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그림여행 - 인상적인 인상파 풍경을 걷다
최상운 글.사진 / 소울메이트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가장 부족한 부분이 미술이라 생각되어 미술관련 책을 읽고 있다. 무식한 인간이라 남들은 그림을 감상하며 작품의 의미를 음미하는데 '책으로 배웠어요'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않고 글로 보고 있다. 대체적으로 19세기 전까지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그림들이 대세였다. 종교적 의미가 담긴 그림도 있지만 그 그림 내부에는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시대에 따라 그림의 표현방법이 달라지기는 했어도 종교와 역사를 빼고는 그림의 의미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 압도적인 그림이 많았고 그림을 보는 인간에게 가르치는 느낌과 강요하는 느낌의 작품들도 많다. 그러다가 19세기로 들어오면서 그림은 보다 자유로웠다. 가장 큰 이유는 사진기의 출현이 아닐까 한다. 사실 그래도 보여주는 사진을 그림이 이길 방법이 없다는 자각이 화가들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때부터 그림은 읽기 힘들어졌다. 점점 보이는 그대로 그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는 다른 표현을 추구하며 나와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의미를 쫓아가는 것이 버거워졌다. 그 본격적인 출발점은 아마도 인상파 도래가 아닐까 한다. 그전까지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화가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우리 눈에 보인 색깔은 빨간색이라도 화가가 표현하고 싶은 색깔이 주황색일 수 있다. 심지어 검은색으로도 표현된다.


눈에 보이는 구도를 충실하게 표현하지 않고 화가의 감정과 느낌에 따라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과장하고 색깔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19세기가 어쩌면 문화의 일대 전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들이 걸작이라고 표현하는 많은 작품들이 - 미술, 음악, 문학등등 - 19세기에 나온 것이 많다. 19살에서 20살이 될 때 비로소 공식적으로 어른이 되는 것과 같은 의미로 19세기에 어른이 될 모든 치기어리고 신기한 시도를 인류가 했는지도 모르겠다.


인상파가 나타날 쯔음부터 서서히 힘들어진다. 그 전까지 꼭 알아야 하는 화가가 많지도 않고 그림들도 거룩할 수는 있어도 단순한데 인상파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시류가 문화계를 장식하며 봐야 할 그림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러니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 사람은 순간적으로 의식을 놓아버리고 포기할 수도 있다. 여전히 책으로만 미술을 쫓아가고 있어 힘들기만 하다.

기회가 되면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을 관람하며 설명을 들어야지 마음만 먹고 실천을 하지 못한다. 작년에 시도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았는데 올 해는 어떻게 도리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시대순에 따라 작가와 작품을 연대기식으로 그림을 보고 글을 읽었다. 이번에는 인상파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특이하게도 인상파 작가들이 활동한 공간과 지역을 찾아간다. <인상파 그림여행>저자는 사진을 전공하고 강의도 할 정도라 한다.


인상파들이 주로 활동하고 그림을 그렸던 장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비교하며 알려준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그림의 장소가 현재 어떻게 변화가 되었는지 알려주고 그림을 그릴 당시 작가의 상황과 어떤 감정으로 그렸을지 알려주면서 현재 그 장소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림과 다른 면에 대해 사진으로 알려준다. 꽤 신선한 시도로 읽힌다. 늘 그림만으로 보던 장소가 사진으로 현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작품을 보다 잘 알기위해 여행을 떠난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현실 사진에서 보는 공간과 오브제(미술에서 이렇게 표현하길 좋아한다)가 어떻게 인상파 화가들이 표현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사진도 분명히 의도적인 변경이 가능하지만 그림은 확실히 화가의 의도대로 변경시켰다는 점이 사진과 비교하니 한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기도 했고 똑같은 장소를 놓고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한 것도 재미있었고 같은 장소도 화가가 시간과 계절과 의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 - 구도는 같고 색깔만 다르게 한 경우도 있다 - 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상파 화가들중에서도 거의 대부분 모네와 마네 그림들이다. 그 중에서도 모네의 그림이 가장 압도적으로 많다. 지역을 선정하고 보니 유독 모네가 많이 그런 장소가 선택되었던 것인지 워낙 다작을 한 모네라서 프랑스의 풍경 좋은 장소마다 모네가 전부 그림으로 표현할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뒤집어 보면 인상파에 대해서는 모네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보면서 느껴도 시작점으로는 괜찮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실제로 모네의 작품은 워낙 <수련>연작시리즈도 있을만큼 유명하기도 하고.


<인상파 그림 여행>의 첫 그림이었던 모네의 <트루빌의 판잣길>을 페이지 넘기자마자 내 시야에 들어왔을 때 '와! 이게 인상파구나!'라는 느낌이 꽤 강렬했다. 화면의 3분의 2가 밝은 톤의 하늘에 구름이 함께 곁들여진 그림인데 육지부분도 화이트톤으로 치장되어 있어 이렇게 작가가 의도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당시의 느낌을 알려준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이후 작품들도 저절로 의도적으로 하늘과 육지의 비율을 작가에 따라 달리 배치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더욱 인상적으로 처음 본 작품이다.


다른 미술책에 비해서는 재미 측면에서는 다소 덜했다. 아무래도 계속 인상파의 그림들만 소개하고 책은 순수하게 인상파의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여행기와 함께 결부되다보니 여행적인 이야기가 나에게는 재미있을때도 있었지만 재미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인상파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그림의 현재 장면과 함께 비교하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아주 색달랐다. 그나저나 언제 미술관을 봐서 직접 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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