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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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책의 저자가 교수일 때 약간 긴장을 하게 된다. 견문과 학식이 뛰어나 그럴 것이라 예측되는데 글이 쉽지 않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책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책을 읽는 사람의 수준도 감안해야 하는데 글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번역된 책은 번역자가 번역을 잘 해 그런 느낌이 안 나는지도 모르겠으나 국내 교수들의 책은 읽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무조건 내 지식의 얇음을 탓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알기로는 출판사에서도 교수들의 책은 다소 리스크를 좀 더 감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중을 위해 펴 내는 책인데 전혀 대중을 위한 글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것을 쉽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진정한 지식의 최고봉이라고 여긴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자신이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분명히 쉽게 표현 할 방법이 있을텐데 완벽하게 치환하지 못하니 배운대로 내용을 설명한다. 


그 부분에 있어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도 없지 않아 우려를 했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 책에서 1부는 그런 우려대로 진행된다. 2부는 그와는 달리 쉽게 표현되어 있다. 진실은 내가 수사학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라틴어를 비롯한 친숙하지 않은 단어가 많이 나와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나름 그리스 로마신화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하는데도 쉽지 않았다.


과거에는 글을 읽는다는 행위보다 말한다는 행위가 남을 설득하고 회유하는 방법이었다. 만나자 마자 즉석에서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설득을 잘 해야했다. 글로 상대방에게 내 뜻을 전달하는 것은 극히 드물던 시대다. 철저하게 직접 만나 한 명이나 다수의 대중 앞에서 내가 의도하는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퇴고할 시간없이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기승전결로 말해야 하고 감정을 실어야 한다.


레토릭이라 하는 수사학은 말을 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글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이라 너무 당연한 방법이었다. 시대가 변화며 이제 수사학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도를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여 변화시키는 것을 전부 포함한다. 말보다는 글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글보다는 말로서 상대방에게 내 의도대로 얼만큼 변화시키느냐가 수사학의 핵심이다.

수사학이 라틴어로 레토릭이라고 하여 꽤 많이 쓰이고 있다. 인문분야에서도 많이 언급되지만 무엇보다 글쓰기와 연설등에서 더욱 중요한 개념으로 알려주는데 정작 이놈의 레토릭은 그다지 명확하고도 확실한 개념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조금 두루뭉실하다. 워낙 큰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보니 단순히 말 잘하기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중에 어떤 것을 말하지는도 애매하다. 또한, 워낙 많은 방법이 있어 어떻게 보면 말 잘하기에 대해 결과만 이뤄진다면 다 포함된다.


단순히 말하기에만 통용되기에는 현대에서는 글이라는 매체를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말하기보다 글쓰기에 더욱 중용된다. 예전처럼 말로서 상대방과 진검승부를 벌이는 헤게모니싸움이 드물고 글로서 주고 받는 것이 많다보니 수사학이나 레토닉개념이 글쓰기에서 더욱 활용된다는 느낌이다. 말하기가 발전해서 글쓰기라고 생각하기에 레토닉은 말하기나 글쓰기 모두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티가 실생활에서 잘 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금방 눈에 띈다. 평소에 말을 조리있게 하는 사람은 똑똑하다는 인상과 함께 믿고 맡길수 있다는 판단마저 든다. 똑똑해서 말을 잘 한다고 느껴진다. 말을 잘 해서 똑똑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말을 잘 하는 기술은 분명히 있겠지만 그 보다 얼마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은가와 이를 효과적으로 잘 선택해서 말로 풀어내느냐가 핵심이다.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1부에서는 레토닉의 개념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준다. 이게 어렵다. 레토닉이 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총체적 개념이고 말을 잘 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레토닉 자체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던 것이라 설명이 쉽지 않다. 각종 예화와 실화를 토대로 설명을 하는 것은 흥미로운데 본격적인 개념 설명은 말이 좀 어려웠다. 


그나마 2부에 가서는 쉬웠다. 1부가 개념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2부는 본격적인 레토릭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예시와 함께 알려준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계속 이렇게 책이 어렵게 구성되어있으면 생략할까 고민도 했었다. 우리 말과 우리가 익숙한 사람들로 설명해주니 보다 이해가 쉬웠다. 다행이었다. 레토릭이 인문책에서 자주 언급되어 읽기는 했지만 스쳐지나가듯이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겨우 겨우 개념은 알게 되었다. 다시 잊을 수 있겠지만.


학생시절부터 말을 조리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설득력을 갖고 듣기 편했으면. 이런 욕심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발음 연습을 하고 딕션연습을 해서 어느 정도 목소리를 다듬었는데 여전히 조리있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 중언부언 말하고 한 말 또 하고 멈춰야 할 때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것만 잘 해도 말 잘한다는 칭찬을 받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글도 잘 쓴다는 칭찬을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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