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감정이입이 너무 되었다. 책을 보는내내. 부부가 모두 하버드 대학교 교수다. 나이는 50대.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한 자녀들. 걔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된 막내가 배우를 한다고 대학가지 않은 것이 불만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가족이고 우러러 볼 만 하다. 신경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각종 학회와 논문등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던 앨리스.


어느 날 걸어가다 길을 잃는다. 매일같이 가던 글인데 갑자기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많이 불안하다. 폐경기에 따른 기억 감퇴 등의 이유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나 뇌가 잘 못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든다. 어떤 날은 비행기를 타고 학회에 가야 하는데 완전히 잊어먹고 집에 돌아온 경우도 있다. 주치의는 특별한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전문의에게 갔더니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다.


이제 겨우 50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청천벽력의 선고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뜨문 뜨문 정신을 놓치기는 해도 그 순간만 지나가면 지장이 없다고 믿었다. 점점 자신이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온다. 이미 머리에는 떠오르는데 입으로 나오지 않는다. 현실 구분이 힘들 때도 있다. 문득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앨리스 자신의 속마음이 소설에서 함께 묘사되고 있어 그런 순간에 앨리스가 어떠했는지 알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 집에 가면 치매 걸리신 할머니가 계셨다. 밥을 먹어도 1시간도 안 되어 배가 고프다고 하신다. 새벽 1시에 갑자기 누구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 간접적인 경험으로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전부다. 치매는 나이를 먹어야 생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활이 어떤지 가끔 다큐를 통해 본다. 내가 저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만으로도 사실 끔찍하다. 그런데 치매가 어린 나이에 진행된다.


그런 감정이 너무 강하게 내 일처럼 왔다. 소설 후반은 그나마 차라리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모습이라 괜찮았다. 중반까지 앨리스가 병에 걸려 조금씩 자신과 사투하는 모습에서 마치 내가 당한것처럼 슬프고 분노되고 그 절망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어느 누구도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다른 병이라면 그나마 아프다는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는데 이건 멀쩡한 사람이 너무 엉뚱한 행동을 하니 답답하다. 측은한 마음이라도 들어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데 너무 달라진 모습에 이해하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짜증이 난다. 


몸이 멀쩡하니 이해되기 힘들다. 하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온 집을 전부 헤쳐놓으며 집중한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오로지 찾는 것에만 집중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인지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딸을 젊은 여자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갑자기 딸이라는 것은 인식한다. 과연, 이런 감정을 느낀 당사자는 어떨까. 도저히 이해할 수 조차 없다.



앨리스는 하버드 대학교수일정도로 똑똑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자 무슨 소용이 있나. 그 모든 것은 전혀 쓸데 없다. 차라리 다른 병에 걸리면 그래도 모든 지식이 남아 있겠지만 이제는 살아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식을 쌓을 이유가 전혀 없다. 생존이라는 본능을 제외하고는 점점 사라진다. 단기 기억이 점차 느려지고 장기 기억중에 뜨문 뜨문 되살아나는 기억은 오히려 집착으로 변할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재미 있어서. 심심해서. 그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럴 때도 분명히 있지만.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수 있다. 지식은 왜 쌓는 것일까.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식을 쌓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 굳이 그런 미련한 짓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식 쌓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지식이 단순히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모른체.


지식 얻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 나는 책을 읽는거다. 나이를 먹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존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런데 치매 걸리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자산은 도움이 된다. 생존을 위해서. 나 자신이 치매 걸린 후의 생존을 위해서도 나 자식의 번식을 위해서도. 내 주변 사람들이 내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진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 내 의지가 아닌 단순히 본능적으로 생존한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인가. 


<스틸 앨리스>에서 자신이 확실히 알츠하이머로 되돌아 올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해야 할 편지를 썼다. 약을 먹고 자살하는 것이다. 자신이 쓴 것인지 놀라면서 약을 찾으려고 한 순간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스스로 모른다. 솔직히 자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결말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고 하면 반박할 말은 없지만. 나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절망일뿐이다. 그것도 나이를 먹은 후 - 적정 나이라는 논란은 있겠지만 - 생긴 질병이 아닌 이제 겨우 50이면 나조차도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었다.


앨리스가 점차 변화되는 모습이 앨리스의 입장에서 주로 묘사되고 있어 더욱 집중하게 된다. 앨리스의 속 마음까지 함께 읽다보면 얼마나 내부적으로 힘들까. 무기력하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암담함. 담담히 받아들이려 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시한부 질병에 걸리는 것이 속편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인생을 살아간다. 앨리스는 남들과 함께 살아간다. 앨리스는 이제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새로 태어난 인생일까.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하고 분위기가 가라않았다. 군데 군데 빛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 마저도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 인생은 살아가는 거다. 기쁨도 슬픔도 좌절도 행복한 감정도 찰나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의 덩어리인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는 이제 누군가. 나라는 사람으로 치환해서 감정이입이 되다보니 가상 세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양 앨리스와 여정을 함께 했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겠지. 내일이나 일주일 후 길면 한달까지는 예측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이지만 1년 후는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인생 아닐까. '오늘을 열심히 살자'라는 지극히 자기계발적인 끝맺음을 한다. 내 기억은 사라져도 타인의 기억에 나는 남아 있으니.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용이 싫으면 읽지 않는 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소중한 인생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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