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하가시노 게이고 작품이다. 한국에 소개된 추리류 소설가 중에 가장 많은 책이 출판되지 않았을까 한다. 모든 작품이 전부 내용과 구성이 탄탄하다. 제일 신기한 것은 각 작품마다 어떻게 그런 기획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악의>도 읽다보면 두 번의 반전이 나온다. 온 몸이 짜릿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단하다. 이럴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것은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전부 완성한 후에 책을 쓰는 것인지 쓰다 조금씩 변하는지 인데 <악의>같은 경우 처음부터 전체적인 내용 구성이 끝난 후 썼다고 본다.


내용 전체를 볼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에 대한 완전한 구성이 없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다. 한편으로는 책 내용 자체를 볼 때 충분히 200페이지 정도로도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을 300페이지 넘기면서까지 쓸 수 있는 필력도 놀랍다. 책 제목인 '악의'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도 책 마지막에 드디어 알게 될 정도로 감추고 또 감추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용이 전개되며 치밀하고 촘촘하게 거미줄처럼 짜여있는 내용전개에 놀랄 틈도 없다. 그저 읽다보면 하나씩 밝혀진다.


일반 추리 소설류가 대부분 내용이 전개되며 뒤통수를 친다고 숨기면서 반전을 이뤄내려 하지만 대부분 독자들이 어느 정도 예측을 이미 한 상태다. <악의>는 그런 것 없이 아예 처음부터 알려준다. 정답이 나왔지만 문제 풀이를 모른다. 기소를 하려면 정답만 갖고 안 된다. 살인했다는 결과물만 들이대면 이는 잘못이다. 왜 죽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어떻게 죽였는지도 알아야만 정답이다. 내가 살인을 했다고 해도 정황과 상황과 증거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


소설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가가형사와 살인자인 노노구치 오사무. 최초 발견자였던 노노구치는 시간이 지나며 살인용의자로 부각된다. 가가형사는 그가 갖고 있는 알라바이를 하나씩 깬다. 결국 노노구치가 살인자라는 것을 밝히고 노노구치도 고백을 한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가가형사는 무엇인가 이상하다. 살인 결과는 변하지 않지만 범행동기가 석연치않아 좀 더 조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진실이 주된 내용이다. 악의는 악한 의도를 말한다. 처음부터 악한 의도를 갖고 조정당하는 경우도 있고 선한 의도가 악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악한 의도를 갖게 된 계기와 배경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는다. 왜 그런 판단이 생겼는지 제대로 따져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생긴 편견과 선입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바라본다. 반대도 있을 것이라는 고려를 하지 않는다. 


살인자 노노구치는 이유없이 악의를 갖고 있다. 실제 그가 한 행동은 이해불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일이 너무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같은 경우 대부분 이즘이 문제다.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놈의 사념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된다. 내가 옳고 찬성하지 않는 모든 것은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제거해야만 끝이 난다. 어릴 때 생긴 이런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은 평생 한 개인을 지배한다.


늘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한 지식습득해야 하는 이유다. 지식은 득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특정 지식만 쌓으면 점점 독으로 성장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지식으로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개인이 가장 무섭다. 말이 통하지 않고 벽에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지 더더욱 그의 세계관은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소설 <악의>는 이렇게 잘못에 사로집힌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자체는 '우와~!'하면서 넘기며 볼 정도는 아니다. 상당히 색다른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측면이 좀 독특하다. 결과물이 나온 후에 나중에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노노구치 관점과 가가형사 관점에서 책은 교차되며 써져있다. 서로 속이고 밝히는 이야기라 그걸 읽는 재미로 보는 측면도 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페이지가 짧아도 좋았을 듯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종류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읽을 일본 추리 소설

http://blog.naver.com/ljb1202/142162096

용의자 X의 헌신 - 천재의 대결
용의자 X의 헌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06.08.10 리뷰보기 히가시노 ...
blog.naver.com
본문으로 이동

http://blog.naver.com/ljb1202/177451253

제노사이드 - 인류의 미래는?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2.06.19 리뷰보기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라는...
blog.naver.com
본문으로 이동
64 - 포기하지 않는다
64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 출판 검은숲 발매 2013.05.08 리뷰보기 이리 두껍고 글이 빼꼼하게 채워져 있.....
blog.naver.com
본문으로 이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