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읽는다 - 강상중의 청춘독서노트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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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청춘. 두 단어의 조합은 이상하게 어울린다. 하다보니 강상중이라는 사람의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고 좋았다. 의도치 않게 강상중의 책을 역순으로 읽게 되었다. 가장 최근 책을 읽은 후에 이곳 저곳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읽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출판 년도가 이번 책이 가장 오래되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일본의 원전 사태와 저자의 아들 자살에 따른 생각을 굿내림식으로 쓴 책이었다. 분량이 짧으면서도 내용의 깊이가 있어 끌리게 되었다.

 

이번 '청춘을 읽는다'는 강상중의 쓴 책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별 주저함이 없이 곧장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자이니찌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경계인으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삶을 살아가지만 대학교수로 일본 TV에도 출연하며 어느 정도 지식인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가게 된 묘한 위치에 있는 저자의 상황에 호기심이 생기고 그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갔기에 강상중의 책은 읽게 되는 듯 하다.

 

'청춘을 읽는다'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몇 권의 책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몇 몇 작품을 읽었던 시기와 그 시기에 자신에게 벌어졌던 경험과 생각들에 대해 적으면서 현재의 자신과 비교한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나에게 어떤 책이 이 책에서 소개된 것과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나라는 사람을 만든 든든한 책이 있을까하고 궁금했는데 얼핏 생각하니 딱히 이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한 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딘지 상대적으로 괜히 추억없는 청년시절을 보낸 것이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 나름대로 의미있는 청춘시절을 보냈을텐데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만큼 길고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은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책에서 총 5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책들은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삶을 언급하기 위해 필요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 된 책 전체가 저자 삶의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고 그 중에 일부나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과 사상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강상중씨의 책은 통통 뛰는 맛도 없고 깊고 깊은 사색을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글도 아니다. 조용한 찻집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차를 두 손으로 들며 차 냄새를 음히하며 차에서 나오는 연기를 바라보며 상대방과 함께 담소를 즐기는 느낌이다. 심각하지도 않지만 떠들썩하게 웃어재끼며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아주 가끔 감탄사나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느낌의 글쓰기다.

지금까지 강상중의 책과 달리 이번 책은 상대적으로 별로였다. 변함없이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이야기는 나온다. 이번에는 아예 그들이 쓴 책을 하나의 장으로 전부 서술하고 있으니 더이상의 언급은 필요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읽으면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 강상중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언급했던 것일까? 또는 그의 글에서 이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두 사람의 글과 사상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들의 작품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통해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어떤 의미에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굉장하다고 생각된다. 이토록 집요하게 오래도록 두 저자를 갖고 모든 상황을 연결해서 풀어낸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다보니,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동안 강상중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다보니 스스로 피로해진 측면이 생긴 듯 하다.

 

'산시로', '악의 꽃',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일본의 사상',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가 언급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을 통해 저자의 젊은 시절 경험을 소개한다. 시골에서 올라와 정신없고 이질감을 느꼈던 도쿄의 생활. 도쿄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삶. 한국에 갔다 와서 일본 이름을 버리고 한국 이름으로만 살게된 배경.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경계인으로 살아갔던 청춘의 시기. 초라한 한국에 비해 마천루가 올라가고 세계에서 주목받던 일본의 도쿄에서 살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느낀 이야기가 책에는 실려있다.

 

이전 책에서도 강상중의 젊은 시절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뜨문 뜨문 언급되며 알게 되었는데 이번 책은 집대성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이미,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 초창기에 거의 다 언급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생각지도 못하게 강상중이라는 인물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될 것이다. 실제로, 아들이 자살했는데 이 책을 보니 - 아들 자살 훨씬 전 책이다 - 본인도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한다.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이름을 갖고 있지만 한국인이 아닌 경계인. 일본의 내부에 대해 알려주고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저자가 강상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떤 것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대해 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한 성찰로 사색을 권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어딘지 비슷한 듯도 하지만 사색의 종류가 같으면서 달라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좋다. 비록, 이번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다소 별로였지만..

 

쓰고 보니 강상중과 청춘이 어우리는 이유에 대해 쓰지 정확하게 않았는데 그의 책에는 늘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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