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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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유시민은 좋아하는 작가다.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해 나도 할 말은 많고 이에 대한 책도 썼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지만 뻔뻔하게 썼다. 내가 잘 쓴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저 글은 쓰면 된다는 입장이다. 글은 그 사람을 표현한다. 내 성격답게 난 담백하게 쓰는 편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묘사는 별로 없다. 굳이 이야기하면 직구 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내가 쓴 글을 읽는 맛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글로 표현할 뿐이다. 생각하는 바를 말이 아닌 글로 전달한다. 나름 열심히 지금까지 글을 썼다. 나보다 글을 많이 쓴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 정도로 열심히 오래도록 썼다. 전업 작가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쓰는 글 수준은 지금 읽고 있는 요정도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고. 최근에 딜레마는 너무 많은 글이 산재한다. 좀 더 집중력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블로그에 쓰는 글과 책을 쓰는 글은 다르다. 무엇인가 주장하기 위해 쓰는 글도 다소 다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책도 좀 다르다.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는 목적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연습이라 봤다.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 공부도 할겸해서 여러 글을 많이 썼다. 내 의도와 달리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가끔 안티성 공격도 받는다. 그것도 다 그 사람 마음을 움직인 글 작업덕분이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좋게 본다. 그래도 며칠동안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다.


너무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도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과 시작과 달라진 것은 아닌가. 너무 능력 이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가면 갈수록 글 쓰는 것이 더욱 힘들다. 예전에는 그저 손가락이 타자기 위에서 움직이는대로 글을 썼다. 이제는 더 잘 쓰려는 부담이 있는 것이 아닐까도 한다. 그저 글을 썼다는 기쁨보단 내가 쓴 글을 읽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의식하는 것은 아닌가도 한다. 거의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보지만.


이런 저런 글쓰기와 관련되어 다소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고도 있다. 나름 다양한 글을 쓰는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달랐다. 리뷰는 원래 내 글쓰기의 시작이지만 그 외는 생각해보면 나를 위한 글쓰기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혼동도 된다. 그 시간에 좀 더 집중해서 더 좋은 내용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런데도 원하는 사람이 있어 쓰는 글도 있는데 그걸 몰라준다는 불만 아닌 불만아닐까도 싶다. 이걸 쓴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나에게 글쓰기는 땔래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혼자 덩그라니 세상에 떨어진 나에게 글은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선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나는 그저 글을 썼을 뿐이다. 그런 내 글을 읽어주고 반응하는 분들과 더 소통을 했다. 그런 와중에 어떻게 보면 그들이 원하는 글을 좀 더 많이 쓰게 되었다. 더 잘 쓰고 싶어 글쓰기 책도 많이 읽었고 쓰면서 개선하고 읽고 개선하며 더 잘 썼다. 그건 확실하다. 예전보다 더 잘 쓰고 있다.

여전히 맛깔스러운 글을 쓰진 못한다. 솔직히 내가 쓴 글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주로 쓰는 글은 문학작품이 아니라는 것만 안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쓰는 글과 차이를 비교한다. 소설가가 쓴 글을 읽으며 확실히 내가 쓴 글과는 다르다고 깨닫는다. 그 외 실용 책 글은 읽으며 잘 쓴다, 못 쓴다를 생각하며 읽지 않는다. 내용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를 따질뿐. 글은 내용을 잘 전달하는 수단이다. 가끔 나에게 그런 표현을 하는 걸 읽으면 신기해 할 뿐이다.


이 책 <표현의 기술>은 유시민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펴 낸 후 독자와 질의 응답을 근거로 쓴 걸로 알고 있다. 거기에 정훈이 만화가와 함께 파트를 나눠 전개되는 걸로 구성되었다. 유시민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질문은 하나인데 그걸 근거로 엄청나게 길게 논리적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나는 이렇게 길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간 중간 정훈이의 만화가 삽입되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 최근 몇 가지 일이 연달아 생기며 누적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글을 읽으며 공감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면 글쓰기를 망설이거나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잘난 척하는 건 아닌지, 편협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썼다 지웠다를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무엇인가 주장하는 법을 잊어버릴 수도 있어요. 이것이 바로 악플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해악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옳아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보거나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악플이 겁나서 눈치를 보는 것은 다릅니다. 두려움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하면 생각이 막히고 글이 꼬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유시민의 글보다 그 옆의 정훈이의 만화 속 코멘트에 정말 깜짝 놀라며 웃었다.

"후후.... 댓글 하나 다는데 창작의 고통을 느끼다니..."


별 생각없이 덧글을 달지만 가끔 비판이나 비난 덧글에는 오히려 더 정신 집중하며 덧글을 달게 된다. 이러니, 쓸데없는 덧글에 창작의 고통이 더 느껴진다. 만화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유시민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동질성을 느꼈다면 정훈이의 만화를 읽고 촌철살인의 한 마디에 쾌감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글을 쓰라고 독려하는 점에 있어 좀 더 세련되게 알려준다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글 잘 쓰는 사람은 이렇게 쓰는구나. 무엇보다 참 솔직하다. 또한, 내공이 커서 어지간한 걸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유시민의 글은 다소 그렇구나..하면서 읽었다면 오히려 마지막 섹션의 정훈이 만화가 더 좋았다. 어떻게 해서 만화가가 되었는지를 만화를 그렸는데 무척 솔직하고 담백하다. 흔히 말하는 MSG를 전혀 치지 않고 소개한다. 거창하고 동기부여식의 내용이 아니다. 누구나 다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게 진실인데 그걸 꾸미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더 큰 공감이 되었다. 그때 그때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지금의 만화가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는데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어지간한 동기부여 책보다 더 난 좋았다. 나이를 먹고 책을 많이 읽다보니 그게 더 사실에 가깝고 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역시나 사람이 중요하다.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인간에게 향기가 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숨길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 호불호는 있을지라도 유시민과 정훈이는 향기가 나는 사람답게 좋은 글을 썼고 좋은 글이 나온다. 역시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인간이 되기위해 노력해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유시민은 글쓰기 책말고 다른 책을 써야징.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쓰기와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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