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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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르소설을 읽으려 했다. 추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장르말이다. 이 책은 그런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으려 했다. 의외로 이 책은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그 부분에서 약간 의아했다. 보통 장르소설들은 따로 수상하는 것들이 있다. 장르 소설을 읽으려하면 그런 쪽에서 수상했다는 광고를 자주 접했기에 알고 있다. 이 책은 장르소설쪽이 아닌 문학소설에게 상을 주는 곳에서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읽었다.


책은 일반 장르소설과는 다소 달랐다. 이 책을 장르소설적인 요소가 가득하지만 장르소설로 보기에는 애매하기도 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솔직히 장르소설은 유독 400페이지는 가뿐하게 넘어가는지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솔직히 불만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분량이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번역과정에서 생긴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서에 비해 번역되며 분량이 최소 100페이지는 늘어난 책들도 보긴 했기에.


그토록 많은 분량 중 실제로 이 책에서 나오는 중요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려 250페이지는 되어야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에 치중한다. 그 내용은 없어도 내가 볼 때 전혀 상관없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 이야기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인을 잡는 과정이니 말이다. 장르소설로 보는 것이 아닌 소련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측면이라면 또 다르다.


이 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이 찍혀있다. 실제로 장르소설로 보기 힘들었다. 마지막 해결을 보더라도 말이다. 그보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소련에서 벌어진 이상하고도 요상한 사회 실상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말이다. 정의란 단순하다. 차라리 내가 볼 때 이데올로기라면 그나마 낫다. 이데올로기가 무서운 것은 이를 빙자한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있다.

이데올로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적당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데올로기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게 될 때 온갖 문제가 생긴다. 소련사회도 그렇다. 철저하게 모든 것은 미국에 맞서야 했고 당서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조건 없애야했다. 어떤 개인이 피해를 입고 죄가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조건 속으로 곪아 터져도 겉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차일드44>를 읽으면 당시에 살지 않았던 것은 축복이다. 당시 한국 사회를 보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어도 한국은 오히려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인사건이 나더라도 덮는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보이면 - 이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가 아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 이를 사상검증이나 미국이나 서방 사회의 끄나풀로 여긴다. 이것이면 모든 것은 끝이다. 만병통치약이다. 마녀살인처럼 무조건 처단한다. 탄광같은 곳으로 보내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이런 사회에서 연쇄살인은 말도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소련같은 곳에서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도 안 되고 알아도 안 된다. 이러니 그저 비슷한 놈이 있으면 그저 족친다. 그 입에서 나온 관련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함께 처단이다. 이런 연좌제는 오랜 세월동안 자행된 일이다. 한국도 최근까지 그랬다. 지금도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개선되었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중반이후부터 연쇄살인사건 추척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 가장 힘든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사건을 추리한다. 그것도 심지어 본인이 쫓기고 있다. 거기에 혼자도 아니고 아내를 데리고 다녀야한다. 이런 와중에 도망도 다녀야하고 범인도 잡아야한다. 상대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것도 일종의 사연이 있기에 실질적으로 범인을 쫓고 잡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소련사회의 제도문제를 보여주는 것이 더 맞다. 그래도 사회에 살고 있는 평민들은 당시 사회를 볼 때 인민이라고 불러야 하는. 인민은 무척이나 인간적이다. 당장 피해를 입더라도 측은지심을 발휘한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연좌제로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소설은 그런 면에서 생각과 달랐지만 재미있었다. 전통 하드보일드 장르라고 하면 차라리 맞을까. 이 책은 3부작으로 되어있던데 다음 작품도 볼 듯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건은 언제 해결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당시 소련사회의 시대상을 알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640426598

파수꾼 - 하퍼리


http://blog.naver.com/ljb1202/220270091790

웰컴, 삼바 - 안도


 

http://blog.naver.com/ljb1202/204312998

케빈에 대하여 - 라이오넬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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