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책쓰기외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한 것이 사실이다.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은 사람은 아마도 소설가이지 싶다. 정작, 소설가가 쓴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해 알려주는 강의나 인터뷰나 책은 드물다. 책에 대해 이야기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도 정작 소설가가 쓴 책은 극히 드물다. 우리들이 흔히 작가라는 표현을 한다. 이들은 무엇인가 새롭게 창작한 사람을 일컫는다.

 

저자는 한 분야에 권위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작가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저자라는 표현을 한다. 남들이 나에게 작가라는 표현하는 것을 지적할 수는 없어도 내 스스로는 저자라고 칭한다. 저자보다는 작가가 더 위대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저자도 한 분야의 권위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보니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들이 고대로부터 가장 글에 있어서는 우리들이 떠오르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글을 쓴다고 할 때 대부분 떠올리는 인물은 작가다. 작가들이 점점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예전에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라고 칭했고 작가들의 좋은 작품 하나를 발표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도 없었고 여러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은 그 자리를 저자들이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작가들이 고민을 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어떻게 이런 괴리감이 생겼는지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감히 논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예비작가들을 위해서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의와 책도 있다. '천년습작'은 기술적인 면에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작품을 대하는 관점과 글을 쓰는 본질에 대해 강의한 것을 책을 엮었다. 지금까지 책쓰기,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며 부담없이 가볍게 읽었다. 그에 반해 '천년습작'은 그럴 수 없었다. 책에서 다양한 책을 언급한다. 매 강의마다 새로운 책을 소개하고 책 내용을 알려주고 책에 나온 문구중에 몇몇 문구를 읽어준다.

 

그 문구들이 결코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지 않다. 이러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다. 평소처럼 부담없이 읽으려고 했는데 단순히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생에 대해 논하고 철학에 대해 논하고 한 작가가 글을 쓴다는 의미와 글을 쓰는 작업의 어려움을 위대한 작가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낯설었다. 처음부터 이런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머리를 조정했을텐데 읽으면서 머리의 난이도를 조정(?)하느라 힘들었다.

 

 

 

고백하자면 김탁환의 소설을 단 한 편도 읽어 본 적이 없다. 고로 김탁환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글을 썼는지 알지 못한다. 소설을 한 편이라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작가에 대한 감이라도 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읽다보니 주저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도 김탁환이 소설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호평을 받는 작가라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선택했다. 강의를 책을 펴 낸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호기심과 궁금증도 생겼고.

 

지금까지 읽었던 글쓰기와 책쓰기 책들이 소프트 했다면 '천년습작'은 묵직했다. 분명히 작가의 소설도 묵직한 소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역시나 쓴 소설의 제목부터가 '불멸의 이순신' '혁명' '밀림무정'처럼 역사소설이었고 남자들의 힘이 있는 소설이다. 다만, 책을 읽을 때 소설에서 맛깔스럽게 글을 쓰기 위해 다소 글을 풍성하게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실용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 문학이 아님 실용서적인 이분법적인 잣대 - 소설처럼 글이 써져있다. 멋을 너무 부렸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다. 게다가 욕심을 부리면 책을 쓸 수도 있다. 다만, 너무 기교와 형식에 얽매여 글을 쓰고 책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들과 책이 많다. 글과 책을 쓰는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그저 자신을 뽑내려 하거나 기계적으로 좋은 문구나 사례들로 가득한 책을 쓴다. 이런 글과 책이 당장에는 인기를 끌고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이런 글에 금방 지겨워 할 것이다.

 

작가로서 '천년습작'은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이야기한다. 하루 중에 눈 뜨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글 쓰는 것에만 전념한 발자크의 사례나 아마추어가 아닌 전업작가로서 살아가는 생에서 글쓰기가 어떠한지도 설명한다. 소설가가 하는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 그런지 일반인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독려하고 '너도 글을 쓸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무조건 심어주는 책은 결코 아니다. 글 쓰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이 책을 글쓰기에 대해 '따뜻함'이 아닌 '따듯함'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웃으면서 설명하고 있지만 무서운 사감선생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글쓰기가 참 힘들구나'를 느끼며 각오를 다진다고 할까. 난 도저히 죽었다가 깨어나도 지금과 같은 종류의 글을 쓸 수 있어도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글이 갖고 있는 의미와 묘미를 제대로 잘 살려 맛깔스럽게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비록, 소설가의 글쓰기 강의를 읽고 어딘가 나와는 다른 영역의 글쓰기라 넘사벽으로 느끼며 읽기도 했지만 글쓰기라는 것에 대한 본질과 그 어려움을 공감하며 읽었다. 다시 생각해도 쉽게 이야기해도 되었을텐데 좀 어렵게 푼것이 아닐까 하는 아둔한 내 머리를 탓하게 된다. 하긴, 이 강의가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니 넘사벽인 나에게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만든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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