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콘이 사는 세상이 있다. 합리적이고 똑똑하며 멍청한 짓은 절대로 저질르지 않는다. 길가에 돈이 떨어져도 절대로 줍지 않는다. 진짜 돈이라면 누군가 이미 주웠을텐데 내가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줍지 않은 걸 보면 가짜지폐다. 이런 이콘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경제적 동물인 인간이다. 심리학이 밝혀낸 인간은 그다지 똑똑하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아주 살짝 조건만 변경해도 태연하게 손해 볼 짓을 서슴치않고 한다.


한국에서 <넛지>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는 다소 뜬금없었다. 행동 경제학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내가 생각했던 여러 인물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 인물이다. 내 실수였다. 리처드 탈러는 행동경제학에서 제일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전문가였다. 이 분야에서 가장 우뚝 서 있는 대니얼 카너먼가 막상막하일 정도라는 걸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을 읽고 알게되었다. 대니얼 카너먼이 상아탑에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바탕과 버티목이 되었다면 리처드 탈러는 최전선에서 행동가로 움직였다.


우연히 발견한 대니얼 카너먼의 논문을 읽고 만나고 행동경제학의 신봉자가 되었고 전도자가 되었다. 벌써 몇 십년 전 일이다. 이 책은 리처드 탈러가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변천했는지 그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적은 책이다. 주인공은 리처드 탈러지만 무척 다양한 인물과 이론과 사례가 나온다. 행동경제학에서 유명한 각종 실험 사례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알려주고 있어 상당히 흥미롭고 호기심 충족이 된 책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을 갑자기 읽은 사람에게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워낙 다양한 행동경제학 사례와 신고전주의 학파를 비롯한 효율적 시장이론진영 이야기를 함께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야 그 재미가 100배는 더하다. 그런 면에서 책은 시종일관 행동경제학파와 효율적 시장 이론 진영의 끊임없는 반박의 재반박이 이뤄진다. 극히 미미했던 행동경제학파의 제안은 조금씩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 무시되고 말도 안 된다며 역정까지 받았던 행동경제학은 어느새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로 주류가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책을 읽으며 이런 종류 책은 밑줄을 긋는다. 나중에 다시 또 살펴보고 찾아 볼 생각에. 꽤 많은 부분에 줄쳤다. 대부분 행동경제학 이론이었다. 읽다보면 계속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을 포섭한다. 포섭이란 용어보단 함께 행동경제학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주류경제학에서도 점차 행동경제학 논문을 인용하기도 하며 인정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리처드 탈러는 말하고 있지만.

기회비용이란 어떤 것을 선택하려면 무엇인가 포기하는 걸 의미한다. 똑똑한 인간은 기회비용을 잘 따져 올바른 판단을 한다. 여기서 '소유 효과'가 나온다. 아무리 기회비용을 따져봐도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더 귀하고 중요하다. 기회비용은 이미 저멀리 가버린다. 합리적인 인간은 이럴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은 늘 이야기한다. 난 그럴 줄 알았다고. 내가 성공할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사후편양 오류다. 실패했을 때 어느 누구도 난 실패할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고 말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익에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에는 위험 선호적이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봐야한다. 이익이 날 때 이익을 확정하려고 보수적으로 변한다. 손해를 보면 반대로 손해를 만회하려고 더 위험하게 행동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과도한 이익이 나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추구한다. 더 큰 솔실이 나면 한 방에 만회하려고 더 위험한 행동을 한다. 수익이 잘 나는 물건은 오래도록 보유해야 한다. 손해가 난 물건을 눈물을 머금고 손실확정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익 난 걸 팔고 손해 난 걸 원금될때까지 보유한다.


도박을 했다. 10만 원 들고 했는데 무려 100만 원이 되었다. 여기서 더 잃어도 벌어도 즐겁다. 잃어도 여전히 이익이고 - 준거점은 10 만 원 - 벌면 금상첨화다. 하우스 머니 효과가 생긴다.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껏이 투자한다. 수익이 났으면 그 돈은 이제부터 새로운 돈이다. 내가 보유한 돈은 100만 원이다. 90만 원 이익이 난 상태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90만 원을 기꺼이 투자하려 한다. 내 돈이면서도 아끼고 지켜야 할 돈으로 여기지 않는다. 수익 난 그 돈은 여전히 내 돈이다. 취하지 말아야 한다.


택시 기사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택시기사들은 하루 수입이 많은 날 적게 일하고 적은 날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왔다. 하루 일당을 이미 달성했으니 남은 시간동안 휴식을 취하고 달성하지 못한 날에는 달성할 때까지 일한다. 이런 행동은 경력이 적은 택시기사일수록 심했다. 그들이 실수 한 점은 하루 단위로 이득과 손실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오늘 일하고 끝낼 것이 아닌 계속 일 해야 한다. 수익이 많은 날 더 열심히 일하고 적은 날은 오히려 쉬는 것이 좋다. 경험이 많은 택시기사일수록 이렇게 행동했다. 어떤 행동이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가.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행동경제학의 집대성이다. 연대기 순으로 알려주고 있어 더 재미있다. 행동경제학 다양한 개념과 이론에 따라 투자와 관련하여 책을 써 보는 것이 당장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꼭 쓰고 싶은 책이다. 보다 다양한 사례를 실제 투자와 접목해서 쓰면 재미있을 듯 싶다. 행동경제학이 궁금하고 호기심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읽을만한 책이다. 우리는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콘이 아니라 충동적이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밑 줄 치며 읽는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두꺼워도 이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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