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제4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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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흔히 말하는 고전이다. 계속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해설서처럼 된 책도 있지만 난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문 고전은 곧장 읽으면 재미도 없고 제대로 해석을 못할 가능성도 있으니 쉽게 해설하는 책부터 읽으면 좋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난 읽고 내가 생각한 대로 느끼고 싶다. 누군가 해설한 내용은 그게 아무리 원문에 충실하고 배경까지 전부 아울러 알려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해설서를 쓴 사람의 의견이 들어간다.


그 누구도 아닌 순수하게 저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잘못 오역을 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의미있지 않나 싶다. 어차피 똑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작품은 얼마든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러운거다. 내가 틀리면 틀린대로 그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읽으려고 하는데 계속 읽지 못한 것은 새 책이 안 보였다. 예전에 번역한 책이었다. 이왕이면 새 책으로 번역된 걸로 읽고 싶다는 변명을 갖고 있었다.


마침 신간코너에 책이 있어 보니 최근에 번역한 책이다. 어렵게 읽으면 한이 없겠지만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면 달랑 180페이지 정도 되니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 판단했다. 해설도 있고 편지 주고받은 내용도 포함했는데 그런 것은 읽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 인간은 스스로 부정해도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수많은 시간동안 읽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기에 나도 모르게 택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이걸 현 시국과 결부할 필요는 설레발일 수도 있다. 아무런 이유나 연관성이 없다해도 상관없지만 분명히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는 없다. <군주론>은 리더에 대한 이야기다.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지침과 방향성을 제시한 책이다. 책이 1513년에 완성되고 마키아벨리 사후인 1532년에 출간되었으니 약 500년은 된 작품이다. 좋은 책은 맞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책에서 군주와 이제는 리더라고 불리는 지도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많이 공개되었다.


꼭 군주론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더 자세하게 친절하며 깊이 있게 리더에 대한 덕목과 행동을 알려주는 책이 많다. 이미 <군주론>이 나오기 전에도 많은 글과 책에서 소개되었다. 유독 <군주론>이 더욱 주목 받는 것은 거의 유일하게 군주에 대해 자세하고도 그 속살을 가감없이 보여줘 그렇지 않을까. 그런 면은 지금도 큰 차이가 없다. 군주가 되기 위해 얼마나 이중적이어야하는지 보여준다. 군주는 결코 착하지 않다. 그렇다고 결코 나쁘지도 않다.

착한 사람은 진정한 군주가 될 수 없다. 나쁜 사람은 더더욱 진정한 군주가 될 수 없다. 어떨 때는 나쁜 놈이 되어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유약해 보일 때도 있고, 강력하게 보일 때도 있다. 조변석개처럼 변하는 느낌도 든다. 종 잡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집권하기 위한 노력이다. 군주는 인격보다는 집권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은 이를 위해 존재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인간적으로 그럴 수 없는데 군주라는 이름으로 한다. 대다수 그럴 때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집단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로 여겨진다. 리더가 힘든 이유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진정한 단 한 명의 내 사람을 만들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늘 모든 사람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친한척해야 한다. 친한 사람은 늘 일점 수준을 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하고 친하지 않아도 친한 사람처럼 지내며 적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쓰면 쓸수록 어렵다. 꼭 이렇게 하면서 군주가 되어야 하나..라는 생각.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착각한 점이 있다. 한가할 때 사냥이나 하면서 한량처럼 안 좋은 느낌을 가졌던 사냥이었다. 사냥은 체력을 기르는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평시에 사냥을 하며 주변 지형을 군주가 부지런히 익혀 전쟁시에 이를 응용하는 중요한 준비였다. 군주가 하는 모든 일에는 무가치한 것이 없다고 할까. 의미를 부여한 것일수도 있지만 군주란 수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중립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누구 편을 들어야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누굴 도와준 것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군주에게는 낫다는 이야기가 듣고 보니 맞다.


<군주론>은 무엇보다 단순히 책으로 읽어도 재미있다. 지루하게 군주는 이래야 한다며 나열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든다. 역사에서 펼쳐진 에피소드나 최근에 벌어진 사건을 갖고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한다. 내가 한국인이고 당시 시대상을 제대로 알지 못해 덜할 뿐 책이 나올 당시 사람이라면 손에 침을 묻혀가며 책을 넘기며 읽지 않았을까한다. <군주론>을 갖고 한편으로는 재기를 꿈꿨던 마키아벨리라서 더 직설적이고 흥미를 끌 내용으로 쓰지 않았을까도 싶다.


"저는 운명은 가변적인데 인간은 유연성을 결여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인간의 처신방법이 운명과 조화를 이루면 성공해서 행복하게 되고, 그렇게 못하면 실패해서 불행하게 된다고 결론짓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중한 것보다는 과감한 것이 더 좋다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책 내용에 인상적인 구절이 많지만 거의 마지막에 나온 내용이라 생각이 나 적는다. 평소에 이야기하는 운명이 나온다. 운명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이건 인간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결과는 나온다.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나중에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운인데 과감하게 하자. 주저하다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다소 뜬금없는 결론으로 리뷰를 끝낸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고전은 이미 아는 내용.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 두고 두고 봐야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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