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그레고리 클라크 지음, 이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멸망할 것이라 예측했던 맬서스 예측처럼 인구는 비교도 되지 않게 늘어났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남았다. 이제 과다한 인구 숫자로 지구의 종말을 예측한 것과 달리 인구가 즐어들며 멸망을 예측하고 있다. 수 백년 동안 인류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구의 미래는 우울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렇다. 미래를 그린 영화는 어김없이 전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사실 불행하지는 않다. 불행하다고 느낄진 몰라도.


이 책은 내 필터링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책이다. 책 추천에 관해서는 믿을 수 있는 홍춘욱씨 - 물론 추천한 모든 책을 읽지는 못한다. 어려운 것도, 취향에 맞지 않는 것도 있으니 - 가 올린 리뷰와 관련 글을 읽고 계속 노렸는데 절판이다. 우연히 도서관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럴 때 참 거짓말 살짝 보태 닭살이 돋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한 기쁨이라니.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 쌓아놓은 책 목록도 정리가 되었고.


생각보다 읽기 쉬웠고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의외로 이런 책이 재미있다. 재미없고 딱딱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넓혀주고 이해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준다. 매일 역사에서 배우라고 하지만 역사책을 읽는 것보다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고 지금을 알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을뿐이다. 우리는 지금 똑똑하다고 믿을지 몰라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것은 다 똑같다.


총 3파트로 나눠 올릴 예정인데 그 중에 첫번째 파트를 써 본다.


인류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발견과 사조와 흐름이 많은데 그 중에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 있어 완전히 다른 세계를 출발시켰다. 한국 현대사에서 IMF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인류역사는 산업혁명 전과 그 후로 나눌 수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소득 불평등은 감소시켰으나 사회간 불평등은 증가했다. 산업혁명 전보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차이는 줄었다. 부자는 더 잘살게 되었어도 가난한 자도 이전과 비교되지 않게 먹고 살 수 되었다. 하지만 사회 불평등은 더욱 벌어졌다.


인간에게 소득은 생활수준을 결정하는데 그 어떤 사상이나 종교보다 강력하다. 사상과 종교가 생활수준을 높혀주지 못하지만 소득은 생활수준을 높혀준다. 1800년 전에 인구는 최저생계수준이상으로 살았다. 다같이 가난하긴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살았다는 의미다. 맬서스가 예측한 세상은 인구가 늘어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 봤다. 인류는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나고 줄었다. 인구가 늘어나면 생활수준이 낮아졌고 인구가 줄면 생활수준이 개선되었다. 산업혁명 전까지는.


유럽인이 불결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베르사이유 궁전이 사실 똥밭이었고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가리지 않았고 치마는 온갖 오물이 묻어 들고 다녔다. 루이 14세를 비롯한 당시 사람들은 목욕을 자주 하면 안된다는 상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따로 화장실이 없으니 더러운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가 발전했다. 반면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청결의식이 강했다. 화장실도 따로 밖에 있었다. 변을 모아 독을 제외하고 거름으로 쓸 정도였다. 그만큼 청결의식이 강해 사망률이 유럽인보다 낮았다. 재미있게도 이런 사실로 인해 동아시아보다 유럽인이 잘 살았다.


산업혁명 전 사회는 토지가 절대적인 소득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토지는 한정된 자산이다. 아무리 생산성이 높아도 일정 수준 이상을 산출할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근면성실하며 노력하는만큼 얻을 수 있었던데 반해 이전에는 반대였다. 한정된 토지에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야했다. 무척이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한정된 토지에 많은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일은 금방 끝난다. 남는 시간은 놀아야 한다. 결국 노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그래도 상관없다. 서로 서로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 잉여인원이 생겨난다. 토지에서 산출되는 생산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인구가 늘면 반드시 생활수준이 낮아진다. 이처럼 인구는 소득수준과 토지면적과 기술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인구만 증가하고 물질수준은 높아지지 않는다. 어차피 한정된 토지에서 산출량이 일정수준이상으로 높아지지 않으니 서로가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다.

