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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만큼 글을 쓴 적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나 혼자 글을 썼다. 책 리뷰를 썼다. 누군가 읽을 것이라 전혀 인지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하고 썼다. 어느 날 여러 사람이 내 책 리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덧글로 오래전부터 제 리뷰를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여전히.
리뷰말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생겼다. 누구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를 글로 썼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만나 대화를 했다면 글을 안 썼을 가능성도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니 술자리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내가 할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글쓰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쓴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으로 출판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글을 썼고 쓴다. 블로그에도 쓰고 카페에도 썼다. 글을 쓰기 전에 책으로 펴 낼것을 감안하고 쓰기도 한다. 현재, '블로그 글쓰기'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글들은 전체 60꼭지를 목차로 만든 후에 다 쓰면 출판할 예정인데 이렇게 글을 쓰기는 처음이다. 대부분 쓰고 싶은 내용이 어느 정도 쓴 후에 출판을 고려했으니 말이다. 그 외에는 출판사에서 출판의뢰가 들어와서 작업을 한 경우도 있다. 이런 글은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따로 썼다.
그렇게 내가 글을 거의 매일같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는 매일이 아니지만 날짜상으로는 매일이 된다. 생각해보니 그 어떤 글도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 본적은 없다. 이 말의 의미는 그만큼 치열하게 썼다고 보는데 그런 적이 없다. 이 부분은 내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일을 해도 뼛속까지 치열하게 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평소처럼 꾸준히 쓴다. 글의 내용과 깊이와 상관없이 쓴다.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할 말은 없다.
아직까지 글을 쓴다는 것이 치열한 고민과 뼈를 깎는 고통의 결과인 적이 없다. 다행히도 쓰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주저리주저리 썼다. 글을 쓰는 것이 고통까지 간 적은 없다. 머리를 쥐어짜서 글을 쓰고 어떤 식으로 글의 내용을 풀어낼 것인지 고민한 적은 있다. 글을 쓰다 잠시 막히면 이에 대해 멈추고 머리속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린다. 이런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만 쓴 글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재능이 될 수는 없을테니 노력으로 생각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던 중에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여러 번 언급되고 참고사례로 나오고 있어 호기심이 들어 읽게 되었다. 다른 분이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라는 말에 더욱 읽게 되었다. 기대를 너무 크게 했던 탓인지 생각만큼 책의 내용에 울림은 없었다. 공감을 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책의 제목처럼 '뼛속까지 내려가서' 나를 울린 부분은 딱히 없었다. 이 책이 100만부나 팔렸다고 하니 대단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소설같은 분야가 아닌 글쓰기를 독려하는 책이 100만부나 팔렸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우리보다 책읽는 인구가 많다고 해도 글쓰기에 대한 책이 100만부나 팔리는 것은 이 책의 진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의 말미에 1년 6개월이 걸려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얼마나 이 책의 완성도에 집중하고 깊은 사색과 고려끝에 글이 나왔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뭐, 한 달만에 쓴 책이 그런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지식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쓸 수 도 있고, 내가 궁금한 것을 쓸 수도 있고, 내가 경험한 것을 쓸 수도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을 쓸 수도 있다. 글쓰기의 출발점은 나다. 누군가에게 뭘 알려주려는 거창한 생각으로 쓰면 안 된다. 그건 교만한 것일 수 있다. 알려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다. 또는 알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다.
자신이 꼭 경험한 것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 나로부터 출발하니 내가 경험하지 못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새로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쓴다는 것에 대해 약간 거부감이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은 나로부터 출발하니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나로부터 출발한 글에 사람들이 동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없다.
이건 확실하다. 글을 쓴다는 과정은 나를 만나는 것이다. 계속 글을 쓰다보면 깨닫게 된다. 내가 쓰는 글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아무리 꾸미고 가꾸고 화장을 해도 내가 쓴 글은 나이다. 그런 이유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무척이나 다양한 글쓰기에 대한 방법과 자세에 대해 나온다. 글을 쓰는 기교나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이에 더해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데 이 부분은 공감하며 읽게 된다. 나와는 다른 글쓰기 방법도 있지만.
글쓰기의 기본은 나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무시한다. 글을 써서 인기를 끌고 무엇인가 얻으려 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지만 길게 갈수는 없다고 본다. 글로써 자신과 남을 잠시는 속일 수 있어도 민낯이 드러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민낯을 알게되는데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현재는 화려한 글쓰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아도. 글쓰기는 나이다. 내가 쓴 글이 나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글은 나를 대변하지만 내 전부는 아니다. 글 쓸때의 내가 쓴 글일 뿐이다. 이 점은 착각하거나 속지 말아야 한다. 나도 읽는 사람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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