음악이라도 듣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들린다. 


이런 점이 문화를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그에 앞서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나 독서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바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이라 그렇다. 생각하는 모든 것의 출발점은 언어에서 시작된다. 언어는 한 개인의 사고력을 지배한다. 한국인으로 태어나면 한국어에 맞는 사고를 하게 되고 영어를 쓰는 곳에서 태어나면 영어로 사고를 하게 된다.


이건 엄청난 큰 차이다. 언어가 갖는 미묘한 뉘앙스와 전달력, 그 함축이 쓰는 사람을 지배하게 마련이다. 이 언어를 제대로 쓰는 것은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깨닫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글을 쓰며 나를 찾기도 한다. 아니, 글을 쓰다보면 오롯이 서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을 배제한 나를 만났을 때 비로서 나는 드디어 자기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내린 결정과 생각은 과연 진정으로 나 스스로 내린 것일까. 


아쉽게도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이건 나를 만나고 자기 인식을 했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 자체를 인식하고 있느냐 여부다. 여기서 인식을 정확히 하기 위해 아는 것과 체험한 것을 구별해야 한다. 아무리 알고 있어도 체험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기 힘들다. 운동이 좋다고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진 사람이 갖고 있는 운동의 효용성은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을 다 체험할 수 없으니 우선 인식이라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 책인 <자기 결정>은 페터 비에리가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펴 낸 것이다. 저자가 누군가 하면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파스칼 메르시어다. 그가 필명을 바꿔 책으로 펴 낸 소설이다. 이 책 내용은 겨우 10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부담스럽게 읽을 수 있다. 책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책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을 훌훌 털어내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나란 누군인가. 이에 대한 답을 짧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내가 인식하는 나와 타인이 인식하는 나를 깨달아 자기 결정하는 단계로 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살짝 더 내용이 있었으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란 누군인가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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