1800년 이전은 이런 이유로 출생과 사망에 따라 생활수준이 결정되었다. 대체로 출생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시에 출생은 그 변수가 없으면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아가 태어난다. 출생 후에 이들이 오래 살지 못한다. 우리가 과거 평균수명이 적다고 해서 40세가 넘는 사람이 적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60~70세까지 살아간 사람도 많다. 영유아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기를 넘어가면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갈 확률은 증가했다.


동아시아는 영양상태 불량으로 출산율이 유럽에 비해 낮았지만 이 부분이 생활수준을 크게 결정하지는 않았다. 출생률이 아닌 사망률이 결정적인 요소다. 1800년 이전에 유럽이 동아시아보다 살기 좋았던 이유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불결이 하나의 요소였다. 청결한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지 않아 인구가 늘어나 한정된 토지에서 생산되는 물질을 나눠가지니 생활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외에도 1350~1600년에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흑사병은 유럽의 생활수준을 올려준다. 한정된 토지에 흑사병으로 죽은 인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급격히 올려줬다. 사과 하나를 3명이 먹어야 했지만 이제는 1명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 당시 영유아 살해관습은 생활수준을 역시 높혀주었다. 당시 영유아를 강에 버리는 등으로 간접적인 살해로 평균수명을 낮게 만들었고 과거 평균수명이 낮은 이유는 이렇게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한 숫자가 많았다.


1870년 전에 부자가 출산율이 높았다. 이미 한정된 상황에서 부자 자녀가 많아지면 이들은 상류계층에서 내려간다. 부자가 적었던 이유다. 100평 토지를 자녀 3명이 나눠 가지면 30평 정도다. 이제 부자에서 탈락한다. 이처럼 토지가 전부였던 시대에 발전이 더딘 이유였다. 이러다보니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인구재생산이 높아져 이들 자녀가 매우 급속도로 늘어나며 사회계층이 하향이동이 이뤄진다. 끊이없이 반복되며 부자가 증가하지 못한다.


지금도 여전히 지대는 최고의 부가가치다. 인세, 저작권료 등은 전부 현대의 지대다. 산업화 이전 영국 농경사회 지대비율은 30~40%였다. 18세기 중국은 50%였고 함무라비 시대 바빌로니아는 소득의 3분의 1이 지대였다. 전체적으로 대부분 사회에서 지대는 20~40%였다. 상당히 높은 비율로 지대는 가장 강력했다. 현대에 와서 거주비가 갑자기 높아졌거나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되풀이된다.


우리 예상과 달리 1914년 이전 영국에서 인플레이션은 2%를 초과한 적이 없다. 현대에 들어와서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 두자리까지 간 적이 있다. 그만큼 현대에 들어와서 급격히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발전했다는 뜻이다. 이는 금리에서도 확인된다. 신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리대금업이 발달했을 뿐이지 금리는 높지 않았다. 금리는 결국에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낮은 금리라고 말하지만 예전에도 많이 경험했다. 인류는.


현대는 과거에 비해 안전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살인이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살인이 시도때도 없이 벌어진것처럼 보이지만 13세기 중세 살인율은 1000명당 0.2명으로 0.7%였다. 14세기에 들어 살인율은 1000명당 0.12명이었다. 지금은 더욱 줄었다는 것이 통계로 알 수 있다. 인구가 늘어나 살인건수가 많아졌을 뿐 1,000명당 살인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인류는 계속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과거에 토지가 전부였던 시대는 정착농경 사회로서 기본적인 자본 형태는 주택과 토지와 토지에서 나오는 산출력이 전부였다. 계속해서 되풀이하지만 이것인 전부라 맬서스가 했던 예측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계속해서 기술발전 없이도 자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출생률과 사망률로 조절해왔다. 이런 사회가 이제 상거래와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차츰 차츰 인구 재생산 능력이 경제적인 성공과 밀접한 연관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본 규모가 커진 덕분에 이제 현대인의 미덕이 된 인내심과 근면성에 충분한 보상이 마련되었다. 이제부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숫자 체계는 드디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미루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소비의 지연은 이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드디어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다가오며 맬서스가 예측했던 한정된 토지에서 산출되었던 생산 한계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신 차리고 읽어야 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모르는 걸 알아가는 것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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