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을 읽든 무조건 책 제목은 읽는내내 독자의 머리를 지배한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길을 잃었을 때 책 제목을 본다. 책을 열심히 읽어도 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면 다시 한 번 제목을 보게 된다. 한 번에 책을 집자마자 읽는 경우는 없기에 책을 읽을때마다 다시 한 번 제목을 저절로 보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을 유념했고 또 다시 보면서 확인했다. 책 내용 전개가 빠르진 않다.


늘 대중소설과 순수소설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유독 한국에서 그런 경향이 강한데 외국은 대체적으로 순수와 대중이라는 구분보다는 장르적으로 구분한다. 이 책은 전적으로 지인추천으로 읽었다. 지인이 읽으라고 권한 것은 아니고 리뷰를 보고선 마침 소설을 하나 읽을까하는 생각과 도서관에 간 날이 일치해서 무조건 택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택하고 읽어 어떤 장르인지도 몰랐다.


굳이 장르라면 추리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50페이지 넘게 읽으면서 이 책은 추리 소설류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고 장르소설도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대중적인 재미가 적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도 아니었다. 차라리 지적유희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책은 크게  사춘기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전반부와 아이가지 다 키운 후에 노인이 된 후반부로 나눠진다. 전반부는 언어적 지적 유희와 같은 구성이다.


배경이 60년대인데 편견인지 몰라도 60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양 작품 - 그래봤자 기껏해야 미국이나 영국이지만 - 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말과 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행동은 정 반대로 개차반적이고. 무엇인가 있어보이려 노력을 끝까지 한다. 아는 것이 없어도 아는 척을 해야 하고 읽은 것이 없어도 읽은 척을 해야 하고 자신이 입에서 내 뱉는 사상을 잘 몰라도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만으로도 그 사상을 안다고 상대방에게 보여야했다.


이런 현상은 절대적으로 10대후반에서 20대까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할 때 주인공은 어김없이 젊은 청년들이다. 아마도 이 당시를 청년 시절로 보낸 사람들이 펴낸 작품이 많아 그럴 것이다.  히피라든가 물질적인 풍요가 늘어나며 정신적인 충동이 벌어지며 젊은이들은 가치적인 혼동이 온다.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려 이념적으로 싸우고 육체는 편해지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해 지나고보니 더욱 풍성했던 시절이 되었다.

이 당시의 한국은 완전히 동 떨어진 시대상황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전력투구하던 시대였다. 이러다보니 서양 작품을 읽을 때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산업화를 통한 발전을 한 정서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보고 듣는 것 정도로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 내려오는 정서가 단절되어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전반부는 그저 그런 느낌으로 내용이 이뤄진다. 별 다를 것도 없고 특이할 것도 없고 괜히 젠척하는 남성 놈들의 치기어린 사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반부에 급격히 시간이 지나가며 어느 새 노회해서 육체도 정신도 전반부와는 다를 것으로 느껴지는 노인이 되었다. 젊었을 때 잠시 사귄 베로니카와 헤어지지 마자 가장 친했다고 여긴 에이드리언과 사귄다는 것을 알고 질투와 시기에 폭발해 저주섞인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뜻밖에 베로니카의 어머니에게 한 통의 유언장과 500달러 정도의 상속금이 나온다. 추가로 생각지도 못한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까지. 에이드리언이 베로니카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에 더욱 궁금한 바로 그 일기장.


허나 베로니카는 그 일기장을 가로채서 주려 하지 않는다. 이미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기고 다시 이혼한 상태로 더이상 삶에 새롭고 활기찬 것은 없다고 믿었지만 베로니카는 뜻하지 않게 즐거움을 준다. 다시 베로니카에게 일기장을 받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베로니카에 대한 새롭게 환상도 생긴다. 인간은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위주이던가. 상대방의 모든 행동은 내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한다. 모든 것마저 그에 맞게 전부 꿰어맞추며 연결시킨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는 철저하게 1인칭 시점의 주인공 입장에서 작품 속 세계에 빠진다. 저절로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주인공이 사랑하고 미워하는 캐릭터를 똑같이 대한다. 시종일관 책을 읽으며 베로니카는 이상하고 요상한 여자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과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베로니카의 말과 행동이 이해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예감은 개나 줘버려'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지독한 편견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대체적으로 이성친구일 경우가 많다. 특히나 나이가 어릴 때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도 왜 그런 행동과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서로간의 대화와 행동은 온갖 오해와 억측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헤어진 관계는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외사랑이든 끝내 미스테리를 풀지 못한다. 그저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이번에도 여전히 자신 혼자만의 추측으로 회상할 뿐이다.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나 템포가 느리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를 돌아봐.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35225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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