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삶,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30가지 지혜
칼 필레머 지음, 김수미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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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필레머의 전작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었다. 어떤 책인지는 알지 못했다.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는 것만 알았다. 이번 <이 모든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은 그 후속작이다. 이번 책은 부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의례 자기계발류의 책이라 생각하고 선택했던 책이라 다소 놀랐다. 이미 결혼을 한지 15년이 넘었다. 길다고 하면 긴 시간동안 부부로 함께 살고 있다.


부부에 대한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 나는 부담이 되었다. 스스로 가족 구성원으로 70~80점은 된다고 예상한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이 점수가 짠 것인지 후한것인지 나 자신은 모른다. 내가 아무리 몇 점이라고 외쳐도 부부는 상대방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분(이렇게 호칭하자)은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70~80점이고 아빠로서는 70점정도 되는데 남편으로서는 60~70점 된다.


얼마나 내가 아빠가 아닌 남편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리 훌륭하지 않다. 내 나이 또래의 남편과 거의 비슷하다고 난 본다. 집에서 빨래, 설겆이, 청소도 한다. 가끔 밥도 한다. 이런 걸 남편역할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모르겠다. 그 보다는 부부로서 서로 상대방과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느냐의 관점인데 여기에 대해 이러쿵 저렁쿵 얼마든지 과감히 쓸 수 있고 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과연 내 자신이 그걸 지키느냐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었을 때 글쎄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말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분의 입장에서 '맞다!'라는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물음표가 생긴다. 그런 이유로 부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벤트를 하는 남편도 아니고 - 거의를 넘어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 끊임없는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부부사이는 친구같은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사이라서.


잠시 무엇인가를 숨길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숨기기는 어렵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모든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은 상당히 많은 인터뷰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그것도 부부생활을 한지 30년 이상 넘은 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책에서는 노인 분들은 현자로 표현한다. 이들은 젊은 시절 부부로 만나 어느덧 나이가 적으면 60대다. 대부분 70~80대 부부들이다.


부부로 살아간 세월이 50년이 된 부부도 많다. 이 정도라면 부부에 대해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경험하면서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삶의 철학이 있다. 결혼하여 부부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이들보다 더 잘 설명할 사람들이 있을까? 오래도록 배우자 한 명과 살아간 사람, 사별등으로 다시 재혼한 부부, 배우자의 악행(??)에 질려 이혼 한 후에 반성후 새롭게 결혼한 부부.

몇 년 전에 결혼한다고 알려준 예비 부부에게 딱 한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바로 '역지사지'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혼 초반에는 더욱 심하다. 아무리 오래도록 연애를 했더라도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거다. 동거도 많이 하지만 법적으로 하는 결혼은 또 다르다. 세월이 지나 상대방에 적응되고 포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결혼생활은 유지되고 익숙하고 친숙하게 된다.


이런 관점은 어디까지나 배우자가 일반적인 사람이란 뜻이다. 배우자가 알코올 중독이나 폭력을 행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역지사지'가 아니라 빨리 포기해야 한다. 결혼 전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면 빨리 포기해야한다. 결혼후에는 쉽지 않다. 결혼 후라도 측은지심따위는 멀리 내 던지고 자신만 생각하고 이혼해야 한다. 연애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보일 때 다들 별로라고 한다면 잽싸게 포기해야한다. 콩깍지가 씌우지 않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정확하다. 단,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지 생활,태도,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인지 경제력에 대한 이야기인지등은 구분해야 한다.


책을 읽다가 순간 든 생각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에 대한 모범을 항상 보고 있는데. 바로 우리들의 부모들이다. 우리 부모님(양가)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항상 보여주는 모습이다. 결혼해서 생활한지 어느덧 50년이 되어 가신다. 함께 산책도 가시고 영화도 보신다. 매월마다 적금을 해서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도 가신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건물 경비를 하신다. 한 달에 한 번씩 16명의 가족들의 생일자를 몰아서 식사비를 쏘신다. 멀리서 찾거나 이 책을 통해 깨닫거나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리뷰를 읽는 분들도 똑같지 않을까.


책의 제목인 <이 모든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표현처럼 결혼에 대해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생활해볼때는 이미 늦는다. 최근에 가장 무난한(?) 선택이 동거다. 의외로 최근 사람들은 동거에 대해 긍정적이다. 부모로써는 반대하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다들 찬성한다. 이 마저도 쉽지 않은데 이미 오래도록 결혼생활을 한 현자들의 이야기라면 느나마 좀 더 확실하지 않을까. 몇 몇 분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집집단이 많다면 더더욱 말이다.


한편으로는 책의 내용은 겨우 15년 넘게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딱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읽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결혼은 현실이고 드라마처럼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결혼생활 내내 지속되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이런 과정에서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 없다.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만 한다. 상대방을 변화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인정하는 것이 서로 편하다. 정 힘들면 서로 대화와 타협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은 후 서로 인정하는 것이 답이다. 자신도 변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닫고 훨씬 더 오랜 세월이 지나 부부 둘만 남아 생활할 때 가서야 무엇인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아직은 결혼에 대해 무엇이라 떠드는 것 자체가 하찮게 느껴진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다만 말없어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알것이라는 착각에 벗어나서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노력해야겠지? 아니,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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