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를 쓸 때 항상 분야를 선정한다. 가끔 내가 읽은 책을 어떤 분야에 넣을지 애매하다. 그럴때면 인터넷 서점에 가서 어떤 분야로 선정되어 있는지 참조를 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문으로 되어 있다. 책에서 인문적 시선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딱히 잘 못된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문이 어느 곳에나 무조건 닥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정확히 건축가가 쓴 책이다. 건축가가 건축하는 입장에서 도시에 대한 고찰과 제안을 한 내용이다.


살짝 고민끝에 예술로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도시 미관이 달라질텐데 저자가 과학과 예술의 영역에서 건축을 언급하는데 착안했다. 도시는 딱딱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처럼 무감각적인 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보다 살기 편하게 만든 인공적인 환경이다. 한국 경우에 잘사는 부분에 모든 집중을 하다보니 미관이나 자연과의 조화같은 것보다는 오로지 실용적인 면이 부각되며 빠른 시간내로 도시가 만들어지고 거주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유럽 건축은 몇 백년 전 건축물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의 건축물은 남아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드물고 그마저도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한국인의 천박함을 성토한다.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진흙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진흙이 묻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주택이 발전하게 되었고 나무로 짓게되었다. 인위적으로 만들기 보다 나무의 성질을 살리며 짓다보니 지금과 같은 한옥 스타일이 나왔고 그로 인해 오래도록 보존되기 힘들었다.


도시는 복잡다단하다.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내가 살고 있는 거대도시 서울이 만들어졌다. 서울 경우 계획되시가 아닌 원래 있던 도시가 만들어지며 복잡하게 엮여있다. 책 초반이 걷고 싶은 거리와 그렇지 않은 거리다. 명동과 달리 강남 거리는 왜 걷고 싶지 않느냐에 대해 알려준다. 이 부분은 단순히 인간적인 측면이 아닌 투자측면에도 흥미로웠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게 입구가 자주 있고 공간의 속도가 느려야 사람들이 걸으며 주변을 살피면서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덕수궁 돌담길처럼 연인 둘만이 거리를 걸으며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는 거리도 다른 의미에서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이런 비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맞는 말이다. 대로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람들이 걸어가며 멈추는 효과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알았는데 이런 것은 미처 몰랐다. 다만, 명동과 강남거리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강남 뒷 골목을 비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한다. 더구나 나는 강남거리 걷는게 다른 의미로 좋던데. 똑같이 맨 꼭대기에 있는 옥탑방과 펜트하우스는 사람들이 달리 볼까. 옥탑방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지만 펜트하우스는 그렇지 못해 조망을 전부 볼 수 있지만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호텔과 모텔의 차이는 창문의 유무다. 어릴때부터 독립하는 외국은 서로의 집에서 충분히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부모로 가는 한국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모텔이 발달했다는 의견과 함께 그런 이유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할 필요가 있어 창문이 없고 호텔은 자랑하려는 마음도 있어 특정호텔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센트럴 파크는 반쪽짜리다. 낮에는 사람들이 즐겁게 즐기지만 밤이 되면 인적이 끊어진다. 공원이 외부와 연결되지 않아 그렇다.


반면에 보스턴 코먼은 공원 주변이 전부 건물로 둘러쌓여 있어 밤에도 외부로부터 시선이 자유롭지 못해 범죄가 발생하기 힘들어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이 공원에서 즐긴다. 아쉽게도 국내의 서울공원 같은 경우에 공원자체는  센트럴 파크보다 크지만 접근성이 힘들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공원을 찾을 수 있게 설계했어야 하는데 공원만 있다. 반대쪽은 강변북로로 완전히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이것은 한강 고수부지도 똑같다. 한강 고수부지를 가는 것은 어렵다. 여의도처럼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한강고수부지를 가려면 벽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아파트단지라는 벽이다. 아파트가 한강을 가로막으며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가로수길이 뜬 이유가 바로 한강 고수부지 출입구가 넓어지며 쇼핑과 식사를 한 후에 오붓하게 한강으로 갈 수 있는 출구가 생기며 나타난 현상이라한다. 생각지도 못한 넛지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도시는 사소한 것에 의해서도 변한다. 또한 현재 한강고수부지는 그 자체로 충분히 도시인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냅두는 것이 더욱 좋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도 설명한다. 우리는 공간이라 부르고 서양은 space라 한다. 서양과 달리 한국은 비워있는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도시 건축에도 이런 우리만의 공간을 잘 살려야 한다. 과거에는 각자 자신의 자연환경에 맞는 건축이 이뤄졌는데 세계화가 되며 어느 곳이나 모든 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전세계 건축은 고유의 맛이 사라졌다. 다시 각 지역에 맞는 고유한 건축으로 도시를 살린다면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 본다.


이런 점은 네온사인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홍콩이나 라스베가스 야경을 보며 멋있다고 하고 국내의 야경은 어지롭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은 바로 그 야경을 보며 별로라고 하며 우리 야경이 더 멋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네온사인을 정보로 받아들이냐 차이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정보로 받아들이며 싫어하지만 외국인은 정보가 아닌 전체그림으로 인식하며 아름답게 보는 차이에서 나온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아파트에 대한 문제제기나 건축에 대한 문제제기를 건축과 관련된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며 흥미롭고 색다른 시선에 유익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도시를 바라보는 다른 시야가 즐거웠다. 얼마든지 도시 자체를 예술로 만들 수 있다. 점차적으로 도시는 그렇게 변모할 것이다. 그 안에 살아가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로 탈바꿈할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을 기대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많은 걸 알려준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많은 걸 알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