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냄새가 난다
하국상 지음 / 고슴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야구 냄새가 난다>는 제목과 달리 소설이다. 어딘지 야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책처럼 느껴지지만 소설이다. 두 번이나 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답게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야구 이야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소설이라 그러려니 하고 읽기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야구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그만큼 대중화되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규칙이 참 많다. 그 많은 걸 전부 알기는 힘들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숫자가 접목되며 사이버 메트릭스라는 단어와 함께 현란한 수치로 알려준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그런 것까지 관심은 없다. 그래도 갈수록 야구 인구가 늘어나며 야구가 더욱 전문화되고 세부화되면서 발전한다. 이런 전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시작했다. 단순히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나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만 선호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 승리하는 선수가 어떤 역할이 중요한지 따져가며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여전히 홈런 치는 선수와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선수가 중요시되지만 과거처럼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홈런을 못 쳐도 안타를 많이 치는 타자나 맞쳐잡는 투수도 그 효용성은 증가하고 팀에서 꼭 중요한 선수로 인정되어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렇게 더욱 다양한 재미를 주고 있는 야구와 관련된 소설이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지금 내가 적은 내용과 상관이 없다.


재미있게도 소설은 야구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가 아니라 야구가 지금처럼 되는 과정에서 변질되었거나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걸 알려준다. 또는 소홀히하고 무시했던 것들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소설가가 소설을 쓸 때 허구를 쓴다해도 공상이 아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련 분야 책을 쓸때는 누구 못지 않게 연구하며 현실성을 부여해야한다.


저자인 하국상은 프로필에서 야구 선수가 되려 했고 KBO직원이 되려고도 했고 한국야구학회 초대 정회원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야구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이 소설에서 해박한 야구 지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 지식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의도적으로 배제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으로 더 지식이 빛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기발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처음에는 장편 소설인줄 알았다. 첫 에피소드를 읽고나서 단편 소설을 묶은 걸로 알았다. 그 단편이 전부 야구를 소재로 한다. 그 어 떤 단편도 야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야구 이야기가 가득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야구를 무조건 시청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지식은 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든다.


첫 에피소드인 '그라운드의 신사들'에서부터 내가 알고 있는 야구 지식을 깨트린다. 내가 야구 지식이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TV로 시청하는데 아무런 불편없이 볼 정도이다. 세부적으로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알고 있는 상식을 깬다. 이를테면 포수가 2루 주자를 향해 던진 공이 멀리 벗어난다. 2루 주자가 3루로 뛰니 다시 포수는 공을 던져 아웃시킨다. 당연히 반칙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을 두개나 던졌으니 말이다.


처음에 던졌던 것은 공이 아니라 감자였다. 두 번째 던진 공이 진짜 야구 공이었다. 실제로 그런지 몰라도 야구 규칙에 감자를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반칙이 아니라 주자는 아웃된다. 야구에서 날아가는 새가 공을 맞을 때와 달리 강아지에 맞았을 때에 대한 규칙은 없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변수를 이용해서 승리하는 팀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야구한다. 절대로 규칙을 어기진 않는다. 다만 규칙에 없는 것은 최선을 다해 실행하며 점수를 낸다.


그 외에 우리는 늘 갑론을박을 펼친다. 과거 선수가 현재로 왔을 때 어느 정도 기록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 선수가 과거로 갔을 때 어느 정도 기록을 갖게 될까. 논쟁만 있고 결론은 나올 수 없는 답이다. 이를 위해 실제 하나의 에피소드로 냉동인간이 된 후에 50년 만에 다시 해동되어 야구를 하는 선수의 이야기다. 기발한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작가는 이에 대한 결론을 교묘하게 피하며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아 좀 실망스럽긴 했다.


이처럼 책은 평소에 우리가 알고 있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야구 이야기를 한다. 소설이라는 다소 자유로운 매개체를 이용해서 기존 지식을 슬쩍 피하며 재미있게 보여준다. 뒷 이야기들은 다소 지루한 측면도 있다. 모든 기발한 것들도 반복되면 더이상 기발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소설을 읽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저 흔한 야구 소설이 아닌 색다른 야구소설이라 그걸 보는 재미도 있는 책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장편이줄 알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발한 야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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