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소파
조영주 지음 / 해냄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 중 '참 재미있다'하며 읽은 책이 없다. 그건 사실 외국 소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집중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걸 의미한다. 고전은 논외로 쳐도 소설에 푹 빠져 읽은 책이 최근에 거의 없다. 그런 책은 거의 대부분 추리가 가미된 경우가 많았다. 불행히도 외국 추리 소설을 읽어도 좀 지루했다. 쓸데없이 묘사가 왜 그리 많은지.


소설이 워낙 심리 묘사등을 하며 묘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외국 번역 소설은 번역과정에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길다. 어지간 장르 소설은 400페이지는 가볍게 넘어간다. 읽는 내 입장에서는 한 300페이지 정도로 줄여도 문제 없을 듯한데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 <붉은소파>도 분명히 400페이지가 넘는다.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 바로 그것이 핵심 아닐까. 몇 페이지냐가 아닌 페이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처음부터 400페이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금방 읽었다. 절대 시간으로 빨리 읽었다는 의미가 아닌 거의 비슷한 시간을 읽었을텐데 상대적으로 시간 가는걸 느끼지 않으며 읽었다는 개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잠 자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아무리 재미있고 읽을만한 책이 있어도 잠 자는 시간을 지나고 나서도 읽은 적은 없다. 거의 대부분 읽다 잠자는 시간이 되면 그만 읽는다. 다른 짓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상황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굳이 잠자는 시간을 30분이나 넘겨가며 읽었다. 책 자체도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문학상을 탄 작품이라 괜히 심각하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있었다. 분명히 추리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세계문학상을 탔다고 하니 의아하기도 했다. 책을 읽어가면서도 계속 되뇌인 것은 최근 문학상은 과거와는 좀 달랐졌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설이 살인으로 시작한다. 그 후에도 계속 살인이 중요한 소재다. 꼭 미드형식을 보는 듯했다. 1~2명의 주인공이 나오고 큰 사건이 있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로 하나씩 하나씩 사건을 해결하며 그 사건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최종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형식 말이다. <붉은소파>가 그랬다. 초반까지 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이 하나씩 해결된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단편으로 엮여있는 책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 제목처럼 '붉은소파'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장석주는 딸을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다. 그것도 강간 후 살해당한다. 그 살해범을 찾기 위해 15년 동안 붉은 소파를 길거리에 두고 근처에 숨어 사진을 찍는다. 프로 사진사인 장석주는 분명히 범인이 그 붉은소파를 보면 무엇인가 행동을 할 것인고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으려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가 다 되었다. 법이 변경되어 이제 이런 사건의 공소시효는 사라졌다.


이 와중에 자신의 딸과 닮은 나영이 나타난다. 형사인데 그도 자신의 딸처럼 똑같은 303 피해범이다. 연쇄살인범은 늘 303과 연관된 곳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장석주는 나영과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의기투합이라고 할까. 그 과정에 몇몇 사건을 우연히 장석주가 함께 참여한다. 사진사답게 현장사진을 찍거나 의뢰를 받아 사진찍는 과정에 본인만의 관찰력으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소설 내용이 진행될 때만해도 몇 개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붉은소파'가 점점 중심이 된다. 붉은소파로 이뤄진 다양한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고 거대한 흐름에 도구처럼(?) 쓰였는지도 나온다. 뒤로 갈수록 추리 소설보다는 일반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중간 이후부터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고 빨리 글자를 읽어버리게 되는 추리 소설과 그 점에서 달랐다.


중반 이후부터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고 글자를 읽었다. 뒷통수를 치는 반전은 없지만 전개되는 과정이 하나씩 나오며 궁금하게 만든다. 마지막 소설의 결론부분은 다소 아쉽기는 하다. 차라리 좀 충격적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쭈우욱~~ 진행된 과정에 비하면 다소 밋밋하다고 할까.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그런 소설이라 좋았다.


책 표지에 작가의 블로그가 있어 이 리뷰를 쓰며 가봤다. 의외로 블로그도 열심히 활동하고 소통한다. 보통 작가들이 작품활동만 하고 블로그같은 대중과 소통은 거의 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펴 낸 작품을 보더라도 일반 대중과 함께하는 작품을 많이 쓴 작가로 보인다. 작가의 블로그에 가서 이웃추가도 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섭렵하면 전작주의를 해야겠다. 책표지 이미지는 내가 그려본 소설 속 붉은소파 이미지와는 다소 안 맞는 것도 살짝 아쉽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마무리가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간만에 본 정말 재미있는 소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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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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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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