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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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소설은 제목에서 많은 걸 함축한다. 모든 책이나 작품은 제목이 참 중요하다. 제목만으로도 선택 여부가 결정될만큼 어떤 내용을 알려줄 것인지와 펼쳐질 것인지 알게된다. 솔직히 <소름>은 이 책을 선택할 때도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았다. 다만 영어 제목인 chill의 뜻을 확인하면서 그게 소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시 책의 전체 내용을 되돌아 보니 소름이라는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책은 어디까지나 지난 여름에 몇 명의 작가들이 이번 여름에 읽을 책으로 선정했던 걸 키핑했다가 이번에 기억나 읽게 되었다. 책은 누군가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어느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사라졌다며 찾아달라고 아처라는 사립탐정에게 의뢰하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소설은 그 다음 내용이 뻔한다. 아내를 찾으며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나오고 숨겨진 진실이 나온다. 여기서 반전과 진실은 아내와 관계 되어있다.


더구나 의뢰를 한 남편하고도 분명히 큰 연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은 분명히 그랬다. <소름>도 초반에 충실히 그 형식을 따른다. 아내와 가장 가까운 인물부터 추적하고 하나씩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아내가 사라진 장소로 근접한다. 그 과정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내용을 발견한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것에 놀라며 소설은 더 진행된다.


이런 뻔한 패턴에 따라 진행되던 소설은 의외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를 찾는다. 대략 100페이지 내외에서 아내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다소 김이 샌다. 아내를 찾으며 여러가지 사건이 추가되고 여전히 아내의 행방은 오리무종이 되며 무엇인가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벌써 찾았다. 더구나 딱히 별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실망하게 된다. 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지금까지 열심히 아내를 찾으며 다소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지만 주변 인물들이 이상하지 않았다. 갑자기 느닷없이 살인사건이 난다. 더구나 살인사건은 아내와 연관이 있지만 아내는 살인을 저질르지 않았다. 사건을 의뢰한 남편은 정말로 의뢰한 것 이외는 아무런 인물도 아니다. 그저 소설 도입부에서 등장한 인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다. 심지어 아내마저도 초반에 밑밥을 뿌리는 인물 이상도 아닌 걸로 소설은 연결된다.


추리, 스릴러 장르를 다시 읽기 시작하며 다소 하드보일드한 장르를 많이 읽은 듯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 많이 나오고 머리도 비상하며 일반 사람으로 보기에는 힘든 인물들. 최근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추리 소설류의 배경과 작품 발표 년도가 80년 이전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이코패스같은 인물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 마디로 아가사크리스트에 나올법한 인물들이 중요 배역이다.


오히려 이런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소설을 쓴 작가도 굳이 이야기하면 근대 작가라 소설 스타일이 조금은 느리고 부연 설명도 많지만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이 다소 들었다. 무엇보다 흔히 말하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휘몰아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것은 최근 작품에서 읽을 수 있지만 <소름>은 그런 건 없다. 끝까지 소설이 어디로 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처음 시작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로 계속 들어가는데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이어진다.


그것도 과거 10년도 넘은 것들과 지금이 연결되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거의 끝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과거 살인사건이 다시 재 등장하며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여러 사건이 의문에 사로잡힌다. 당시 인물들이 이제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초반에 등장했던 아내가 다시 중요인물이 된다. 여전히 남편은 병풍이고. 그렇게 소설은 뜻밖에도 실타래가 꼬인 여러 인물을 휘감고 찾는다.


소설 <소름>은 최근 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한다. 묵직하게 천천히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 일단 선로 위에 출발한 기관차가 마지막 역을 향해 느린듯 쉬지 않고 달려간다. 엄청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 책은 아니다. 그 재미가 다른 종류다. 묵힌 김치를 볶은 느낌이랄까. 심지어 주인공 아처가  상대방이 휘두른 막대기에 맞고 쓰러져 기절도 한다. 그저 추리하며 범인을 찾아가는 업무를 볼 뿐이다. 그래도 정통 추리소설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손에 땀을 쥐는 건 없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진중하게 읽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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