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경제학 - 경제학자, 문화산업의 블랙박스를 열다
김윤지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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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때부터 TV를 참 좋아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TV를 즐겨 시청한다. 바보상자라 불려 주변에 안 보는 사람이 꽤 많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론 모든 집에서 여가시간에 TV보는 것이 대다수라고 하는데 내 주변에는 TV 자체가 없는 집도 많아 늘 놀란다. 역시나 내 주변에 대단한 사람이 많다고 할까. 막상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간에 딱히 독서를 많이 하는 것 같지도 않아 스스로도 그 시간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인의 많은 것이 대중문화에 의해 좌우된다. 대중문화는 대중들이 다들 지향하는 지점이겠지만 그 문화를 만들어 내는 대부분은 TV다. 가끔 영화나 책이 그런 경우도 있지만 무척 드물다. 더 가끔 인터넷에 회자되던 것이 TV로 진출하며 더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TV만큼 망각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매체는 없다. 사람들이 큰 돈이 되지 않아도 TV출연에 기를 쓰고 노력하는 이유다. 분명히 이런 대중문화도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박스오피스 경제학>이다. 워낙 오랜 시간동안 영화를 봤기에 예고편 등을 보면 나에게 재미있을 것이라는 촉이 온다. 어지간해서는 틀리는 경우가 없다. 영화는 무척이나 주먹구구라 할 수도 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모른다. 유명한 배우, 좋은 시나리오, 연출력 뛰어난 감독, 기획 잘하는 제작사가 만들어도 흥행에 실패할 때가 있다. 시나리오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엄청난 돈이 오고가는 영화제작에서 실패는 곧장 나락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25단어 이내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은 영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본은 감에 의존한 것들도 계량화해서 수치로 만들어 보여줘야한다. 시나리오는 한 줄 설명이 중요한다. <에이리언>은 '우주선의 <죠스>'였다. <두사부일체>는 '조폭이 학교에 간다면?'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였다. 시나리오 설명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연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팔린 1269편의 미국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분석된 시나리오들의 피치 단어 수는 2개에서부터 95개까지 다양했고, 평균은 25개였다(25단어 이내가 최적이라던 스필버그 감도의 숫자 감각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중략) 작가의 수상 경력이 많고 이전에 영화화된 시나리오를 쓴 횟수가 많을수록 시나리오의 가격은 올라갔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구매하는 스튜디오의 규모가 클수록 구매한 시나리오의 가격도 높아졌다.


시나리오 설명을 읽자마자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질수록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처럼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이 짧을수록 더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큰 스튜디오일수록 설명이 짧은 시나리오를 샀고 작은 스튜디오는 남은 시나리오를 샀으니 설명이 길었다. 감에 의해 투자할 것 같은 시나리오도 이렇게 빅데이터를 이용해 숫자로 계량화해서 최대한 손실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실생활에서도 사기칠 때 쓸데없는 설명이 길다.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책을 펴 냈고 펼 낼 예정이기도 하다. 아직 대형출판사와 작업한 적은 없다. 그 장단점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솔직히 잘 되면 대형출판사가 낫고 그렇지 않으면 소형출판사가 더 좋다. 문젠 내가 펴 낼 책이 잘 될지 여부를 모른다. 잘 되지 않으면 소형출판사를 통해 책 나오는 것이 훨씬 더 좋다. 건방진 생각이지만 이제 굳이 리뷰를 참고하지 않아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나에게 맞는 책은 잘 선택하고 고른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어김없이 출판사는 인기 작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광고한다. 각 서점에 매대에 깔아 인지도를 높히는 것도 잘 팔릴 책을 위주로 한다. 그렇다면 이런 광고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독일 연구팀이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독일어로 발간된 소설책으로 조사했다.


광고로 인해 늘어난 판매량 가운데 41%(10,478/25,533)는 선택효과 덕분이고, 광고를 한 책이 하지 않은 책에 비해 평균 100권 더 팔렸을 경우 41권 정도는 광고 없이도 판매가 될 권수였다는 이야기다. 광고를 안 해도 이 책들은 41권 정도는 팔릴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판사가 집행한 광고비의 효과는 엄밀하게 보면 100권이 아니라 59권이라는 뜻이니, 광고의 효과가 부풀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기작가의 책은 광고 유무와 상관없이 팔리지만 신인작가의 책은 광고 여부에 따라 더 많이 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였다. 인기 작가의 책은 광고를 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알아서 구입하지만 신인작가는 신간 책을 전혀 알지 못하니 광고를 해야만 인지하고 구입한다. 광고 효과가 신인 작가에게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내가 쓰는 책은 광고 집행을 엄청나게 해야 훨씬 더 많이 팔린다는 뜻이다. 난 신인작가니까, 아직까지. 이렇기에 출판사들이 저자의 인지도와 활동유무와 블로그와 같은 영향력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긴다. 책 내용이 좋으냐 나쁘냐보다.


문화산업이 점점 발달하고 있다. 일반인은 별 생각없이 문화를 즐긴다. 그 속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고 전부아니면 전부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며 승자독식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도 모른다. 유명 스타는 선택 순간에 더 쏠림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숫자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화현상을 금액으로 환산하고 수익과 손실로 알려준 책이라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문화산업은 갈수록 거대해지고 규모도 커지며 액수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관련 산업이 함께 늘어나며 수많은 기회를 우리에게 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주식으로 교양쌓기> 강의에서 TV이야기를 제법 많이 했는지 의도하지 않게 TV를 구입했다는 분이 생겼다. TV를 잘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재미있게 봐야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한류가 더욱 발달할수록 문화산업은 더욱 발전할텐데 <박스오피스 경제학>은 그런 면에서 숫자로 알려준다. 평소 궁금해 하던 몇 조 효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설명한다. 경제 책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하우스 오브 카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빅데이터로 발견했다는데 읽어봐.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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