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로써 김영하가 쓴 <보다>, <말하다>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다>까지 다 읽었다. 이번 <읽다>를 가장 읽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읽게 되었다. 그만큼 이번 <읽다>가 가장 나에게 좋았다. 읽다는 것은 독서를 의미한다. 꼭 독서를 의미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인터넷 글을 읽을 수도 있고 TV 화면 자막을 읽을 수도 있다. 중의적 표현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도 있다. 맥락을 읽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쓸 수도 있다.


이처럼 읽다는 단순히 독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독서를 통해 세상을 읽는다. 읽는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단절된 표현이 아니나 더 큰 의미를 지닌 출발점이다. 아무리 무엇인가를 읽어도 생각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읽다보면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변화가 생긴다. 모든 것은 읽는 것에서 출발한다. 워낙 뛰어난 선인들은 그저 세상 모든 사물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 이치를 깨닫고 앞서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은 그럴 수 없다. 나보다 앞 선 사람이 생각하고 실천한 내용을 읽어야만 겨우 알아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조금씩 발전한다. 읽는 것도 쉽지 않다. 같은 한글이라도 분명히 읽는데도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글이 있다. 읽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번 <읽다>는 김영하가 강의를 했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책이다. 자연스럽게 떠 오르는 책과 인물은 '박웅현'이다.


펴 낸 모든 책이 강의한 내용을 녹음 한 후 타이핑하고 보태 만들었기에 자연스럽게 박웅현이 떠올린다. 보다 대중적인 면에서 박웅현의 책이 좀 더 친숙하고 깊이는 김영하가 조금 더 있다. 무엇보다 좀 어려운 내용을 풀었다고 할까. 고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읽는다는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김영하가 추천하는 고전 소설이다. 한편으로 김영하가 정의하는 소설이다. 소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준다. 소설가가 전하는 소설이야기니 더욱 흥미롭다.


서두에 <왜 고전을 읽는가> 저자인 칼비노가 이야기한 고전 정의를 알려준다. 한 마디로 다시 읽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계속 읽을까하다 말았는데 나중에 읽어야겠다. 무슨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다시 읽는 책이 고전이란다. 생각해보면 베스트셀러들이 늘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영감을 준다고 말하며 너무 좋았다고 하는 책이 있다. 여기서 관건은 시간이 지나도 그 책을 다시 읽을 것인가이다.

책을 다 읽고 너무 좋다고 한 마디를 한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책이라고 이야기하곤 다시 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런 책은 결국 오래도록 살아남지 못한다. 패스트푸드처럼 당장에 좋지만 두고 두고 읽을 책이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좋은 책이 아닌 이유다. 이런 책이 무척 많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너무 잘 읽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 늘 바라지만 그 보다는 내가 쓴 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읽고 싶다는 감정들게 하고 싶다. 아니면 나중에 한 번 더 읽어야겠다. 이런 책이 오히려 더 좋다. 그런 책이 되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고전이 살아남은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들게 만들어 그렇다. 덕분에 책이 사장되지 않고 계속 출간되었고. 다행히도 가끔 내 책에 대한 리뷰에서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다는 언급들이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읽다>는 고전 소설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가 이미 친숙한 작품들로 엄선했다. 굳이 그 작품을 읽지 않아도 김영하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어떻게 읽는게 좋은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다. 그 소설의 작가가 무엇때문에 그 작품을 썼고 내용 구성을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런 고전 소설이 현대 미치는 영향까지 설명해준다. 우리는 고전 소설의 형식과 내용에서 단 한발도 더 나가지 못했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진리처럼 말이다. 그리스에 이미 수많은 구전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릴 때 시간순으로 구성하지 않고 곧장 하일라이트부터 보여주고 과거로 돌아가는 식으로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아는 내용이라도 관람한다. 이런 형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대는 소설보다 드라마나 영화가 더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렇다하더라도 소설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김영하는 그 이유는 바로 소설은 개인이 각자 읽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상상하는 면도 다르고 소설 뒷 이야기도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제 드라마는 소설처럼 수없이 많은 캐릭터를 살려주고 각자 사정도 설명하며 풍성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소설처럼 상상하고 각자 캐릭터를 말하고 뒷 이야기까지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 원천이 소설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책 말미에 쓰기와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쓰기와 읽기 중 무엇이 중요할까. 무엇이 더 우선일까. 이 부분에서 쓰기와 읽기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난 읽기를 택할 듯 하다. 지금 쓰기도 많이 하고 읽기도 많이 하지만 읽었기에 쓸 수 있었다. 무엇을 알아야 쓸 수 있지만 읽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읽기가 쓰기보다 상대적으로 쉽기도 하고. 쓰다보면 한계게 부딪힌다. 이럴 때 읽는 것만큼 - 간접경험, 직접경험으로 읽는다 - 탈출구가 되는 것이 없다. 읽다보면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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