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또래의 남성들이라면 - 여성들은 솔직히 모르겠다 - 무조건 락을 듣고 자랐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랩이 유행을 하기 전까지 대부분 가요보다는 팝송을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도 음악을 좀 듣는다는 사람은 전부 락을 즐겨들었다. 단순히 즐겨들은 정도가 아니라 가요를 듣고 락을 듣지 않는 사람은 수준 떨어지는 사람취급을 받았다. 가요도 김현식이나 들국화처럼 락에 기반한 가수들의 노래만 '좋다'면서 들었다.


아직까지 LP판이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던 때라서 청계천 세운상가를 가서 구입했다. 청계천에서 종로로 넘어가는 계단에서 통로까지 길가에서 진열되어 있었다. 흔히 백판이라고 불렀다. 그곳은 지금으로 치면 야동도 함께 팔던 시절이라 이미지가 좋지 않았지만 락 음악을 듣는다고 하는 친구 중에 그곳에 가서 구입하지 않은 친구들은 없었다. 좀 더 후에 대형 레코드점에 시내 곳곳에 생기면서 백판은 조금씩 사라졌다.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가 되자 락은 어느 새 팝의 전부에서 일부로 변화되었다. 여전히 락을 기반으로 한 음악은 어딘지 대중 음악의 기본으로 생각된다. 락은 지금도 듣고자 하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면 된다. 과거에는 라디오에서 락을 틀어주는 방송이 많았다. 아예 새벽 1시 넘어 성시완이 진행하는 음악방송에는 달달한 락도 아닌 수준 높은 락을 틀어주며 일부러 찾아듣는 사람도 많았다. 그 방송을 통해 새로운 락이나 몰랐던 락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내 또래에게 락은 사춘기와 청년 시절에 듣던 노래다. 락은 젊은 층에게는 환호를 받았지만 일분 그룹의 엄청난 퍼포먼스로 어른들에게는 지탄을 받았다. 너무 괴기스럽고 악마(??)적인 행동은 좋은 이미지보다 나쁜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당시에는 꽤 논란이 되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것이 전부 다 먹고 살자는 하나의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다. 어른이 되어 알게된 어찌보면 꽤 허망한 진실이라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클래식이나 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이고 락을 비롯한 대중가요는 천박한 것은 아니다. 다 똑같이 내 마음을 흔들고 울림을 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더구나 대중가요는 음악과 함께 추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락을 체계적으로 듣고 심층적으로 전문적인 음반까지 찾아가며 들어 본 적은 없다. 그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정도나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어딘지 락에 대한 역사를 그것도 만화로 알려준다고 하니 급 관심이 가며 읽게 되었다.

<Paint it Rock>은 락에 대해 읽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읽게되었는데 내가 딱히 락에 대해 대단한 전문가적인 식견이나 많이 알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에 소개된 상당히 많은 그룹과 인물을 알았다. 별 거 아니라도 그 사실이 괜히 뿌듯했다. 내가 이토록 많은 락 그룹과 인물을 알고 있었다니 청춘 시절을 나름대로 청춘으로 보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10대에서 20대까지 살아가며 음악 좀 듣고 살았다는 기분이랄까.


총 3권으로 이뤄진 이 책에 주인공은 비틀즈나 마찬가지다. 아주 조금 거짓말을 보태 비틀즈로 시작해서 비틀즈로 끝났다. 심지어 책 표지도 비틀즈의 <에비로드> 표지인 멤버 4명이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유명한 그림이다. 이 앨범 자켓은 오래도록 폴 메카드니의 사망설까지 겹치면서 소문의 소문이 날 정도였다. 비틀즈가 함부르크에서 수 백번의 연구를 하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비틀즈부터 브리티시 임베이젼이 시작되기도 했다. 거의 최초로 사춘기 소녀들로부터 괴성을 받은 아이돌이기도 했다.


락이라는 장르 자체가 블루스에서 시작했다. 미국 흑인 음악이다. 정작 꽃을 핀 것은 영국이란 사실은 재미있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겸비한 그룹은 대부분 영국에서 출발하거나 미국에서 영국으로 넘어가서 인기를 끌어 다시 미국으로 진출한다. 락의 본격적인 출발은 60년대다. 락이라는 음악 자체는 - 아니 모든 음악을 비롯한 세상만사는 - 그 시대 조류와 동시대적인 공감으로 탄생하고 사라진다. 


락이 반항이미지를 갖게 된 것 자체가 히피 문화와 연결되고 이것은 또 다시 베트남 전쟁과 연결된다. 이렇게 락은 동시대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사회문제 의식과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장치였다. 지금은 댄스와 랩이 그럴지도 모르고. 그렇게 락은 지금의 20~30대에게는 과거와 같은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음악은 아니다. 이제는 주류도 아니고 -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주류였던 적도 없지만 -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Paint it Rock>은 아주 재미있다. 그것도 만화 컷 안에 있는 내용과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서로 동떨어져 더욱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락에 대해 관심있거나 소싯적 락을 들은 사람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듯 하다. 따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이토록 많은 그룹과 인물이 있었는지 몰랐고 내가 그토록 많은 그룹과 인물을 알고 있는지도 미처 몰랐다. 


금방 읽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용도 알차고 많은 분량이 있어 오랜 시간이 걸려 읽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락을 귀가 아닌 눈으로 본다는 사실이 좀 이상할 지 몰라도.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노안이면 글씨가 안 보일수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락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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