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길어 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食史
황광해 지음 / 하빌리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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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못 먹을 때 음식은 빈부 격차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줬다. 시간이 지나 이제 최소한 음식에 있어 빈부 격차는 많이 사라졌다. 여전히 엄청나게 비싼 음식은 있지만 어지간한 음식은 일반인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고기만 놓고 보더라도 예전에는 어쩌다 한 번 먹는 음식이었다. 돈까스마저도 온 가족이 큰 맘먹고 외식해야 하는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퀄리티 높은 음식을 점심식사 때 가볍게 먹을 정도다.


고기마저도 상대적으로 쉽게 먹을 수 없지만 마음 먹으면 가능해졌다. 과거 워낙 힘들 때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고기 사준다고 하면 고기먹으려고 나갔다. 이제 선배들이 고기 사준다고 나와라 해도 잘 안나간다. 그냥 편하게 우리끼리 먹어도 되는 음식으로 전락(?)했다. 예전에 고기 먹으면 부자라고 했지만 이제는 아채를 먹어야 부자라고 한다. 그만큼 음식은 대중화가 되었다. 갈수록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푸는 것이 아닐까도한다.


맛있는 음식점이라고 하면 일부러 찾아갈 정도다. 이로 인해 TV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중 하나가 음식프로그램이다.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거나 만든다. 너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어떻게 하면 좀 더 색다른 맛을 먹을 수 있을까도 고민할 정도다. 이런 음식은 외국에서 건너온 것들도 많지만 과거부터 한국에서 내려온 많은 음식이 있다. 이들에 대해 우리는 별 생각없이 먹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역사가 분명히 있다.


음식때문에 멸문지화를 당할 정도였다. 더구나 드라마를 보면 조선시대 임금은 언제나 진수성찬으로 풍유로운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작 이 책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 식사>를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음놓고 식사를 하지도 못했다. 아무리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자연재해 등으로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다. 나라가 이런 상황인데 왕이 혼자만 잘 먹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를테면 가뭄이 들어 물에 밥을 말아먹는 '수반'을 왕이 먹었다. 며칠동안 성종이 그렇게 하자 신하들이 그러지 말라고 하며 서로 옥신각신하기도 했단다. 인조 반정으로 강화도로 가게 된 광해군은 울화병으로 삼시 끼니를 수반으로만 먹었다고도 한다. 조선 후기에 고구마가 들어왔다. 생각보다 금방 퍼지지 못했는데 고구마가 훌륭한 구화작물이 되다보니 탐관오리들이 세금으로 이를 빼앗아가는 일이 생겨 오히려 널리 퍼지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은 원래 돼지고기를 잘 먹지 못했다. 고기가 귀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돼지를 잘 기르지 못했다. 돼지는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산다. 주로 제주도에 많이 있었다. 거기에 돼지는 인간과 서로 경쟁관계였다. 인간이 먹는 먹는 것과 거의 똑같은 사료를 먹는다. 사람도 먹는 것이 부족한데 돼지에게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의 돼지 품종은 인제 강점기 이후 일 것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해준다.


성종 5년에 소를 밀도살했다는 상소가 올라온다. 그 장본인이 왕족이다. 당시는 소가 귀해 초범도 곤장 1백대에 귀양 3년이었다. 그리하여 왕족이 평민이 되기도 한다. 세종 시절에는 소 밀도살을 했던 왕족을 조사하다 엄청나게 묻힌 뼈를 발견한다. 전남 담양으로 유배를 보냈는데 너무 좋은 곳으로 유배했다고 상소가 줄을 잇는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세종은 북쪽으로 유배를 보내기로 한다. 북으로 가는 길인 경기도 용인에서 죽었다고 한다.


전복은 워낙 귀했다. 어느 양반에게 통제사가 전복을 보낸다. 당시에는 하루에 하나를 구하기도 힘들던 시대였다. 이에 상소를 보냈다. 그는 왕의 장인이기에 이건 분명히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뇌물이다. 그리하여 그 인물은 파직된다. 상한 전복을 공물로 진상해서 징계를 받기도 하고 도난 사건도 생긴 적이 있을 정도다. 상추 경우도 고구려때 부터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 되었는지 몰랐다. 그것도 페르시아에서 한반도로 넘어왔다고 하니.


좀 놀란 것 중에 하나가 여지라 불리는 리치 과일이다. 난 리치는 최근에 국내로 수입된 과일인지 알았다. 평소에 보기도 힘들었고 어느 날 '빕스'같은 곳에서 처음 봤다. 주로 여성들이 참 좋아했다. 정작 이 리치는 당나라에서 조선으로 넘어온 과일이라고 한다. 여지는 사치품이라 연산군 시절에 이를 수입하려 하자 신하들이 반대했다고 할 정도다. 대체로 폭군일수록 좋은 음식을 마음것 먹었다고 한다. 백성들을 생각하며 눈치 보여 마음놓고 먹지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단순히 음식이고 먹으면 그만이라 여겼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음식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단순히 한국에 전래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음식으로 초래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5,000년의 역사가 있다고 하니 그만큼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주로 사헌 등에 기반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그런 에피소드를 읽는 맛이 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용 패턴이 비슷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음식에 대해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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