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우식당 - 그곳은 우리를 눈 감게 만든다. 그는 분명, 특이한 사람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장진우 지음 / 8.0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자 식당 이름인 장진우 식당은 처음 듣는다. 유명하다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안다고 해도 기껏해야 방송이나 언론에 소개되어야만 안다. 다들 죽어라고 방송에 나오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가 진짜로 갖고 있는 것에 비해서 인지도만 높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장진우 식당은 책을 읽다보니 얼핏 언론에 소개 된 적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운영하는 식당이 엄청 많다는 이야기를.


욕심중에 음식에 대한 욕심이 꽤 크다. 다른 분야는 욕심이 크지 않은데 이놈의 식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짜증낼 때가 배가 고플 때다. 그나마 나이를 먹으면 식욕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여전히 어린 탓인지 식욕이 더 생겼으면 생겼지 줄지 않았다. 여기서 핵심은 식욕이다. 나는 굳이 맛있는 것을 맛난 장소에서 멋있게 먹는 것에 대한 로망도 없고 추구하지도 않는다. 추가적으로 비싸기까지하고 줄 서서 먹어야 한다면 더더욱.


이런 자세는 내가 볼 때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이 갖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은 먹는 것에 있어 먹는 것에 의의를 둔다. 아무리 맛있어도 줄서서 먹지 않는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라서 나는 가게 되면 아예 일찍 가거나 늦게 가서 줄서지 않고 먹는다. <장진우식당>을 읽다보니 이곳은 일반 음식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식탁은 하나만 있고 거의 대부분 예약으로만 손님을 받는다. 


매일같이 음식 메뉴는 변하는데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예약도 그 달 첫날에 받는다. 음식가격은 꽤 비싼 듯 하다. 고급을 지향한다기 보다는 더 좋은 환경과 맛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다. 식당도 요식업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진작가로 작업공간에서 주변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다 확장되어 음식점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원래 개인 서재였던 공간에서 음식을 주다보니 알음알음 물어 사람들이 오다가 더이상 무료는 힘들어 음식점을 차렸다고 하니 그것도 대단하다.


나에게 식당은 음식을 먹는 공간이라면 책에 나온 장진우 식당은 음식을 나누는 공간이다. 식탁 하나에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는다. 한 밤에는 식당 주인인 장진우까지 술과 함께 음식을 먹는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2차를 찾는 분들을 위해 주변에 식당을 하나씩 확장해서 차렸다고하니 이 또한 대단하다. 책 자체는 수필로서 장진우식당을 운영하며 느낀 점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여러 책에서 나온 내용 중에 여행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 과거에는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 여행은 꼭 해야만 하는 부채감까지 준다. 특히나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어딘지 셀럽이나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은 반드시 해야 하는 걸로 보인다. 이런 부분에 있어 반감이 있다. 여행은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다. 여행은 경험을 안겨준다. 경험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 준다. 이건 맞다. 그렇다고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가지 않는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저자가 책에서 여행을 예로 들며 부자는 문화를 즐기고 여행을 비롯한 경험으로 행복한데 한국 부자들은 그렇지 못해 불행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상당한 부자들이나 셀럽들이 찾아오는데 이들은 아니라는 전제로 보인다. 반대로 보면 자신 식당을 찾은 부자들은 문화도 즐기고 경험도 많은 행복한 부자고 그렇지 않은 부자들은 불행하다고도 느껴졌다. 이렇게 쓴 이유는 수많은 부자들을 만난 것도 아닐텐데 무조건 문화와 경험을 협소하게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문화라는 것이 꼭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는 등의 예술영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문화의 한 부분이다. 경험도 역시나 여행을 비롯한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얻는 것도 경험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여행을 비롯한 경험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돈이 없어 여행은 커녕 자기 주변 지역만 돌아다녔어도 훌륭한 작품을 만든 수많은 위대한 작가들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인데 최근에 너무 여행을 강요한다는 느낌도 들어 썼다.


내 성격에 장진우 식당은 못 갈 듯 하다.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큰 식탁에서 함께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내부 사진이 없고 읽은 글에 의하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식당이 다들 너무 개성없고 프렌차이즈스럽게 만든다. 대부분 맛없고 매출없는 식당이 전부 만들려고 한다. 대박 음식점이 딱 1~2가지만 파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매일같이 그 날 오전에 어떤 음식인지 공개하니 그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 맛도 있으리라 본다.


지금 이태원 길이 어떤지는 모른다. 방송에 나오기 전에는 가 본적이 있어도. 거리가 뜨면서 거리에서 터줏대감으로 활동한 분들도 함께 조명을 받는다. 좋은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분들이 올곧게 자신의 자리에서 있으면서 하는 일도 잘 되는 사회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한다. 무엇보다 이런 책에는 대부분 자기계발식으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데 반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음식만들어 함께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가식적이지 않고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듯이.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배 고프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뭐 먹을 거 없나.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066955669

http://blog.naver.com/ljb1202/17535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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