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지도 - 다시 쓰는 택리지
김학렬 지음 / 베리북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케이블 TV를 볼때마다 참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된다. 부동산 프로나 주식프로에서 어김없이 벌어지는 현상인데 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해서 전화를 받는다. 상담해준다는 말과 함께 시청자와 연결된다. 시청자는 특정 지역 특정 아파트와 주택을 알려준다. 심지어 번지수까지 알려주며 상담받는다. 듣자마자 전문가는 그 즉시 브리핑을 하며 알려준다. 볼때마다 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그 많은 지역을 전부 다 알 수 있다는 뜻이 되는데 내가 볼 때 무리다. 아무리 부동산 전문가라고 해도 모든 지역을 알 수 없다고 난 본다. 물론 나오는 지역이 거의 대부분 수도권이다. 가끔은 나도 아는 지역이 나올 때면 조금 더 신경써서 들으며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차이점을 비교하기도 한다. TV속성상 미리 섭외한 사람과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모든 지역을 알 수 있는 전문가를 난 딱 한 명 알고 있다.


<부자의 지도 - 다시 쓰는 택리지>의 저자인 김학렬이다. 저자와는 지인이다. 지인편애에 따른 이야기가 아니라 평소 본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나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아무리 부동산 전문가라고 해도 모든 부동산을 전부 커버해서 알 수는 없다. 난 솔직히 이렇게까지 많이 지역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 몰랐다. 여러 지역을 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대하게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만난 부동산 투자자들은 특정 지역을 잘 알고 있고 그로 인해 수익을 냈고 그 주변 지역까지 어느 정도 어림잡아 유추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학렬은 실제로 그 지역을 전부 돌아다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중개업소 사장들을 모아놓고 토론하며 - 하는 일이 그러니 이런 부분은 따라 올 자가 없다 - 지역 전문가들의 정보까지 받아들이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결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다 하지 않았을까.


저자가 투자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여부는 모른다. 저자와 만나 단 한 번도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지역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보니 단 한 번도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을 못했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이번 <부자의 지도 - 다시 쓰는 택리지>를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읽었다. 거의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읽기 시작했는데 난 이제서야 다 읽었다. 역시나, 난 그다지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못하다. 그 외에 이 책을 빨리 읽지 못한 이유가 있다.

다 읽고나니 책 제목에 불만이 생겼다. 책을 오랫동안 읽은 이유와 연관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이 책 제목을 지었어야 했다. 책을 읽으며 자꾸 추억에 잠기고 회상모드에 들어갔다. 내가 좋은 책이라고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책을 읽다가 자꾸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라 이야기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최근 들어 다른 지역을 주로 가는 편이지만 나는 거의 대부분 서울을 돌아다녔고 걸어다녔다.


과거에는 주로 버스로 최근에는 전철로 돌아다니며 걸어다닌다. 생각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오는 지역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며 영화에서 보는 플래시 백 장면이나 회상장면처럼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몇 십년 전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쓰고보니 너무 늙어보이지만. 이 책에는 서울 25구 중에 겨우 6구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다 추억이 있다. 노원구가 가장 적은 추억을 갖고 있다. 가 본지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그 외는 전부 20대, 30대에 많이 갔었다.


놀러 간 것은 꼭 아니지만 다양한 이유로 갔다. 아쉽게도 투자 목적으로 간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가야 할 일이 있어 갔다. 나는 대체로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연결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보다는 내려서 걸어간다. 30분이나 1시간이 걸려도 자연스럽게 걸어가며 당시 걸으며 떠올렸던 느낌이나 생각이 있고 그 장소를 가게 되었던 다양한 이유가 책을 읽으며 떠 올랐다. 의외로 내가 강남쪽과 참 관련이 많은 추억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여의도에서 마포구를 거쳐 종각까지 눈이 많이 내릴 때 걸어갔던 추억이며, 남부순환도로가 너무 막혀 늘 뒷길로 가려고 이수역근처나 방배동 골목길을 - 내 차는 아니고 친구놈 차로 -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일방통행이라 헤매며 다녔던 추억. 방배역에서 내려 연습하기 위해 터벅터벅 걸어갔던 추억, 예술의 전당에 가서 공연을 봤던 추억. 용산과 마포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과거에 자주 가 놀았던 기억. 용산 버스터미널이나 마포에 있던 영화기획사에 영화초대권을 받으러 가서 여러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나고.


강동구 천호역에 막노동하러 갔던 추억, 현대백화점 옷 분류 알바를 갔다가 박스를 잘못 칼로 그어서 옷을 찢었던 기억. 게다가 영등포구는 내가 살고 있던 바로 옆 구역이라 초등학교 시절에 걸어서 여의도까지 걸어갔던 기억, 할머니가 영등포에 계셔서 자주 놀러갔던 기억. 김안과가 있던 영등포 극장에서 터미네이터나 영화 시사회도 봤던 추억. 큰 집이 문래동이라 갔던 기억. 성북구를 차로 가면서 경치에 놀라고 의리한 집에 놀랐던 어릴 적 기억이며 그 근처에서도 놀았던 기억등. 도대체 서울 곳곳에 내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며 내가 이처럼 서울 구석구석을 많이 다녔는지 깜짝 놀랐다.


친구가 미아리, 수유리쪽에 살아 자연스럽게 자주 놀러가다보니 생긴 추억까지. 경기도에도 의정부와 안양시까지는 상당히 많은 추억이 역시나 남아 있다. 박달동 같은 경우에는 내가 방위로 근무하며 무려 18개월이나 왔다 갔다 하며 안양1번지에서도 놀았던 기억도 나고 여름에 안양 야외수영장을 간 기억도 나고. 나에게 이 책은 부동산 책으로 전혀 읽히지 않았다. 책에 나온 모든 지역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없지만 지명과 함께 모든 걸 내 나름대로 다시 글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추억에 잠길 것이라고는 몰랐으니 완전히 책을 잘 못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좋았다.


책을 읽으며 소개된 모든 지역과 지명을 다시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추억을 벗삼아 수필을 쓰고 싶어졌다. 더구나, 지금 봄이 아닌가. 그리하여 이번 리뷰는 일단 여기서 멈추고. 추억에 젖은 리뷰가 아닌 책 제목다운 리뷰를 다시 써야 할 듯 하다. 


To be continue.....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왜 나에게 추억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추억을 떠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

http://blog.naver.com/ljb1202/20792979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 - 나에게도 알려주는


http://blog.naver.com/ljb1202/220244193871

흔들리지마라 집 살 기회 온다 - 행복한 거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