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 - 초망(草莽)편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3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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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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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과 효는 동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서양도 중요했지만 유독 동아시아에서 더욱 주목하고 도드라지게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이다. 공자에게서 출발한 점 때문에 그런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두 덕목은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가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충은 빼 놓을 수 없는 덕목이고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 효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복종하는 덕목이라 할 수 있지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미 나라는 기울었고 황제는 명성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힘도 권력도 갖고 있지 않다. 현대의 왕에 비해 딱히 더 좋을 것도 없는 시대였지만 여전히 대의명분이라는 중요도에 따라 황제를 서로 모시려고 한다. 심지어 허울뿐인 옥새를 가지려고 서로 죽이고 죽는다. 큰 권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인물들도 황제를 자기 휘화에 두는 것만으로도 다른 권력자들이 꼼짝하지 못한다. 황제가 내리는 칙서를 받아들여야 하고 명령에 따라야한다.


이합집산 끝에 끝내 조조는 황제를 차지한다. 황제를 차지해도 각 지역의 군웅들이 활거하고 자신의 땅에서 맹주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들도 무소불위는 아니라서 어쩔수없이 황제의 명령에는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조는 아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크게 이기기도 하지만 크게 지기도 한다. 자신의 장남뿐만 아니라 가장 아끼는 부하마저 잃을 정도로 대패를 하지만 여전히 조조는 다시 일어서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뚜기처럼 일어나 더 강해진다. 이 점이 조조가 가장 무서운 점이다. 크게 실패했기에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더 따른다. 그런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조조를 보면서.


유비는 시종일관 답답 그 자체이다. 충과 효라는 측면에서 유비를 능가할 인물은 없다. 그는 언제나 충과 효가 먼저다. 자신의 안위영달은 신경쓰지 않는다. 재수좋게도 죽지 않고 살아 남는다. 그의 인품을 사모하는 많은 백성들의 눈이 두려워 그런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낮은 자세로 언제나 자신의 이익보다는 원칙을 먼저 지키려고 일관성을 유지한 유비는 가진 것이 없지만 어디서나 환영받는 존재다. 하지만, 그가 환영받는 다고 그가 갖고 있는 것은 없다. 언제든지 백성들과 주변 인물들은 유비가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릴 것이다. 여전히 유비는 떠돌이 신세와 마찬가지다.


오나라의 손책은 원술에게 독립을 한다. 겨우 20세 나이에 강동지역을 직접 차지한다. 그 자신이 갖고 있는 인품과 매력도 있었겠지만 그가 갖고 있던 후광도 잊으면 안 된다. 주위 인물이 단순히 손책만 본 것이 아니라 뒷배경과 명분을 봤다. 아무리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군웅할거의 시대라고 해도 타고난 신분마저도 무시할수는 없다. 손책은 그런 면에서 충분한 대의명분을 갖고 있기에 그가 갖고 있던 능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에 여포는 차라리 너무 인간적이다. 내일 따위는 필요없다. 오늘만 충실히 살면 된다. 출중한 무를 갖고도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한다.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주변 견제를 받는다. 어찌보면 작은 성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았을 인물이다. 주변 인물들이 여포를 믿지 못하고 언제 자신을 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서로 여포를 포섭하거나 죽이려 한다. 그런 면에서 참으로 불쌍한 인물이다.


내가 만약 장비와 같은 사람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 솔직히 계륵으로 보인다. 함께 하면 든든한 면은 분명히 있지만 무엇을 믿고 맡기기에는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 어떨때는 능력치 이상의 실력을 어떨때는 판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리는 일을 한다.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내니 복불복이다. 이런 인물은 품어 큰 사람이 될수도 있겠지만 과연 플러스 마이너스를 해서 플러스가 될 것인가. 이성보다는 늘 감정이 앞서고 즉흥적인 인물을 데리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행동대장만으로 딱인데.


<삼국지 3 - 초망편>에서는 드디어 삼국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전부 출연한다. 게다가 서로 자신의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고 드디어 삼국지라는 표현에 맞는 군웅들이 서로 겨루게 된다. 이런 와중에 유비는 여전히 보잘 것 없다. 유비를 주인공으로 보는 시선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마지막에 가서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충과 효라는 통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이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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