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김정운 저자를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젠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나 문학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 해 본적은 없지만 내 편견인지 몰라도 젠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닥 대단할 것도 없는데 남들보다 좀 더 지식이 있다는 이유와 글을 써서 사람들의 감탄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구름에 떠 있다보니 생긴 현상 아닐까.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 다르다. 우리는 왜 기술을 갖고 있으면 존경하지 않나. 용접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똑같이 존경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유독 한국은 과거부터 내려오던 정서때문인지 사농공상에 의해 좀 더 그쪽을 대접하는 흐름은 있다. 이런 경우는 투자 쪽도 많다. 그저 투자를 했을 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산을 모았다. 대단한 것은 맞지만 이게 누군가에게 잘난체 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나는 안 했고 (또는 못했고) 그 사람은 했다. 아니면 나는 중간에 포기했고 그는 끝까지 했다.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은 맞지만 이걸 갖고 영웅대접할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자꾸 구름 위에 있어 봤자 해당 분야에서나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인정을 받는 것이지 동네만 벗어나면 누구도 모른다. 내 경우도 그래도 좀 알아주는 사람이 있지만 몇 명 되지도 않는다. 거리에 걸으면 그저 동네 아저씨가 다닐 뿐이다. 그런 면에서 김정운은 거창하지 않다. 솔직하고 질투하고 감정에 충실하다. 심리학자와 철학자 경우에 유독 나는 좀 다르다는 정서로 우리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운은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모든 걸 내려놓고 정말로 동네아저씨가 농담따먹기 하는 것처럼 이야기해준다.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잘 난 인간이 잘 난 행동을 하면 재수없어 한다. 그렇지 못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면 재미있어 한다. 누가 봐도 -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 키도 작고 배도 나오고 얼굴도 잘 생기지 못한 사람이 난 그런 사람이라 주장하며 썰을 푼다.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의 저자인 김정운보다 배도 덜 나온 것 같고 얼굴도 잘 생겼다. 그렇기에 저자가 하는 말이 더 재미있게 보인다..는 역설적인 독서가 된다.


지금까지 김정운이 쓴 모든 책을 아마도 읽은 듯하다. 이 책도 그렇기에 당연히 읽었다. 읽어야지 하면서 잊고 있다 이번에 생각이 나 읽긴 했지만.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모든 것을 버리고 일본으로 갔다는 점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며 어지간한 강의와 강연은 물론이고 방송에서도 초절정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  상태로 계속 가면 살아가는데 문제없고 경제적으로도 풍유로울 수 있었는데 모든 활동은 물론이고 교수직마저 버렸다.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결단과 행동이 아니다.

아마도 난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결단이다. 무엇보다 그럴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 삐딱하게 생각하면 책만 펴내도 어느 정도 인세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에 결단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렇다해도 내가 인세로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도 그런 판단을 할까라고 자문하면 아니라고 자답한다. 김정운은 교수가 맞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렇다고도하지만 나는 뭐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굳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야 할 이유가 없긴 하다.


책 제목처럼 저자는 일본으로 넘어가 혼자 2년 동안 미술을 배우며 생활했다. 50세가 되어 스스로 혼자 되기를 결단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내려놓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려 놓으면 모든 것이 편하다. 오히려 주변 사람이 힘들어 그렇지. 이 상황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외로움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본다. 아이는 끊임없이 심심하다고 외치고 놀아달라고 한다. 외로운 것이 싫다.


어른이 되면 이를 받아들이며 외로움을 인정한다. 이렇게 썼지만 정말로 외로움을 받아 들인것일까. 1인 가구가 많다고 하니 이들은 외로움을 받아 들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외로움은 그렇지 않다. 외롭기에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적막함에 놓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는 순간을 즐길 정도가 되어야 외로움을 진정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쓰고 보니 나는 평생 도달하지 못할 지경이다. 외로움이 싫어(또는 무서워) 끊임없이 독서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직접 그린 수많은 그림이 있다. 잘 그렸다도 아니고 못 그렸다도 아니지만 의미 전달은 확실히 되었다. 심지어 그림을 먼저 그리고 글을 썼다고 하니 글이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쓰지 않았을까하는. 책 구성은 대부분 저자 개인의 삶과 생활을 적고 거기서 철학적, 심리적인 내용을 뽑아낸다. 그 후에 관련된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완전히 동네 아저씨가 온 몸을 흔들며 유쾌하면서도 좀 과장되게 혼을 실은 구라를 펼치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좋은가. 어렵고 어딘지 심각한 내용을 이렇게 썰을 푸는 것처럼 알려주니 말이다.


책 마지막 챕터가 '계속 공부할거다'인데 마음에 들었다. 맞다. 나도 계속 공부할거다. 그렇기에 사는게 재미있다. 인생의 의미가 생긴다. 돈이 많아진다고 재미있지는 않다. 이건 전적으로 개인 취향이자 성향이고 별론이다. 계속 새롭게 공부할 것이 생기고, 더 깊게 공부할 수 있기에 심심하지 않다. 그렇기에 평생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꺼리가 생긴다. 공부는 단순히 수능공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괜히 위로를 받자고 읽은 책에서 괜히 어려운 단어와 용어가 나오고 오히려 자신만 잘난체 하는 글을 읽는 것보다 훨씬 이런 책이 낫다. 자기개발 책을 읽어도 공허하다. 대부분 그때뿐이다. 그건 바로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바닥까지는 차마 못하더라도 그 정도까지 겪어봐야 성장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또 다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여하튼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말로 내가 더 잘 생기고 몸매도 좋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쉽다고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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