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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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마음이라고 하면 가슴을 가르켰다. 정확하게는 심장을 가르키며 마음이 아프다고 하거나 기쁘다는 표현을 했다. 심장이 두근한다는 표현도 한다. 사랑을 표시할 때 하트는 심장을 의미한다. 그처럼 마음은 감정을 이야기하고 감정은 이성과는 다른 영역이라 여겼다. 머리가 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감정이 나온다고 봤다.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문은 철학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을 인지과학에게 빼앗기고 있다.


인지과학은 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재미있게도 물리학과 결부되며 뇌과학은 더욱 발달하게 되었다. 철학은 어디까지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이라 과학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MRI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갖고 있을 때 뇌의 특정부위가 유독 도드라지게 에너지가 많이 나오는 등의 변화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많은 비밀을 과학적으로 현재 활발히 연구중이다.


인간의 뇌는 신기하고 재미있게도 우주와 같다. 우주가 무한한 영역으로 신비하게 남아 있지만 그 생김새(?)가 인간의 뇌와 비슷하다. 과거와 달리 이제 뇌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을 규정한다. 우리가 마음이라 부르는 그 '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뇌가 마음이다. 마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작동하는 기제, 즉 매카니즘이다. 뇌가 느끼는 것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생각, 경험, 느낌, 감정 등은 전부 뇌에서 결정한다. 


우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은 뇌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서다. 우리가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뇌에서 보내는 신호다. 반대로 보면 얼마든지 아픈 감정을 기쁜 감정으로 느낄 수 있고 고통을 환희로 치환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뇌 손상으로 인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태를 나타낸 인간이 있다. 심지어 성격마저 변한다. 뇌의 특정부위를 건드리면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행동과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된다. 이론적으로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을 정확히 어떤 특정 부위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다.


감정같은 경우는 이성이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진화를 통해 얻은 즉각적인 반응이다. 그렇기에 감정은 생각 할 틈을 주지 않고 나타난다. 이를테면 공포를 느낄 때는 생각할 여지가 필요없다. 도망가야 한다. 그런 이유로 감정은 느낌보다는 생존 본능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무척이나 낭만없고 심심한 표현일지라도 철학도 결국 심심하고 따분한 것은 똑같다.

좌뇌와 우뇌가 있다. 좌, 우뇌는 다른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 쪽만 발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 힘으로 좌뇌 또는 우뇌만 트레이닝을 통해 한 쪽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뇌는 우뇌대로 활동하고 좌뇌는 좌뇌대로 행동하지만 전체를 관장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좌뇌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우리가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은 사실 두뇌가 빠진 틈새를 메우면서 대충 만들어낸 근사치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내일'을 이해하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면 포식자를 피하거나 음식과 짝을 찾는 데 엄청나게 유리하다. 둘째,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성공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두뇌의 기능을 총괄하는 CEO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중략) 수많은 '가능성의 가지'로 이루어진 '미래'라는 나무를 만들어내고, 전전두피질에 있는 CEO는 인과율의 나무를 분석하여 최종결정을 내린다."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능력이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잘하는 사람일수록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을 잘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가십을 듣고 미래를 예측하고 놀이를 하며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준비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의도와 감정, 계획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내일'을 더 잘 알게 된다. 이런 사람은 결과적으로 생존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좌뇌와 우뇌는 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뇌는 우뇌가 하는 일을 모르고 우뇌는 좌뇌가 하는 일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좌우뇌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환자들이 그렇다. 하나의 뇌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의식이 있다는 뜻이다. 좌우뇌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환자들은 그런 이유로 서로 반대 쪽 뇌가 한 일을 알지 못해 어떻게 하든 억지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이야기를 연결시킨다. 


"한 실험에서 환자의 좌뇌에 '붉은색'이라는 단어를 보여주고 우뇌에는 '바나나'라는 단어를 보여주었다. (즉, 전체적인 우위는 좌뇌가 점거하고 있지만, 좌뇌는 '바나나'라는 단어가 입력되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환자의 왼손에 펜을 쥐여주고 (왼손은 우뇌의 지배를 받는다)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더니, 그는 자연스럽게 바나나를 그렸다. 우뇌를 통해 '바나나'라는 정보가 이미 입력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환자의 좌뇌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 환자에게 왜 바나나를 그렸냐고 하면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는 모른다고 답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는 '왼손으로 그리기 제일 쉬운 그림이 바나나 같아서 그려봤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친다. 좌뇌는 그 이유를 모르면서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일관성을 가지려 노력하는 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모든 것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엮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좌뇌가 관장한다. 아무런 규칙이 없는 풍경에서 어떻게든 패턴을 찾아내려 애쓰고 다양한 가설을 내세우는 것도 이와 같은 성향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참 신기한 동물이고 여전히 인간의 뇌는 무궁무진하게 신비의 영역이 펼쳐지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가슴이 아닌 뇌가 시킨다. 뇌는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마음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이 두껍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지과학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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