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기술
바버라 애버크롬비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글 잘 쓰는 기술을 얻게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영혼이라도 파는 우회가 있는 것처럼. 영화중에 <리미트리스>의 내용이 그렇다. 뇌를 최대한 활성화시키는 약을 우연히 먹게 된다. 별 볼일 없던 작가였던 주인공은 그 약을 먹고 하루만에 쓴 소설이 난리가 난다. 하루만에 글을 잘 쓰게 된다.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까지 얻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애매모호하다. 어떤 글이 잘 쓴 것인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이런 저런 좋은 글에 대해 알려주고 예시도 보여준다.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는 작가들이 있다. 그 작가들의 글이 유명해서 잘 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여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있다. 모든 사람이 전부 다 좋아하는 것이란 절대로 없다. 그건 비자발적일때나 가능하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가 우선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내 문제는 여전히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판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 많은 글을 읽고 그 중에 좋은 글을 읽으며 필사도 하고 흉내도 내면서 자신만의 필력을 얻는 것이라 볼 수 있을때 도대체 내 자신이 좋은 글에 대한 판별을 못하니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든 것일까?

 

글이란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을 나타내는 도구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다. 추가적으로 책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대체적으로 읽다보니 기술을 알려주는 책과 본질에 대해 알려주는 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며 도움이 된 측면도 있고 공감한 것도 있고 동의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읽지 않았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강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남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감이 아니라 이론적이 면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뒤늦게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올 해 후반기에는 엄청나게 많이 읽었는데 조금은 지루해지기도 한다. 이것도 비슷하게 좋은 말의 반복이라는 느낌도 들어서. 그럼에도 아직 읽으려고 쟁겨놓은 것이 몇 권 더 있다. 반복되는 주입에 좀 지친 듯도 하다.

<글 잘 쓰는 기술>은 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책처럼 제목이 되어 있지만 기술보다는 글을 쓰는 자세와 마인드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글을 잘 쓰는 기술에 대해서는 내가 읽은 바에 의하면 '많이 읽어라'다.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읽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처음부터 뜬금없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은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계기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글을 잘 쓴다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치고 많은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타고난 글쟁이란 없다. 다른 분야에는 '타고난'으로 시작하는 천재가 있을 수 있다. 그에 반해 글쓰기는 절대로 그런 천재는 없다.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 노력이 단순히 죽어라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다. 글을 잘 쓴다는 아웃풋이 있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인 풋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읽는 것이다.

 

좋은 글이 무엇인지 나처럼 판단할 능력이 없더라도 여하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을 쓰게 되고 자연스럽게 형편없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글 잘 쓰는 기술>의 저자는 몇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입장이다. 젊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가 아닌 연세가 있다. 이러다보니 책은 조금 더 통찰력과 경험이 녹아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소설에 좀 더 치중되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크게 소설과 에세이로 나눈다. 영어로 말하면 픽션과 논픽션이다. 어느 글이든 둘 중의 하나에 속한다. 픽션에 논픽션이 들어가기도 하고 논픽션이지만 픽션이 어느 정도 가미되기도 한다. 그래야 글이 좀 더 윤기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담백한 글은 담백한 글대로 읽을 수 있지만 나혼자 쓰는 일기가 아닌 남이 읽을 것을 전제로 한 - 거의 모든 글은 타인이 읽을 것을 전제로 한다 - 글은 읽는 사람이 재미(감동,정보, 기타등등)가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쓸 수 있게 단순하게 독려하는 것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게 해 준다. 각 챕터마다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막연하게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책에서 소개된 주제와 소재를 갖고 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실천하기 위해 챕터마다 직접 해야 할 것을 알려줘서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직접 코칭을 받는 것은 아니여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싶다.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은 전부 에세이류였는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멋진 소설을 쓰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그만큼 어렵고 힘들고 뼈를 깎는 노력을 요하는 글쓰기지만 보람이 더 클 듯 하다. 솔직히 최근에 글쓰기와 책쓰기 책을 읽으며 글을 더 안 쓰고 있다. 이건 완전히 인지부조화다.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쓰기 위해 읽고 있는데 정작 글을 오히려 못 쓰고 있다니 말이다.

 

<글 잘 쓰는 기술>은 가볍게 택해 읽을 수 있다. 어려운 말 하지 않고 편하게 글 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에게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며 '그럴때는 말이지'하며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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